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관장님께서 덕이의 진로를 태권도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생각해보라고 권하게 되면 아마도 덕이는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freeimages
고모 : "덕아, 오늘 친구들과 함께 저녁 식사하면서 기분이 어땠어?"덕 : "좋아."고모 : "나도 즐거웠어. 특히 덕이가 좋아하니까 더 좋았단다. 덕아~ 덕이도 태권도관장님 말고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미간을 찌푸리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 또한 덕이에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자고 권하면서도 막상 덕이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나의 말에 힘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관장님의 입장에서는 덕이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아이들을 잘 지도하며 그 아이들의 가능성을 도와야 하므로 계속해서 특별히 덕이만을 애기 사범으로 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덕이가 태권도 관장님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렇다고 태권도 관장님께 또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었다. 만약 관장님께서 덕이의 진로를 태권도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생각해보라고 권하게 되면 아마도 덕이는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덕이가 느낄 배신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서적인 슬픔 등을 고려해 본다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덕이가 상처를 덜 받으면서 태권도 관장님이 아닌 다른 직업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고모 : "덕아, 태권도에서 직접 쌀을 씻고 밥을 해서 상을 차리고 식사 후에 설거지를 하는 덕이를 보면서 고모는 덕이가 아마도 요리를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단다. 덕이는 관장님과 사범님들을 위해서 요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 재미있니?"덕 : "응."고모 : "특히 지난번에 관장님들을 집에 초대해 덕이가 직접 김치볶음밥을 했을 때 다들 맛있다고 하셨잖아. 할머니와 나 또한 그런 덕이 모습이 좋아 보였어. 덕이가 지금 애기 사범을 하면서 요리사에 대해 알아보면 어떨까?"덕 : "싫어."고모 : "'싫다'라고 말하는 덕이를 고모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덕이는 지금까지 요리사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는데 고모가 이런 말을 하니까 그런 거니?"덕 : "응."고모 : "고모 또한 이런 말을 하기가 사실 쉽거나 마음 편하지는 않단다. 그러나 어쩌면 덕이가 다양한 재능을 지니고 있을 것 같아서 권해보는 거야. 요즘 덕이가 좋아하는 만화 <요리왕 비룡>처럼."덕 : "싫어."고모 : "어? 싫어?... 나는 덕이가 요리사도 되고 애기 사범도 하면 좋을 것 같은데."내가 자꾸 덕이에게 관장님이 아닌 다른 것을 해보자고 권하다 보니까 덕이가 몹시 혼란스러워하는 듯하다. 나는 권하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아마도 덕이는 어떻게 해서라도 다른 직업에 관심 두게 하려는 나의 의도를 알아채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심 마음이 무거웠다. 한편 솔직한 심정으로는 덕이가 나의 마음을 알아채 주길 바랐다. 이 정도로 하고 덕이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저녁 덕이가 태권도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고 있을 시간에 관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덕이가 태권도 관장님께 불쑥 이런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고모는 거짓말쟁이에요"라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덕이에게 요리사 권했다가... "고모는 거짓말쟁이"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