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푸동역에 건설 중인 공자상공자의 고향 취푸에서 공자는 점점 높게 추앙 받고 있다.
김대오
맹자와 그 후손들의 묘가 있는 맹림(孟林)을 보기 위해 다시 취푸(曲阜)를 찾았다. 지난 국경일, 노동절에 이어 세 번째다. 단오절 3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기차에 사람이 많은데, 미리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1시간 반 입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맹림을 찾는 편이 3맹 중 맹묘(孟廟)와 맹부(孟府)만 보고, 맹림을 보지 못한 찜찜함을 간직한 것보다는 낫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취푸역 앞에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와 맹림까지 왕복 24km 거리를 120위안(2만 원)에 흥정하고 쩌우청(鄒城)으로 향한다. 맹림은 취푸와 쩌우청 사이의 외딴 산중에 있어서 이렇게 택시가 아니면 가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로 치면 KTX가 오가는 취푸동역 광장 앞에 커다란 공자상이 새롭게 세워지고 있다. 점점 높게 숭상 받는 공자에 비하면 2인자 맹자의 묘는 그야말로 그윽하고 한적한 산 속에 묻혀 있는 셈이다. 그런데 늘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공자보다 어쩌면 고요한 휴식을 즐기는 맹자가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택시가 작은 농촌 마을을 지나 드넓은 평야를 달린다. 보리를 갓 베어낸 논에 옥수수를 심었는지 노란 보리 밑동 사이로 파란 옥수수 싹이 자라 오르고 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삭을 맺어 탈곡을 마친 보리 밑동에서 성인의 여유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