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진보연합과 6.15공동선언실천경남본부가 지난 6월 2일 오전 해군진해기지사령부·잠수함사령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저균 반입사건 진상규명과 SOFA협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윤성효
독일 지방정부 수장들이 미군의 탄저균 반입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 지자체장들의 태도는 한결 너그러웠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탄저균 배송사고 사실이 알려지고 한 달 보름여가 지난 7일에야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에게 "탄저균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설명과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재광 평택시장도 지난 5월 30일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한미군 측의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요청했을 뿐이다.
중앙정부의 대응도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지난 5월 말 탄저균 배달사고와 관련, 오산 공군기지내 주한미군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의 실험실을 방문했던 질병관리본부 조사관들은 탄저균 폐기절차를 직접 검증하지 못하고 미군 측의 설명만 듣고 철수해야 했다.
탄저균 반입에 대처하는 우리와 독일의 태도에 차이가 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두 나라가 미국과 맺고 있는 소파(SOFA) 규정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독일이 미군과 맺은 소파 협정에는 미군이 탄저균 같은 위험 물질을 반입할 때 사전에 독일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한미 소파에는 한국 정부의 승인권은커녕 사전 통보 규정조차 없다.
독일의 경우 미군이 탄저균과 같은 위험한 물질을 무단 반입할 경우, 소파 규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장들이 강력한 경고를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소파 규정 미비 때문에 미군에 재발방지를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차제에 미국과 소파 협정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독일은 탄저균 같은 위험물질의 경우, 정부 승인을 받아야 반입할 수 있도록 미군과의 협정에 규정하고 있다"라면서 "우리도 사전승인 권한을 소파에 명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정호 변호사도 "독일 소파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국내법상 반입이 금지된 물품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국내법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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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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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탄저균 반입에 독일은 '발끈', 한국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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