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녀가 문제아? 기막힌 소통법 4가지

[10만인클럽 특강 97회] 사회혁신가 명성진 목사가 말하는 ‘나답게 사는 법’

등록 2015.08.05 14:55수정 2015.08.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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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 명성진 목사가 29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97회 10만인클럽 특강을 갖고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강연했다.
'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 명성진 목사가 29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97회 10만인클럽 특강을 갖고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강연했다.이종호

"여러분은 대단히 소중합니다."

명성진 목사의 클로징멘트였다.
좌중은 조용했다.
그러자 한 번 더 묻는다.
"제 말이 입바른 소리처럼 들리세요?"
"네." 
사회자가 반응했다.

"섭섭하네요. 진짠데…."
잠시, 강연장은 썰렁~해졌지만 명 목사의 말은 이어졌다.

"제 아이들도 처음엔 입바른 소리로 듣더라구요. 그런데 더 시간이 지나니까 이렇게 말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만나면서 제 메시지는 한 가지였어요.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며, 소중하게 받아들여질 권리가 있으며, 소중하게 대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거나 가난하다고 생략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언어로, 삶으로 표출한다면 행복 에너지가 넘쳐날 수 있습니다."

2시간 강연은 이렇게 갈무리되었다. 청중 중에는 가족 참가자가 꽤 많았다. 함평에서 올라온 아버지와 고3 아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온 엄마, 아빠, 그리고 50대 부부 등. 이들의 몰입이 강연장을 꽉 채웠지만, 실체는 쉽게 파악되지 않았다. 문득, 한 상업광고의 카피가 떠올랐다.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맞다. '당신은 소중합니다'라는 말은 얼마나 흔한가. 노래도 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하지만 현실은? 두 말할 필요 없다. 우리는 알고 있다. 소중함은커녕 무시와 폭력이 판치는 세상임을. 부모조차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강요하고 주입한다.


저 아이가 갖고 있는 소중함을 제발 내가 볼 수 있기를

7월 29일 저녁, 10만인클럽 97회 특강은 "넌 그런 놈이 아니잖아-나답게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명성진 목사('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의 강연이 열렸다. 세상을 품은 아이들(이하 '세품아')은 부천, 인천 지역의 위기 청소년들에게 음악 등 창의적인 문화예술 교육에 기반해 치유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명 목사는 지난 10여 년의 활동으로 청소년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등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실행한 공로로 지난해 '아쇼카 펠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뒤 안산으로 이주해 '이웃'이라는 치유공동체를 마련해 활동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와 함께 사회혁신가로 선정된 것.


명 목사를 10만인클럽 특강에 초대한 이유는 그가 목회자라서가 아니라 '교육자'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교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 단체에서 일한 전문가도 아니다. 그는 손사래를 친다. "굳이 제 정체성을 말한다면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빈자리를 채워주는 아버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아이들을 "내 자식", "내 아들"이라고 불렀다.

"처음엔 명씨 성을 가진 두 아들이 전부였지만 언젠가부터 또 다른 아들딸들이 보이게 된 거죠. 제가 특별히 착하거나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보였어요."

첫 시작은 이랬다. 노숙하는 아이를 봤고 그 모습이 안타까워 집에 데려와 씻기고 먹이고 재웠다. 같은 또래의 자기 아들이 입던 옷을 입혔고, 식구들과 같은 밥상에 앉아 먹었고, 늦은밤 "목사님, 배고파요"하면 "라면 먹자"하면서 그냥 그렇게 '함께' 살았다. 얼추 사람 꼴이 만들어진 뒤, 목사는 이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갔다. 그 때 봤다. 이 아이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를. 복도에서 만난 선생님은 "데려오면 뭐해? 또 나갈 텐데"라며 혀를 찼고, 집으로 데려갔을 때 어머니는 "길거리가 그렇게 좋으면 나가 살아"라며 문을 열지 않았다. 아이와 돌아오는 길, 목사는 등을 툭툭 두드리며 한마디 건넸다.

"너 기분 엿 같겠다. 야~."

또 한 명의 아이를 부모가 데리고 왔다. '인간쓰레기'같은 아이였다. 마주 앉은 뒤 명 목사가 건넨 첫 인사.

"이야~ 눈빛 살아 있네."

이 한마디에 아이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를 만날 때마다 명 목사가 하는 기도가 있다. "하나님, 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걸 제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여주세요." 그것은 그가 사람을 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누구나 이 세상과 맞먹을 존귀한 가치를 지니고 태어납니다.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세상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너는 쓰레기야, 쓸모없어' 라고 세뇌되어 정말 자기가 그런 줄 알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목표로 하는 것은 '너답게 살아라'입니다. 아이마다 자기다움을 회복하는 것, 그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제 친구 데려와도 돼요?"라며 문제의 아이가 또 다른 문제의 아이들 데려오는 식으로 아이들은 신뢰를 표시했고, 100여 명이 명 목사의 품을 거쳐갔다. 현재 '세품아 공동체'에는 30여 명의 아이들과 교사가 패밀리십을 나누고 있다.

