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메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초청으로 열린 제3회 모의국가 오픈 특강에서 '내각의 구성과 의사소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남소연
유 전 장관은 특히 장관 업무 중 "청와대와 대통령, 참모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성공적 정무수행의 5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모든 일을 보고받지는 못하는 만큼, 주요 정보를 요약·전달하는 비서진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패한 소통 사례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꼽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 참모를 '청와대 얼라들(어린이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지칭해 논란을 빚었다.
"'장관이 대통령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최근 박 대통령이 '개인행보하지 마라'는 게 그런 얘기예요. 밀려난 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얼라'를 통해 청와대를 굉장히 무시하고 자극했습니다, 일반 국회의원은 '청와대 얼라'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장관은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아무래도 유승민 의원은 이번 정부에서 장관 하긴 어렵지 않을까…(웃음)."그는 성공하는 장관의 조건으로 '갈등조정능력'과 '조직 장악력'을 우선시했다. 매우 중요한 법안이라도, 관련 이익단체의 반발이나 유관 부처와의 갈등, 또는 국회의 비협조로 성사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설명이 따라왔다.
"장관은 이해관계가 있는 부처들의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매뉴얼에도 장관 역할 중 가장 첫 번째로 '갈등조정'이 나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걸 잘 못 하면 조직 장악력이 떨어져 존중받기 어렵죠. 그러기 위해선 인사를 공정하게 하고, 사익보다 공익을 중시, 또 원칙과 합의사항을 그대로 지키는 게 필요합니다."이어진 질의·응답시간, 유 전 장관은 최근 메르스 사태와 관련 "평택성모병원을 바로 폐쇄했어야 한다"며 정부 대처에 아쉬움을 표했다. 질문자의 질문은 '이번에 박원순 시장이 능동적으로 대처한 것 같다, 장관은 지방정부와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하나'였다. 박 시장은 메르스 첫 확진판정 후 2주째인 6월 4일 긴급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그건 상황의 위험성을 어떻게 인지했느냐의 차이죠. (…) 이번에 평택성모병원은 (확진 환자 발생 후) 바로 격리하고, 병원을 폐쇄했어야 해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도 바로 폐쇄했어야 하는데, 그럼 망하거나 적어도 손실이 엄청났겠죠. 그래도 상황이 심각할 땐 복지부 장관이 '책임진다'고 하고 밀어붙이면 되는 거예요. 장관이 바로 결정하기 어려우면, 대통령이 긴급명령이라도 하든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작년 5~6월 매출자료 있잖아요. 그에 맞춰 손해액 주기로 했으면 아마 몇백억 원에서 끝났을 거예요. 근데 그걸 안 했기 때문에 2/4분기 소비가 급감해서 민간기업과 가계에 어마어마한 사회적 손실이 있었죠. 정부는 부처 장부가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민간에서 더 큰 손실을 피할 수 있으면 그걸 해야죠.(…) 이번 메르스 사태는 실무진들보다는 리더들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유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대응력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보건복지부에, 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에 책임을 맡기고, 자체 통제가 안 되다 보니 관련 학회장이 나와 브리핑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강연을 마치면서,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메르스 사태뿐 아니라 정부의 위기 대응 방법을 평가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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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장관이 뺑뺑이 돌면 그 부처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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