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공존을 위한 세계 지성들과의 릴레이 인터뷰 <문명, 그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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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불안한 나날이다. 넘기지 못할 음식물이 식도를 막은 듯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북스러움이 스민다. 하루에도 몇 번 '지금 우리는 옳게 가고 있는 건가'라는 상념이 머리를 스친다. 이런 이질감이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는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안함을 표출한다.
마치 고도성장만 이루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채찍질에 스스로를 '소모'하며 달려왔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에 가까워졌고, 별로 수긍은 가지 않지만 '국격'은 높아졌단다. 궁금하다. 지금 우리가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는 길은 어디로 향하는가.
저널리스트 안희경은 바로 그 답을 찾아 22만 리에 달하는 인터뷰 여정을 떠났다. 책 <문명, 그 길을 묻다>(이야기가 있는 집)는 그 결과물이다. 거인들의 목소리가 가슴을 친다. 그래, 현재의 상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 곧 대책을 실천하는 시작이다.
'식인적인 세계질서'가 아이들을 '암살'한다결론부터 살짝 공개하자면, 아직 늦지 않았다. 다만, 행동은 각자의 몫이다.
인터뷰의 시작을 연 미국 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처음부터 '돌직구'를 날린다. 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지 50년뿐이라고 강조한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은 남은 시간동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생산에 맞춰 소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71억 인구가 있지만 120억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된다. 그럼에도 매일 기아로 5만7000명이 죽는다. 그는 "아이들이 암살당하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범인은 "동족을 잡아먹는 식인적인 세계질서"다.
장 지글러 제네바대 교수도 비슷한 점을 지적한다. 그는 UN의 194개 주권국 가운데 121개국은 식량자급도, 식량주권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식량자급 국가는 아니지만 식량주권을 획득한 나라다.
식량자급은 '국경 안에 있는 인구에게 영양을 공급할 만큼의 식량을 생산한다는 의미'이고, 식량주권은 '식량자급의 실질적인 능력과 달리 금융적·경제적으로 인구를 먹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별을 망쳐놓고 다른 별을 찾겠다고요? 이것은 답이 아닙니다. 지구의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별은 이 은하계에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은하계에서 별을 찾아야 한다고요? 그 먼 곳까지 언제 도달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불가능에 도전하라고 말하기보다는 지금 우리 별을 망가뜨리는 모든 일을 중단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 제래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저자"우리 모두가 발전소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