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최오균
산딸기를 딸 때마다 나는 이원수 시인의 <산딸기>라는 시가 떠올리곤 한다.
산 속은 너무조용해서 무섭다따슨 바람은 괴어만 있어나뭇잎 하나 풀잎 하나꼼짝도 않고
우거진 덤불 속에아, 아빨간 저 작은 불송이들가시 줄기 사이로 죄짓는 듯 딴다보드랍고 연해 조심스런 산딸기- 이원수 <산딸기> 중에서삼팔선 이북 금굴산 자락에 위치한 우리 집은 너무 조용하다. 아침나절에는 바람마저 잦아들어 정말 나뭇잎 하나 풀잎 하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래 겁을 먹고 산딸기를 따는 내 숨소리만 들린다. 혹여 뱀이 나오면 어쩌지? 산딸기는 대부분 돌담에서 자라나는데, 산딸기나무 우거진 덤불 속에는 유독 뱀들이 많다. 독사, 꽃뱀, 그리고 말벌들도 많다. 아마 그들도 산딸기를 좋아 하는가 보다.
그래도 나는 겁을 먹은 채 산딸기를 딴다.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복면을 하고… 먼저 산딸기를 따기 전에 지팡이로 주변을 툭툭 두들겨 인기척을 낸다. 그래야만 저들이 피한다. 따지고 보면 이곳은 저들의 영역이다. 그리고 나는 저들의 영역을 침범한 무뢰한이다. 그러니 저들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내가 저들을 해치지 않으면 저들도 나를 해치지 않을 거다. 자연의 법칙대로 서로가 조심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겁먹어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산딸기를 딴다. 혹시 저 시커먼 굴속에서 독사가 나오지 않을까? 장수말벌이 날아와 나를 쏘지는 않을까? 뱀들은 수시로 이 지역을 넘나든다. 2년 전에는 산딸기를 따다가 말벌 집을 건드려 혼비백산 달아나기도 했다. 그러니 그들을 건드리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
새콤달콤 맛있는 산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