'좋은데~ 들어보면 정말 좋은데~' 표현이 쉽지 않은 명성진 특강을 '10대와 4가지 소통법'이라는 주제로 재구성했다.

#1. 아는 척, 이해하는 척 안 하고 '들어주기'

저는 남들에게 잘 물어봅니다. 모르면 물어봐야지요. 피를 철철 흘리면서 죽어가는 아이들의 아픔을 봤지만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조언도 구하고 책도 읽고 잘 안되면 연구하고 또 해보고…. 그 과정을 10년 이상 겪다 보니 제가 물으러 가는 것보다 사람들이 저에게 물어오는 경우가 많아지더군요. 어느 순간 청소년전문가 소리도 듣게 됐구요. 구치소나 소년분류심사원 같은 곳에서 '국선'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아이들을 '덜 아프게' 하는 겁니다. 핵심은 주저리주저리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거지요. 근데 이때 어른들 입이 간지럽지요? '그게 아니구. 그건 말야.' 안됩니다. 입을 확 꿰매버리셔야 합니다.(웃음) "너 열 받았겠다~" 정도의 추임새는 좋습니다.

상처는 아물지만 치유는 잘 안 됩니다. '치유는 없다. 그 아픔과 함께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라는 말, 정말 맞아요. 저도 어느 순간 옛 아픔과 상처가 치고 올라가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른인 저도 그런데, 목사라서 '주여~' 기도로 다스릴 수 있는 저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다만, 아픔에 공감해 주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섣불리 이해하는 척하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거예요. '그래 내가 다 알아, 니 맘 다 알아.' 압니까? 모르잖아요!
     
 '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 명성진 목사가 29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97회 10만인클럽 특강을 갖고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강연했다.
'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 명성진 목사가 29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97회 10만인클럽 특강을 갖고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강연했다.이종호

#2. 시험 잘 봤다고 '칭찬'하면 위험해?

아이들은 받아들이는 언어체계가 다릅니다. 아이가 100점을 맞아오면 엄마는 너무 기쁘죠. 그래서 막 칭찬을 합니다. 그 순간은 아이도 너무 좋아하지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이에겐 '시험을 못 보거나 말을 안 들으면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라는 믿음체계가 형성됩니다. 시험을 잘 봤기 때문에 자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부모들이 그렇게 대하죠. 여러분은 자식을 왜 사랑합니까? 이유가 있으면 이상한 거 아닌가요? 그냥 내 아들이어서, 내 딸이어서 사랑하는 거 아닌가요?

제 경험입니다. 아들이 시험치고 돌아온 날,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놀라더군요. '아빠 아직 성적 안 나왔는데?'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선물을 주는 건 그냥 네가 내 아들이기 때문이야'라고요. 시험을 잘 보든 못 모든 변하지 않는 녀석의 존재 가치를 그냥 인정해주면 아이는 안정감을 찾습니다.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그 안정감이 없어요. 그래서 엄청난 비용이 듦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힐링캠프'를 보냅니다. 몽골 초원 같이 전화도 안 되고 세상과 철저히 차단된 곳에 보름 정도 확 풀어놓으면 비로소 자기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지요. 2천3백 킬로미터를, 4박 5일 정도는 말로 이동해야 하고, 음식 조달도 어려운 그 죽음의 체험에서 아이들은 놀랍게도 살아납니다.

아이들이 저를 '또라이 목사'라고 부릅니다. 제가 늘 이렇게 말하거든요. '너 때문에 세상은 아름다워질 거고, 너 때문에 이 나라 이 민족이 살아날 거고….'(웃음) 그래도 저는 계속합니다. 반복적으로, 진지하게. 그럼 아이들도 믿어요. 그렇게 자아상이 형성되면 행동이 나오기 시작하죠.

#3. 양복으로 갈아입고 '야단치기'

죄를 깨닫지 못할 때는 야단을 쳐야 해요. 그렇지만 자기 잘못을 알고 고치려는 사람에겐 야단치면 안 됩니다. 왜 안 되는지 아시지요? 나도 잘 안 돼서 미치겠는데 야단치면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입니다. 더 열 받아서 아이는 튀어나가죠.

우리 안에 두 가지 마음이 있어요. 과거의 잘못된 습관으로 돌아가려는 마음과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마음. 필요한 건 후자를 향한 위로와 격려입니다. 제가 데리고 있다가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내면 다시 부모와 문제가 생겨서 돌아옵니다. 부모들의 실수가 뭐냐면, 아이는 노력하고 있는데 엄마, 아빠의 눈에는 아이의 변하지 않은 '행동'이 보이지, 변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안 보이는 거예요. 

