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땅 밟는 '굴뚝 위의 남자'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씨를 응원합니다

등록 2015.07.07 17:24수정 2015.07.07 17:2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스타케미칼 농성 현장 거리 미사 7월 6일 세번째 거리미사가 진행 중이다 ⓒ 이정혁


a

스타케미칼 농성 현장 거리 미사-2 합의안 체결 소식을 들은 후의 미사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이 여느때와 달리 밝다 ⓒ 이정혁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굴뚝 농성장 아래 손을 맞잡은 이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했고, 밝아 보이기까지 했다. 미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으며, 굴뚝 위에서는 한 남자가 이 모든 장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난 5월부터 매달 한 번씩 열렸던, 스타케미칼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자들을 위한 거리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오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50여 명쯤 되는 천주교 신자들과 일반인들이 뒤섞여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과연, 저들의 기도와 바람은 이루어질 것인가? 굴뚝 위에서 400일이 넘도록 고공농성 중인 한 남자의 요구는 현실에서 받아들여질 것인가?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어둑한 저녁때 모여 하늘 위로 올려보내는 기도와 대한민국 고공농성의 역사를 새로 쓰며 기나긴 투쟁을 해 온 그 남자의 바람이 만나서 과연 희망과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들 수 있다, 아니 '만들어 냈다'.

a

굴뚝 위의 남자, 차광호 건강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주고 있는 차광호씨. ⓒ 이정혁


지난해 5월 27일, 스타케미칼 해고자로 굴뚝에 올라갔던 차광호씨가 408일 만에 땅을 밟는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측과 사측은 지난 7월 6일 양측의 합의가 담긴 최종합의안을 채결했으며, 이에 따라 8일 오후 2시가 되면 차광호씨는 굴뚝에서 내려오게 된다.

공개된 최종합의안을 살펴보면, ① 스타케미칼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에서 신규법인을 통해 아산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고, 고용을 전면 보장한다. ② 11월 말까지 공장과 기계도입을 완료하고 내년 1월부터 정상 가동한다. ③ 현 칠곡군 소재 스타케미칼 공장이 현 스타플렉스나 제3자가 인수시 고용을 승계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해고노동자들의 바람이 다행히도 많이 담겨져 있다.

오늘밤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a

스타케미칼 거리 미사후 문화제 겸 뒤풀이 승리를 기원하는 촛불이 힘차게 타오르고 있다 ⓒ 이정혁


a

스타케미탈 미사 후 문화제 미사를 마친 후 차광호씨의 무사한 귀가를 위해 촛불을 켜고 기도하고 있는 모습들 ⓒ 이정혁


미사를 마치고 조촐한 뒤풀이가 열렸다. 서울에 합의하러간 다른 해고자 동지들이 무사히 합의를 마치고 내려오는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모여 있는 이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 듯하다.

지난 400여일을 함께 투쟁해온 한 해고자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차광호씨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는 <청계천 8가>를 부를 때, 굴뚝위의 차광호씨가 불빛을 보내며 손을 흔들어 준다.

오늘(7일)밤, 그는 굴뚝 위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것이다. 그동안 가깝게 지내던 별들에게 작별 인사를 나눌 것이다. 1년하고도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굴뚝 위에서 했던 고민과 생각들을 담담하게 혹은 뭉클하게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8일)이면 그토록 평범한 땅위의 사람이 돼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올 것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남편으로써, 사랑하는 아이들의 아버지로써.

그 기나긴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보여 준 그의 끈기와 투쟁의지, 정신력들은 이 땅위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다. 그가 좋아한다는 노래 <청계천 8가>의 가사처럼 산다는 것 자체의 위대함을 보여준 차광호씨. 큰 탈 없이 우리 곁으로 돌아와 준 그가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지난 3개월간 거리 미사를 준비해주신 왜관 베네딕토 수도원 신부님들과 수사님들, 그리고 대구경북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신부님들, 수녀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차광호 #스타케미칼 #고공농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