한반도 화약고를 평화지대로, 여객선도 준공영제를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 프로젝트 ⑨

등록 2015.06.19 19:21수정 2015.06.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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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해양도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강화도 대한민국 관문 영종도를 비롯해 멀리 서해 5도부터 덕적군도와 영흥도에 이르기까지 인천에는 섬 160여개가 있다. 섬은 인천이 해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인천의 섬은 지리ㆍ정치ㆍ경제적으로 환황해권에서 대한민국의 전초기지이며, 해양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의 보고다.

<시사인천>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인천의 섬이 오늘날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구체적으로는 주민 생계ㆍ에너지ㆍ교통ㆍ관광자원 등, 분야별로 지속가능한 과제를 고찰하고 그 방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이 글이 마지막 연재이다. - 기자 말

NLL 연평도 앞 NLL 부근에 정박 중인 중국어선. 사진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섬은 북한 갑도(=갈도)이다. ⓒ 김갑봉


국가전략차원에서 서해평화지대 조성해야

섬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섬'이다. 인천 섬사람들은 섬에 살면서 영토의 실효적 지배를 뒷받침한다. 이들이 섬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섬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소득을 보장해야한다.

특히, 서해 5도의 경우 북방한계선(NLL) 탓에 국지전이 수차례 발생하는 등, 전쟁 위협이 높은 곳이다. 그래서 NLL 인근 수역을 10.4 남북공동선언에 기초해 서해평화지대로 지정하는 게 안전과 소득(어업·관광)을 보장하는 기초가 된다.

NLL은 한반도 화약고이자 서해 최대 현안이다. NLL로 인해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사건 등 남북 간 국지전이 발생했고, 중국어선 불법조업도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NLL은 나아가 한국 내 정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무렵 남북은 서로 영토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38선 인근에서 숱한 국지전을 벌였다. 이는 서해 5도 수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유엔 사령관이 국지전 확산을 막기 위해 '연합군과 남한의 항공기·선박은 이 선을 넘어가지 말라'고 연합군과 한국 쪽에 선포했는데, '이 선'이 NLL이다.


1953년 7월 27일 미국이 북한·중국과 맺은 정전협정에 NLL은 군사분계선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북한이 1973년 서해 5도 수역을 북한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NLL은 한반도 화약고로 등장했다.

한국 정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를 근거로 NLL 이남을 한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해 5도는 대한국민 국민이 살면서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곳이다. 2013년 8월, 당시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국회의원, 서울시의원 등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 일본의 단체가 이들을 일본 검찰청에 고발했다. 시마네현 마쓰에검찰청은 지난해 4월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어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그런데 북한은 NLL을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제법적으로도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은 아니라고 주장해,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2007년 남북 정상은 10.4 공동선언을 채택해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 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 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를 협의하는 남측 국방부 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 부장 간 회담을 금년(=2007년) 11월 중에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5.24조치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서해 5도와 그 인근은 남북 간 교전 지역이자 남·북·중 간 충돌 지역이다. 국내 정치에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며, 국제법상으로도 NLL 이남이 남한 영토냐 아니냐는 논란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NLL은 평화와 전쟁이라는 양날의 칼과 같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됐다. 남북이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조성해 서해 5도에 평화·안보를 보장하고, 남북 경협을 개성공단에서 서해와 해주 등으로 확대해 한·중 FTA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여야를 넘어 국가전략차원에서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서해아라뱃길은 수산물 뱃길이자 평화 뱃길

서해 5도 어민들은 지난 4월 20일 연평도에서 배에 수산물을 싣고 경인아라뱃길을 이용해 서울 여의도에 도착했다. 이 입항식에 참석한 인천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서해 5도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에 운반선 지원 조항은 반영되지 못했다.

행정자치부와 기획재정부는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과 지방자치단체의 농수산물 택배비 지원 사례를 들어 서해아라뱃길 수산물 운반선 지원을 반대했다.

서해아라뱃길정책추진단장을 겸하고 있는 허선규 위원장은 "서해와 한강을 잇는 서해아라뱃길은 서해 5도 수산물을 직판해 어민소득을 증대하는 사업이자, 평화 뱃길이다. 서해를 평화협력지대로 만들어 남북이 공동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서해아라뱃길은 훗날 평화 뱃길로 가는 디딤돌이다. 서해 5도라는 특수성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었다. 우선 운반선 지원으로 서해 5도 사람들의 생계를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배 없어 육지에 일보러 나오면 '2박 3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는 해사안전감독관제 도입, 선박 검사 강화,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업무를 선박안전공단으로 이관 등의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섬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안여객 요금 대중화(=준공영제)와 안전 운항을 위한 해상관측장비 지원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국내 뱃길 중 가장 먼 거리인 '인천~백령'항로는 지난해 여객선 한 척이 운항을 포기하고 휴업에 들어감으로써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백령도를 모항으로 인천을 하루에 한 번 왕복하던 우리고속훼리(주)의 씨호프가 적자를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7개월 넘게 휴업 중이다.

여객선의 장기휴업은 섬사람들이 육지를 다녀올 때 1박 2일 생활권을 무너뜨렸다. 아침에 육지로 나가는 배가 없다보니 인천에서 출발한 배가 섬에 왔을 때야 타고 나갈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아침 배로 뭍에 나가 일을 본 뒤 다음날 아침 배로 들어왔으면 됐지만, 이젠 저녁에 인천에 도착해 다음날 일을 보고, 그 다음날 배편으로 섬에 돌아간다. 이마저도 배가 정상적으로 운항할 때 얘기다. 파도나 안개로 인한 여객선 결항과 겹칠 경우 육지에서 체류기간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만큼 섬에서 일을 못하고, 육지에서 체류비만 늘어난다.

