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에너지자립섬 사업 대상지로 섬 5개 선정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신에너지산업 활성화와 친환경에너지 보급ㆍ확대를 위해 '에너지 자립 섬' 민간사업자 공모를 실시해 인천 덕적도, 전남 조도와 거문도, 충남 삽시도, 제주 추자도 등 섬 5개를 사업 대상지로 지난 5일 선정했다. 기대를 모았던 서해5도는 논란 끝에 제외됐다.
산자부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력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섬 62개(울릉도 제외)를 대상으로 올해 2월 26부터 5월 26일까지 '에너지 자립 섬'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에 섬 5개를 사업 대상지로 선정함으로써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 대상지는 올해 10월 착공 예정인 울릉도를 포함해 6개로 늘었다.
에너지 자립 섬 구축 사업은 섬에 태양광ㆍ풍력ㆍ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에너지를 공급해 기존 디젤발전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인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계획'의 일환으로 한전이 담당하는 섬의 발전 사업을 민간사업자에게 이양하는 것이다. 100% 민간자본 투자 사업이다. 민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기를 한전이 매입해, 투자자가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산자부와 한전은 제주도 가파도(1세대)와 전남 가사도(2세대)에서 정부재정 투자 시범사업을 진행해 일정한 성공을 거뒀다.
가파도는 국내 첫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사례다. 가파도에서 시작한 기술은 가사도에서 더욱 진화했다. 산자부와 한전은 지난해 10월 가사도에 국내 최초로 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기반을 둔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을 준공했다.
정부와 한전이 가사도에 도입한 기술은 에너지 자급자족을 넘어 전력 수급을 자동으로 제어해주는 EMS까지로 진화했다. 가파도에서는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고, 또 얼마나 사용하고 저장하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였다면, 가사도에서는 이를 제어하는 수준까지로 진화한 것이다.
시범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산자부는 지난해 8월 울릉도를 국내 첫 민간자본 투자방식 대상으로 전환해 사업을 추진했다. 한전과 민간(=LG CNS)이 자본을 30%와 70%씩 투자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이 SPC가 생산한 전기를 정부가 기존에 지원한 금액만큼 한전이 매입하는 방식이다.
그뒤 산자부는 올해 2월 한전이 전력을 공급하는 전국의 섬 62개를 대상으로 민간사업자를 공모했고, 사업자 29개가 섬 46개에 대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산자부는 이중 덕적도 KT컨소시엄, 조도와 거문도 LG CNS 컨소시엄, 삽시도 (주)우진산전, 추자도 포스코 컨소시엄을 각각 선정한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민간사업자는 생산한 전력을 20년간 한전에 공급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을 한전과 체결하고 올해 안으로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산자부는 "나머지 57개 섬을 대상으로 올해 안으로 민간사업자 모집을 추가로 실시하고, 에너지 자립 섬을 단계적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해5도 제외 소식에, 섬 주민들 분개
산자부가 실시한 공모에서 서해5도에는 두산과 한화가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두산은 백령도만 하겠다고 제출해, 서해5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서해5도는 디젤발전과 같은 중앙집중식 발전으로는 유사시 비상에너지 확보가 어렵다.
실제로 당시 폭격 시 마을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폭격으로 전력이 모두 나가 지하수 모터 펌프 가동이 중단돼 폭격 다음날이 돼서야 뭍에서 도착한 소방차로 진화했다.
이렇듯 서해5도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 비상 대응방안이 없다. 또한 서해5도 각 섬의 군부대 역시 디젤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서해5도 에너지 자립 섬 구축은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다.
이에 서해5도 주민들은 이번 에너지 자립 섬 민간사업자 공모에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서해5도가 선정에서 제외되면서 주민들은 격앙된 상태다. 이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진행했던 해상 상경시위를 7월 중 다시 벌일 것이라고 했다.
산자부가 결과를 공개하고 이튿날 서해5도 어민들은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곳 주민들은 국가의 안보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주민이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있는 지역이다. 게다가 서해5도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은 주민들이 지난해부터 토론회를 같이 개최하면서 준비한 사업이다. 다된 밥에 재를 뿌린 것이다"라고 분개했다.
배복봉 대청도 어민회장은 "지난 3개월 동안 꽃게 조업기가 끝나고 지금부터 금어기다. 어민들이 여유가 있다. 대통령께 탄원서 제출, 산자부 항의방문, 대국민 성명 등, 어떤 식으로 주민의 의견을 전달할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 7월 중 서해5도 주민들의 뜻을 모아 다시 서울로 상경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산자부 "서해5도에 '울릉도 모델'도 가능"
서해5도가 이번에 제외된 원인에 대해 산자부는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두산이 제출한 사업이 연료전지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해5도의 경우 신재생에너지(=태양광ㆍ풍력+에너지저장장치)를 도입할 때 하나의 에너지원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이 절실하다. 즉, 에너지원을 연료전지나 태양광, 또는 풍력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원을 다각화해 비상사태에 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산이 제출한 에너지 자립 섬 구상안은 연료전지에 집중돼있었다. 산자부 관계자는 "(두산의 에너지정책이) 민간위원 평가 때 연료전지로 집중돼있는 것이 문제가 됐다. 그래서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모 마감 후 평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설명 때 이미 에너지원이 연료전지로 집중돼 있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컨소시엄을 1위로 평가해놓고 나중에 문제가 되니 제외했다는 것은 산자부의 자가당착일 뿐이다.
반면, 한화는 에너지원을 다각화해 구축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한화가 제출한 사업의 재무구조에 문제가 있어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평가 결과에 대해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서해5도가 이번 공모사업에서 제외된 배경에 의혹이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두산 쪽에 참여한 업체의 '관피아 논란'이 제기되자 '제외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산자부는 서해5도 제외 사태에 대해, "12월 중 2차 공모를 실시해 내년 2~3월 중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1차 공모 사업에서 탈락한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보완해서 다시 신청하면 된다"고 했다.
산자부는 또, "지방자치단체가 한전과 협약을 체결해 추진할 경우 공모 사업이 아닌 '울릉도 방식'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다.
울릉도의 에너지 자립섬 구축 사업은 산자부의 공모 사업과 무관하게 2014년부터 경상북도와 한전 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울릉도의 경우 지난해 8월 민관 합동 특별팀(T/F)을 발족해 같은 해 10월 협약을 체결한 뒤, 올해 10월 SPC를 설립해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인천시와 한국전력이 업무협약을 맺어 추진하는 사업이 산자부의 정책에 부합할 경우, 서해5도에 울릉도 모델을 적용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사업이다. 안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모에 선정된 섬의 신재생에너지비율은 50% 내외로 친환경 에너지 자립 섬에 부합되지 않는다. 국내의 가사도와 울릉도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100%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데 비해, 이번에 공모한 곳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50% 안팎에 불과해 정부 정책이 오히려 후퇴한 꼴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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