유대인들은 자식을 야단치기 전에 아버지가 양복으로 차려입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화를 누그러뜨릴 시간을 갖는 것이지요. 사고를 치고 집에 들어올 때 아이는 이미 부모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을 하고 방어막을 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대수롭지 않게 밥상에 앉아 즐겁게 밥을 먹으며 아이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전달하는 겁니다. 그런 뒤 말미에 충고를 얹으면, 아이는 받아들입니다. 격려는 길게, 야단은 짧게.

#4. '기다림'의 마법을 믿어라

마음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뀝니다. 그 마음은 우선 감정을 잘 보듬어줄 때 자라납니다. 학원 강사들, 기가 막히게 말 잘하잖아요. 아이들이 말 잘하는 사람의 말을 들을까요? 아이들은 옳은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선생님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진리가 아닌 겁니다.

제 삶에 큰 위기가 닥친 적이 있어요. 재비행. 제자리로 돌아왔던 아이들이 다시 더 나빠지는 거예요. 제 꼴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공황장애도 심해지고 우울증으로 엄청 고통스러웠어요. 그때 저를 들여다봤죠. 시커먼 화가 있더라구요. '청소년전문가 명성진'이 실패를 한 거잖아요. 저 자신이 혐오스러웠죠. 내가 화난 건 아이들이 망가져서가 아니라 내가 실패했기 때문이었어요. 가슴을 치고 많이 울었습니다. 오랜 시간 기도와 고민 끝에 이런 답을 얻었지요. '네가 재비행해도 상관없어. 너는 나랑 함께 갈 거야. 네가 재비행하는 말든 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그걸로 정리되더라구요. 편안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더 깊은 곳에서, 더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더라구요. 더욱 안정감을 느끼는 걸 봤지요. 몰랐습니다. 저와 함께 있으면서도 아이들은 늘 불안했다는 걸….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 '시간'이라는 마법을 믿지 않지요.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저는 상담 만능주의를 싫어합니다. 저희 아이들, 상담 명령 많이 받아봤습니다. 심리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이들이 다 외울 정도예요. 부모들은 내 아이가 상담센터에서 싹 고쳐져 왔으면 좋겠지요. 자동차를 수리공장에 맡기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프로그램에 의해 바뀌지 않아요.

 사회혁신가를 대상으로 한 '아쇼카 펠로'로 선정(2014년)된 명성진 목사(사진 아랫줄 오른쪽에서 네번째)는 '세상은 품은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청소년 치유 공동체를 꾸려 아이들, 교사들과 살고 있다.
사회혁신가를 대상으로 한 '아쇼카 펠로'로 선정(2014년)된 명성진 목사(사진 아랫줄 오른쪽에서 네번째)는 '세상은 품은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청소년 치유 공동체를 꾸려 아이들, 교사들과 살고 있다. 명성진

내가 사는 이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명 목사에게 한 청중이 물었다. 가장 값진 순간이 언제였냐고.

"바로 어제 일입니다. 세품아 1세대에 해당하는 아이인데 저와 처음 만났을 때 그 아이는 '은둔형 본드중독자'였습니다. 고아로 버려진 걸 할머니가 고아원에 가서 찾아와 어렵게 키운 아이죠. 이 아이를 우리 집에 데려왔는데 막 흙발로 들어와 냉장고 문부터 열고 함부로 행동해 제 가족도 버거워하던 아이였지요. 근데 지금은 그 아이가 캄보디아에서 한류스타가 됐어요. 어제 저와 영상통화를 하는데 까맣게 그을려서 '빤스'만 입고 막춤을 추면서 우리 집에서 하던 짓, 이불 뒤집어쓰고 놀던 짓을 재연하면서 '목사님~' 그러는데 제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세상의 바이러스였던 아이가 세상의 행복 바이러스가 된 거예요. 캄보디아 현지 청소년문화센터에서 노래와 춤을 가르치는데 수강생이 20명이나 된데요. 3개월 작정하고 갔는데 12월까지 있겠다더라구요. 어휴 망할 놈의 자식. 좀 일찍 말하지. 비행기 티켓값 또 들어가잖아요.(웃음) 이 아이들 덕분에 저 역시 존재감을 얻어요. 누군가의 비빌 언덕이 되는 삶, 그것이 제가 사는 이유입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동영상으로 확인하세요. 10만인클럽 회원으로 가입하면 특강 전체를 무료로 다운받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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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진 세상을품은아이들 대표 10만인클럽 특강 ⓒ 최인성


'세상을 품은 아이들' 후원하기 (문의: 032-672-4620)

○ 편집ㅣ손병관 기자

#10만인클럽 #명성진 #세품아 #아쇼카 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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