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 명성진 목사가 29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97회 10만인클럽 특강을 갖고 ‘나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강연했다.
이종호
"여러분은 대단히 소중합니다."
명성진 목사의 클로징멘트였다.
좌중은 조용했다.
그러자 한 번 더 묻는다.
"제 말이 입바른 소리처럼 들리세요?""네." 사회자가 반응했다.
"섭섭하네요. 진짠데…."잠시, 강연장은 썰렁~해졌지만 명 목사의 말은 이어졌다.
"제 아이들도 처음엔 입바른 소리로 듣더라구요. 그런데 더 시간이 지나니까 이렇게 말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과 만나면서 제 메시지는 한 가지였어요.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며, 소중하게 받아들여질 권리가 있으며, 소중하게 대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리다고 함부로 대하거나 가난하다고 생략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언어로, 삶으로 표출한다면 행복 에너지가 넘쳐날 수 있습니다."2시간 강연은 이렇게 갈무리되었다. 청중 중에는 가족 참가자가 꽤 많았다. 함평에서 올라온 아버지와 고3 아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온 엄마, 아빠, 그리고 50대 부부 등. 이들의 몰입이 강연장을 꽉 채웠지만, 실체는 쉽게 파악되지 않았다. 문득, 한 상업광고의 카피가 떠올랐다.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맞다. '당신은 소중합니다'라는 말은 얼마나 흔한가. 노래도 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하지만 현실은? 두 말할 필요 없다. 우리는 알고 있다. 소중함은커녕 무시와 폭력이 판치는 세상임을. 부모조차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강요하고 주입한다.
저 아이가 갖고 있는 소중함을 제발 내가 볼 수 있기를7월 29일 저녁, 10만인클럽 97회 특강은 "넌 그런 놈이 아니잖아-나답게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명성진 목사('세상을 품은 아이들' 대표)의 강연이 열렸다. 세상을 품은 아이들(이하 '세품아')은 부천, 인천 지역의 위기 청소년들에게 음악 등 창의적인 문화예술 교육에 기반해 치유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명 목사는 지난 10여 년의 활동으로 청소년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등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실행한 공로로 지난해 '아쇼카 펠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뒤 안산으로 이주해 '이웃'이라는 치유공동체를 마련해 활동하고 있는 정혜신 박사와 함께 사회혁신가로 선정된 것.
명 목사를 10만인클럽 특강에 초대한 이유는 그가 목회자라서가 아니라 '교육자'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교사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 단체에서 일한 전문가도 아니다. 그는 손사래를 친다. "굳이 제 정체성을 말한다면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빈자리를 채워주는 아버지"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아이들을 "내 자식", "내 아들"이라고 불렀다.
"처음엔 명씨 성을 가진 두 아들이 전부였지만 언젠가부터 또 다른 아들딸들이 보이게 된 거죠. 제가 특별히 착하거나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보였어요."첫 시작은 이랬다. 노숙하는 아이를 봤고 그 모습이 안타까워 집에 데려와 씻기고 먹이고 재웠다. 같은 또래의 자기 아들이 입던 옷을 입혔고, 식구들과 같은 밥상에 앉아 먹었고, 늦은밤 "목사님, 배고파요"하면 "라면 먹자"하면서 그냥 그렇게 '함께' 살았다. 얼추 사람 꼴이 만들어진 뒤, 목사는 이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갔다. 그 때 봤다. 이 아이를 대하는 세상의 태도를. 복도에서 만난 선생님은 "데려오면 뭐해? 또 나갈 텐데"라며 혀를 찼고, 집으로 데려갔을 때 어머니는 "길거리가 그렇게 좋으면 나가 살아"라며 문을 열지 않았다. 아이와 돌아오는 길, 목사는 등을 툭툭 두드리며 한마디 건넸다.
"너 기분 엿 같겠다. 야~." 또 한 명의 아이를 부모가 데리고 왔다. '인간쓰레기'같은 아이였다. 마주 앉은 뒤 명 목사가 건넨 첫 인사.
"이야~ 눈빛 살아 있네."이 한마디에 아이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는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를 만날 때마다 명 목사가 하는 기도가 있다. "하나님, 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걸 제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여주세요." 그것은 그가 사람을 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됐다.
"누구나 이 세상과 맞먹을 존귀한 가치를 지니고 태어납니다.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세상이 인정하지 않으면서 '너는 쓰레기야, 쓸모없어' 라고 세뇌되어 정말 자기가 그런 줄 알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제가 목표로 하는 것은 '너답게 살아라'입니다. 아이마다 자기다움을 회복하는 것, 그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제 친구 데려와도 돼요?"라며 문제의 아이가 또 다른 문제의 아이들 데려오는 식으로 아이들은 신뢰를 표시했고, 100여 명이 명 목사의 품을 거쳐갔다. 현재 '세품아 공동체'에는 30여 명의 아이들과 교사가 패밀리십을 나누고 있다.
'좋은데~ 들어보면 정말 좋은데~' 표현이 쉽지 않은 명성진 특강을 '10대와 4가지 소통법'이라는 주제로 재구성했다.
#1. 아는 척, 이해하는 척 안 하고 '들어주기' 저는 남들에게 잘 물어봅니다. 모르면 물어봐야지요. 피를 철철 흘리면서 죽어가는 아이들의 아픔을 봤지만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조언도 구하고 책도 읽고 잘 안되면 연구하고 또 해보고…. 그 과정을 10년 이상 겪다 보니 제가 물으러 가는 것보다 사람들이 저에게 물어오는 경우가 많아지더군요. 어느 순간 청소년전문가 소리도 듣게 됐구요. 구치소나 소년분류심사원 같은 곳에서 '국선'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아이들을 '덜 아프게' 하는 겁니다. 핵심은 주저리주저리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거지요. 근데 이때 어른들 입이 간지럽지요? '그게 아니구. 그건 말야.' 안됩니다. 입을 확 꿰매버리셔야 합니다.(웃음) "너 열 받았겠다~" 정도의 추임새는 좋습니다.
상처는 아물지만 치유는 잘 안 됩니다. '치유는 없다. 그 아픔과 함께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라는 말, 정말 맞아요. 저도 어느 순간 옛 아픔과 상처가 치고 올라가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른인 저도 그런데, 목사라서 '주여~' 기도로 다스릴 수 있는 저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다만, 아픔에 공감해 주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섣불리 이해하는 척하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거예요. '그래 내가 다 알아, 니 맘 다 알아.' 압니까?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