게다가 '인천~백령'항로를 운항 중인 JH페리의 대형 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는 다음 달 선박 정기안전검사가 예정돼 있어, 주민들의 뱃길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검사가 강화돼 선박검사기간이 한 달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인천에서는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남해(=통영 또는 목포)까지 가야한다.

JH페리는 하모니플라워호 검사기간에 대체 쾌속선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형 여객선의 부재로 최고 성수기인 7~8월에 여객수송 대란이 우려된다. 특히, 대형 여객선 부재로 차량과 화물 수송에 차질이 우려되며, 9월부터 시작하는 대청도 꽃게 수송에도 비상이 걸렸다.

옹진군 관계자는 "백령항로는 여객선이 세 척일 경우 한 척은 적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두 척만 운영했을 때는 주말이나 성수기, 또는 파도·안개로 인한 결항일 다음날 운항할 때 여객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배표를 구하지 못한 주민들은 현장에서 불편을 직접 체감하기 때문에 불만을 넘어 원성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안부두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부두 전경 ⓒ 김갑봉


섬 접근성 높이고 배 선령 낮춰줄 여객선 준공영제

'인천항~자월면'항로를 운항하던 우리고속훼리(주)의 레인보우호가 지난 4월 19일 어선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주민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잠자코 있던 섬사람들의 반발 여론을 촉발했다.

자월면 주민들은 주민대표회의를 열어 '선령이 19년에 달한 레인보우호를 교체해달라고 그동안 수차례 건의했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5월 5일 연안부두 선착장에 현수막을 걸고 레인보우호 승선 거부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현재 '인천~백령' 여객선 왕복운임은 소형 선박 12만 3500원, 대형 선박 13만 1500원이다. 서해 5도 주민은 최고 7000원만 내면 되고, 인천시민은 50%를 할인받는다. 인천 이외 지역 주민은 비수기 때만 50%를 할인받는다.

이렇듯 서해 5도 뱃삯은 웬만한 저가항공사의 '김포∼제주' 왕복운임보다 더 비싸다. 이에 버스준공영제를 여객선에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여객선사의 안정적인 운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준공영제가 부각했다. 이에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검토했지만, 검토만 했을 뿐이다.

현재 국회에는 '도서지역 해상 대중교통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있다. 이 법안은 연안여객의 요금 일부를 육상의 대중교통 요금처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옹진군과 보령시, 신안군, 여수시, 남해군, 울릉군 등 지방자치단체 10개는 입법을 촉구하는 주민서명을 받아 해수부에 전달했다. 준공영제 시행 시 연간 약 58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허선규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해수부가 여객선 준공영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더니, 이젠 소식이 없다. 배도 버스처럼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관광객이 늘기 마련이다. 그리고 현재 인천연안여객업체 대부분의 부채비율이 400%에 이른다. 버스처럼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여객선사의 투자 여력을 키워 노후 선박 교체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덕적면 소야도와 자월면 소이작도는 학교가 없어진 지 오래다.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야도 학생 약 20명은 덕적도에 있는 덕적초·중·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소야도 자치선을 이용하고 있고, 소이작도의 초등학생과 어린이 5명은 소이작도 자치선을 타고 대이작도의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두 자치선 모두 5톤 이하로 웬만한 어선보다 작다. 그러나 이마저도 없다면 학생들은 여객선 운항시간에 맞춰 통학해야한다. 여객선 운항시간에 맞추면 오전 11시께 등교해 오후 2시 무렵 하교해 여객선에 올라야한다.

옹진군 관계자는 "이처럼 섬에서 배편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권의 문제다. 최소한의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국가 지원이 아닌 주민 주머니에서 부담한다는 것이 답답한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여객선 결항 이현령비현령, 해상관측장비 보강 절실

인천항 연안부두 운항관리실은 기상청 일기예보에 따라 결항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일기예보가 상당히 부정확하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여객선 운항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풍랑특보의 경우 52.4%나 빗나갔다.

인천 앞 바다의 일기예보는 맞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러다보니 운항통제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다. 인천항 연안여객 항로에 설치된 해상관측장비는 두 개뿐이다. 덕적군도에 속한 굴업도 바깥에 파고측정기 1개와 이작도 부근에 풍속측정기 1개가 있을 뿐이다. 안개에 따른 가시거리 측정은 선장의 육안으로 한다.

인천국제공항 바로 앞에 있는 옹진군 북도면 항로의 풍랑 기준은 서해 5도의 기준을 준용하고, 파고는 덕적도 기준을 따른다. 맞을 리가 없다. 해상관측장비를 보강해야 여객안전을 담보하고 주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인천~백령'항로의 경우 지난해 풍랑으로 인한 여객선 결항이 35일, 안개로 인한 결항이 29일 등, 모두 65일에 달했다. 1주일에 하루 이상 뱃길이 막힌 것이다. 올해 들어서 5월 현재까지 풍랑에 의한 결항은 33일, 안개로 인한 결항은 2일로 모두 35일 결항했다.

안개로 인해 여객선이 출항을 대기하면, 주민과 관광객은 터미널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오전 내내 기다려야한다. 결항된 다음날은 배표 구입을 위해 새벽 4시 전부터 여객터미널에 나오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인천의 섬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접근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영흥도와 강화도를 제외한 인천 섬 관광산업의 유일한 교통수단은 연안여객선이다. 연안여객선 요금 대중화와 함께 연안여객선의 합리적인 운항 통제를 위한 해상관측장비 보강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동안 기획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NLL #서해평화지대 #10.4남북공동선언 #연안여객 요금대중화 #여객선 준공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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