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스텔라>의 '멍청이' 뮤직비디오 스틸컷.
CJ E&M
<데일리안>은 최근 스텔라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노출만 보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벗은 스텔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나는 여기에 현상의 배후 구조를 간파하는 예리한 저널리즘이나, 맥락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섬세함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쉽게 이중잣대 프레임을 씌우고, 개인 일탈로 몰아가는 소음만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틀렸다. 스텔라는 노력도 충분했고, 지금도 벗겨졌을 지언정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다. 그녀들은 이미 훌륭한 대중 뮤지션이다.
그녀들을 악순환 구조에서 꺼낼 대안은 존재한다. 가령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대중가요 팬문화를 돌이켜보자. 잠실경기장에서 '드림콘서트'가 열릴 때면, 각종 색깔 풍선들이 객석을 메웠다. H.O.T.는 하얀색, 신화는 오렌지색, god는 하늘색 풍선을 들고, '떼창'을 시전했다. 그리고는 스타와 팬 그리고 팬과 팬 사이의 유대감과 팬문화의 정체성이 생겨났다.
남성 아이돌을 중심으로, 이러한 팬덤 문화는 성숙된 가능성을 보였다. 기획사의 응원도구 독점 상품화에 저항해 자생적인 '팬아트'도 탄생했다. 또 동방신기가 13년 간 소속사와 맺은 전속계약해지를 할 땐, 팬들이 '불공정 노예계약 철폐' 운동을 하는 등. 스타의 입지와 발언권을 높여주기도 했다.
걸그룹은 어떨까? 한때는 듬직한 삼촌팬들이 건재했다. 그런데 소녀시대는 숙녀가 되고, 삼촌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진다. 물론, 소녀시대는 이미 성공했고 여전히 많은 팬이 있으니 큰 상관은 없다. 그러나 신생 걸그룹에게 남는 건 그녀들에게 손가락질 하면서도, '강렬함'을 탐닉하는 악플러들뿐이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는 이 부조리한 구조에 함께 저항할 수 있는, '강한' 팬덤이지 않을까. 현재 기준, 남성 아이돌 엑소의 팬카페 회원은 약 13만 명에 이른다. 반면, 스텔라의 팬카페 회원은 약 3500명이다. 지난 20일 <떨려요> 쇼케이스 막바지, 스텔라 멤버 전율이 진심을 담은 듯 말했다.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어요."울컥하는 느낌이 든 나는 스텔라 팬카페에 가입했다. 이제 언론은 보도행태를 반성해야 하고, 연예계는 시장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팬들은 이들을 견제해야 한다. 지금 그녀들에겐 털보 고릴라 같은 듬직한 삼촌팬들이 필요하다. 그때 그녀들은 '마리오네트'가 아닌 '팬바라기'가 될 것이다. 스텔라가 계속 자신들의 꿈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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