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접 "너는 태권도 관장님이 될 수 없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덕이가 점차 알아가길 바랐다.
freeimages
덕이 입장에서는 요즘에 이런 생각을 지닐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지 모를 '태권도 관장'님이 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불안'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정확한 원인을 모른채 느끼게 되는 소위 '막연한 불안'이라고 한다.
태권도 관장님의 탁월한 운영원칙과 운영방법으로 태권도관에 아이들이 점점 늘어났다(덕이 관장님은 점차 태권도관 여섯 곳을 운영). 똑똑한 또래들 그리고 머리 좋고 눈치 빠른 동생들이 무더기로 들어왔다. 그래서 덕이도 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태권도관 동생들이 유치원을 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만 하면 덕이의 지도를 싫어하고 무시한다는 것을. 태권도관을 가끔 방문했던 고모인 나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직접 "너는 태권도 관장님이 될 수 없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덕이가 점차 알아가길 바랐다. 특히 갑작스럽게 놀라거나 불편한 상황은 회복된 덕이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었다. 그러므로 더욱 조심스러웠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덕이가 어린아이처럼 "나는 태권도 관장님이 될 거예요"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들의 시선은 덕이를 있는 그대로 보았다. 사람들의 태도가 아이를 존중해 주는 쪽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덕이가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아주고 싶었다.
고모 : "사랑하는 덕아, 고모가 요즘 덕이에게 다른 직업도 생각해 보자고 권해서 화가 난 거니?"덕 : "..."고모 : "고모가 이런 말을 하면 덕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덕이가 충분히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 혹시 그런 거니?"덕 : "..."고모 : "다른 친구들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꿈이 바뀌었다고 하면 덕이도 바꾸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덕이도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할 수도 있을 것 같아."덕 : (나를 빤~히 바라본다)고모 : "직업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건강하고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이야. 그래서 많은 사람이 덕이와 같은 사춘기에는 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하고 직업에 대하여 생각을 한단다. 할머니, 태권도 관장님, 그리고 고모도 그랬고..."이쯤 이야기하고 덕이를 살펴보았다. 어느 정도 덕이의 굳었던 표정이 풀리는 듯했다.
고모 : "그러니까 덕아. 덕이가 지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고모에 대하여 불편한 감정이 오래가도 괜찮아. 덕이가 나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이 들든지 네가 그렇다면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해. 고모는 덕이를 사랑하니까 네 모습 그대로 존중해주고, 지켜주고, 함께 할 거야."덕이가 자신(어쩌면 많은 도움이 필요하고, 남을 지도하기 보다는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가장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을 텐데... 덕이 스스로 남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까지, 덕이는 얼마나 아파야 할까. 눈물이 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고모에게 반항하는 덕이, 오히려 고마웠던 이유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