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밤부리 또는 별꽃나물을 두부에 콕콕 찍으면서 놀이하는 아이들.
최종규
풀밥은 풀을 뜯어서 지은 밥이요, 지구별 뭍을 두루 덮은 풀내음을 담은 밥입니다. 풀 한 포기에서 꽃이 피면, 이 꽃을 갈무리해서 꽃밥을 짓기도 합니다. 꽃밥은 풀꽃밥이요, 지구별 모든 목숨붙이한테 기쁨과 웃음을 베푸는 사랑스러운 꽃내음을 실은 밥입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풀이랑 꽃이랑 알(열매)을 골고루 먹습니다. 맨 처음에는 새싹을 먹어요. 다음으로 풀잎이랑 풀줄기를 먹습니다. 어느덧 풀알(풀열매, 곡식)을 먹고, 나중에는 풀뿌리를 먹습니다. 풀 한 포기를 모조리 골고루 먹어요.
사람은 모든 풀을 다 먹지 못합니다. 사람이 못 먹고 남은 풀은 겨우내 삭으면서 까무잡잡한 새로운 흙이 되고, 새로운 흙은 온누리를 기름지게 바꾸어 주어요.
더 생각해 보면, 풀이 돋는 땅이기에 비가 와도 흙이 쓸리지 않습니다. 풀이 돋는 땅이기에 사막이 안 됩니다. 풀이 돋는 땅이기에 싱그러운 풀내음이 가득한 바람이 붑니다. 풀이 돋아 풀밭이 되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만하고, 풀밭이 우거지기에 풀짐승이 고요히 깃들 만하며, 풀밭이 예쁘장하기에 사람들이 숲집을 짓고 숲살림을 기쁘게 건사합니다.
이야기책 <야생초 밥상>은 바로 이 대목을 들려주려고 합니다. 먼먼 옛날부터 모든 시골사람이 저마다 제 고장에서 제철 풀을 뜯고 누리던 삶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눈부신 풀이나, 돋보이는 풀이나, 빼어난 풀이나, 대단한 풀이나, 놀라운 풀이나, 엄청난 풀을 알려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골사람이면 누구나 흔하게 먹으면서 널리 사랑하던 풀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마음을 밝히려고 합니다. 너랑 나랑 함께 먹고, 오순도순 같이 먹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삶을 글로 남기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