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가톨릭 공식 행사에 동성애 인권운동가를 초청했다.
11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과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대화에서 파라과이 동성애 인권단체 소모스게이(SomosGay·'우리는 게이다'라는 스페인어) 대표 시몬 카살이 참석했다.
카살은 남미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동성 파트너 세르히오 로페스와 결혼한 뒤 파라과이에서 소모스게이를 이끌며 동성애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대주교 시절 동성 결혼 합법화에 강력히 반대하며 당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나 시민단체들과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이 된 후 "만일 동성애자인 사람이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며 동성애자를 향해 개방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카살의 초청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파라과이 가톨릭 주교 회의가 결정했다. 보수적 성향이 짙은 파라과이는 가톨릭 신자 80%와 개신교 신자 87%가 동성 결혼에 반대하고 있다.
카살은 지난 10년 동안 파라과이에서 성전환자 살인 사건이 54건이나 발생했지만 아직도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지적하며 파라과이 정부의 동성애자 인권 보호를 촉구했다.
카살의 파트너 로페스도 "파라과이 동성애 인권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청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으며, 거대한 관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국제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단체 'ILGA'의 헬렌 케네디 대표는 "이번 초청은 아주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남미의 LGBT 단체들이 이번 초청을 계기로 동성애 차별 법안 폐지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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