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따로 만난 김무성 '내용 안 알랴줌'

유승민 쫓아내고 '독대'... 종속적 당·청 관계 예고

등록 2015.07.16 17:59수정 2015.07.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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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 원유철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 원유철 원내대표. ⓒ 연합뉴스


'유승민 축출'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라는 선물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무성 대표와 신임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함께 회동한 뒤, 김 대표를 따로 만났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은 지난 4.29 재보선을 앞두고 터진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여권이 위기에 몰렸던 지난 4월 16일, 김 대표를 따로 만나 수습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중남미 순방 출국 직전 긴급회동하는 방식이었다.

여당 길들이기 성공하자 성사된 독대

박 대통령은 지난 2월에 있었던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는 김 대표와 따로 만나지 않았다. 당시는 김 대표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함께 당 주도의 국정운영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던 시기였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거부권 행사를 통해 여당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성공하자 김 대표를 독대한 셈이다.

이날 독대 시간은 19분 정도에 그쳤지만, 그 자리에 내포된 정치적 의미는 적지 않다. 당·청이 극한 충돌로 내달았던 '거부권 정국'에서 결국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라면서 고개를 숙이고, 결정적 위기 국면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낸 김 대표에 대한 재신임 뜻이 뚜렷해 보인다.

또 메르스 사태와 가뭄, 유승민 찍어내기 파문 등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김 대표를 위기 극복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김 대표는 이날 독대에서 박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는 "좋은 분위기에서 나라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며 "그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자세 낮춘 여당 지도부


여당 지도부는 이날 박 대통령 앞에서 바짝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기자단에 공개된 회동 모두 장면은 향후 청와대 주도의 당청 관계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국민 중심의 정치'를 주문하자, 여당 지도부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다짐하며 맞장구를 쳤다(관련 기사 : 원유철 "민생 위해 코피", 대통령 "어쩜 말씀을...").

박 대통령은 "국민 중심의 정치를 꼭 이뤄달라, 국민 중심의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모범을 잘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주문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가 당에서 책임지는 자세로 같이하도록 하겠다"라고 화답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당청 간에 찰떡같이 화합해서 국민을 바라보고 앞으로 많은 일을 하자, 대통령을 잘 모시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잘하자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에서 합의 추대를 해줘 선거비용이 남았다"라면서 그 돈으로 청와대에 찰떡을 돌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 보고? 말실수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인식

a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청와대가 우위를 점하는 당·청 관계는 청와대 대변인의 단어 선택에서도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독대 관련 질문을 받고 "김 대표가 회동 이후 별도로 보고 드릴 게 있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대표를 대통령 휘하의 총리 및 장관들이나 청와대 비서관들처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위치로 격하시킨 것이다.

이후 민 대변인은 기자실로 다시 돌아와 "아까 단어를 잘못 고른 것 같다"라면서 자신의 발언을 황급히 수정했다. 그는 "보고가 아니라 김 대표가 드릴 말씀이 있다면 별도로 (독대) 요청이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고쳐 말했다.

대변인이 '보고'라는 표현을 바로 주워 담긴 했지만 여당을 종속관계로 보는 청와대의 인식이 무심결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바짝 엎드린 여당 덕에 '데탕트' 접어든 당·청

새로 들어선 여당 2기 지도부가 청와대 코드 맞추기에 나서고, 박 대통령도 신임을 나타내면서 당·청은 당분간 '데탕트'(완화)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이날 회동을 계기로 당·정·청 회의를 전방위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고위 당·정·청 협의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또 메르스와 가뭄 대책,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추가경정(추경)예산 심의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획한 일정대로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뒷받침하기로 했다. 또 임시국회에서 박 대통령이 처리를 당부한 서비스산업진흥법,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 관련 법안 처리에 노력하기로 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여당의 사면 건의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 등이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경제인을 포함하고 대상자가 가능한 많은 대규모 사면을 실시하자고 건의하자 "당의 건의 내용도 함께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또 야당 지도부를 포함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해 달라는 건의에 대해서도 "알았다"라고 말해 회동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박근혜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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