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의리 지킨 친박에는 힘 실어주기?

15일 울산 태화시장 방문... 정갑윤 의원 건의로 일정 변경

등록 2015.07.16 17:45수정 2015.07.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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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울산대학교에서 열린 울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과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방문 후 갑자기 일정에 없던 중구 태화시장을 방문했다.

최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곤경에 처한 박 대통령이지만, 이날 태화시장에서는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하듯 주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이 열린 곳은 울산 남구, 울산과기대는 울주군에 있다. 박 대통령은 왜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먼 거리인 중구의 전통시장에 온 것일까.

일정에 없던 중구 태화시장 방문, 의리 지킨 친박 힘 실어주기?

a  15일 오후 3시께 울산 중구 태화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잇다

15일 오후 3시께 울산 중구 태화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상인과 악수를 하고 잇다 ⓒ 박석철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울산대학교에서 열린 울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울산센터는 전국에서 15번째로 출범하는 것으로, 현대중공업과 연계해 조선해양플랜트 산업 재도약 등을 목표로 한다. 울산의 주력 조선산업이 최근 침체에 빠진 점을 고려해 지역에서는 큰 기대를 모으는 곳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울산과학기술대에서 산학연 오찬간담회를 한 후 에너지 거래 교육기관인 울산과기대 국제에너지트레이딩센터를 방문,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고 석유 모의 거래 실습을 참관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후 일정을 변경해 이곳에서 상당한 거리인 중구 태화시장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그해 3월 태화시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날 대통령 일정은 풀 기자단의 취재로 대부분 지역 기자들은 참여하지 못했다. 오후 3시쯤 우연히 이곳에 있던 기자는 운(?) 좋게도 대통령의 방문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태화시장 방문은 중구가 지역구인 정갑윤 의원(국회부의장)과, 김기현 울산시장이 건의해 박 대통령이 흔쾌히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쯤 태화시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상인과 장을 보러온 중장년층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마침 오일장이 선 이곳에서는 마치 대통령 출정식을 보는 듯했다. 상인들과 장을 보러온 시민들은 '대통령'을 연호하는가 하면 '정갑윤'을 외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상인, 시민들과 악수를 하면서 직접 과일과 채소, 생선 등을 사기도 했다.


a  울산 중구 태화시장의 상인이 '힘내세요' 라고 인쇄한 A4지가 걸려 있다

울산 중구 태화시장의 상인이 '힘내세요' 라고 인쇄한 A4지가 걸려 있다 ⓒ 박석철

특히 일부 상인들은 손수건과 A4용지 등에 동요 가사를 패러디한 '대통령님 힘내세요, 정갑윤이 있잖아요. 우리가 있어요' 등의 문구를 적어 흔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태화시장에서 40여 분간 머물렀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박 대통령의 태화시장 방문이 정갑윤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갑윤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당내경쟁을 벌일 때 대다수 지역 정치인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줄을 선 반면 박 후보를 끝까지 지지한 전력이 있다. (관련 기사 : 2007년 박근혜 옆에 있던 정갑윤, 나는 기억한다)

당시 친박 핵심들 상당수가 현재 비박으로 돌아서고, 최근 친박 핵심 중 한 명이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 박 대통령이 '배신'이라는 격한 단어까지 썼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자신을 끝까지 배신하지 않은 정갑윤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야권과 일부 주민단체, 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정갑윤 의원과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권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이날 행보에 내심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울산 중구주민회 한 회원은 "울산 중구지역이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메르스 등으로 대다수 국민의 질타를 받는 현실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며 "대통령이 환호하는 시민들 외 질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울산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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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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