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굴이표 샌드위치. 고칼로리, 사육되는 기분도 든다.^^
배지영
일요일, 제굴은 일어나자마자 식빵에 양파와 치즈, 카야 잼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맛있었다. 많이 느끼했다. 우리는 생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제굴이의 지시에 따라서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봤다. 나는 영화 속에서 통마늘을 보지 못 했다. 제굴은 "엄마, 나 대신 마늘 까준다고 하지 마요. 내 실력 안 늘어. 자세히 보세요. 다 통마늘이잖아요"라고 했다.
제굴이가 본격적으로 밥하기 전, 우리 집에는 따로 놓고 쓰는 버터가 없었다. 굴 소스 없이 굴 소스 맛내는 조리법이 있는 줄 몰랐다. 제굴의 친이모인 지현이 가루로 된 바질과 파슬리 가루, 북유럽의 그릇들을 우리 집으로 사다 나르지도 않았다. 남편이 실리콘으로 된 조리 기구를 종류별로 사오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냥 평범한 그릇에다가 집 밥을 먹었다.
"뭔가 개운하고 칼칼한 것 먹고 싶지 않아? 김치찌개 같은 것. 내가 밥 할게."남편은 제굴이가 부엌으로 가기 전에 먼저 낮밥 준비를 했다. 김치찌개와 마파두부, 그리고 쌈 채소를 차렸다. 저녁에 남편은 매운탕을 올리고, 더 많은 쌈 채소를 씻어서 밥상에 놓았다. 제굴은 새로 산 오븐의 기능을 익히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걸로 트집을 잡았다. <개그 콘서트>를 보고 자겠다는 아이를 일찍 자라고 방으로 쫓아 보냈다.
10분이나 지났나. 제굴은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얼굴 보고는 차마 말을 못 하겠다면서 "헤헤~ 엄마가 읽으라는 책 <한국이 싫어서>도 다 읽었어요. 그러니까 개콘 조금만 볼게요"라고 했다. 나는 안 된다고 강경하게 나갔다. 제굴은 "엄마, 많이 사랑해요.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했다. 아휴, 내가 졌다. 그래, 봐라. 개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