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에 보여준 김재춘의 표정은 그가 지닌 다양한 아이디어만큼이나 변화무쌍했다. 그중 한 컷.
박형숙
내가 기부하는 4가지 기준 그에게 기부는 이미 생활이다. 가령 여동생이 아이를 낳아 조카가 생겼다. 그 기쁨을 김재춘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야~ 축하한다. 내가 영험한 부적하나 보내 줄테니 돈이나 좀 내라. 그러고선 해외아동돕기 후원신청서를 보냈다. 네 아이에게 가장 좋은 부적은 너 같은 부모도 없이 먹고 살기 힘든 아이를 도와주는 거다. 그것만한 건강소원, 행복소원 부적이 어디 있냐. '원 플러스 원'이라고 생각해라.(웃음) 삼촌인 내가 조카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이거 같다."동생의 반응은? 흔쾌한 예스(Yes)다.
"오빠가 하라는데 해야지~."(웃음)이런 확신에 찬 행동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기획이 너한테도 좋고 나한테도 좋고 세상에도 좋다는 확신이면 된다."그렇다면, 모금가의 보람은?
"사람을 설득하고 뭔가를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이 크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는 내 믿음이 실현된 거니까. 이렇게 계속하면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꿈을 향해 나갈 수 있으니까. 나한테도 이로우니까 할 수 있는 거다."거절의 두려움 피하는 주문 4계
김재춘 스스로 말하길 '자의식 강한 A형'. 함부로 부탁 못하던 그가 기부자를 향해 당당하게 부탁하는 방법을 터득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마음속으로 외우는 자기 위로 주문이다. 첫째. '괜찮다 니 돈 아니다' 내가 쓰자고 달라는 것 아니다. 남을 위해, 세상 위해 쓴다고 하는 것이니 네가 쪽팔릴 것 없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하라. 둘째. '괜찮다 안 때린다' 내가 모금 과정에서 겪을 최악의 상황은 그냥 '노우(No)'이다. 그게 뭐 그리 아픈가. 당신이 말하면 상대가 다 들어줘야 하나? 셋째. '괜찮다 어차피 어려운 일이다.' 남의 돈 얻어내기 원래 어렵다. 내가 잘 하면 남이 줄 거라는 생각 버려라.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당연한 거다.넷째. '괜찮다 존중해라' 내가 기부 별로 안한다고 비난받을 이유 없듯이, 그 사람 역시 거절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존중받아야 한다. 기부자의 거절에 대한 존중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그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사는 방법도 '기부자'스럽다. 이런 식이다. 어느 날 자신의 페이스북(
www.facebook.com/tala0316)에 "무료 커피 쏩니다"라는 글을 올린다.
"서울역 카페 'Bean자리'에 왔어요.사회적 기업 성공하길 바랍니다.해서 10만 원 포인트 적립해 두었습니다. 사회적 경제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 제 이름 말하시고 주문하시면, 10만원 포인트 소진 때까지 공짜!!(지금 소셜 섹터 분들께 50% 할인 이벤트한다니, 20만 원 어치 마실 수 있음.)먼저 드시는 분이 임자. 즐!!"댓글에는 줄줄이 "완전 멋쟁이~", "잘 먹겠습니다", "나도 가봐야지" 등 훈훈함이 넘쳐난다. 그야말로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세상도 좋아지는 일석 삼조의 회식 방법이다. 영화 관람도 기부 방식이다.
영화 <소수의견>의 경우, 영화 취지도 공감했지만 무엇보다 대학동기였던 감독과 '영화 개봉하면 지인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덕에 40명의 페북 친구들이 영화를 보고 자발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홍보가 기부의 조건이었다.(웃음)
골리앗에 맞설 다윗의 지혜를 찾습니다돈 없이도 가능하다. 재능 기부의 방법. 최근 그가 벌인 일이 또 있다. 사연인 즉.
"몇 년 전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들을 모시고 진행한 모금 워크숍에서 좀 놀랐습니다. 많은 곳들이 매우 적은 정기후원자(평균 30명 선) 뿐이었고, 스스로가 모금 명분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세상에!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과 식사, 돌봄을 제공하자는 곳이 명분이 약하다구요? ㅜㅜ). 안정적 재정 확보가 필요하지만 너무 열악한 환경(3명 이하 근무)에서 일하고 있어서 후원모금 활동은 엄두도 못내고 계시는 거죠. 충격 받은 제가 괜한 객기로 '반드시 내가 기부해서라도 당신들에게 따라만 하면 되는 모금 프로그램을 개발해주겠다'라고 약속한 게 화근이었습니다."그렇게 '허세'로 시작한 일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전국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한 소규모 복지시설들에게 '돈 되는 참고서'가 될 만한 모금 액션플랜을 작성하고 있고, 뜻 있는 참여자, 돈 있는 후원자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김재춘 페북 참조).
"혼자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싶지도 않구요."인터뷰 말미에 그는 미공개 기부프로그램을 하나 털어놨다. 이름하여 '다윗 프로젝트'.
"4대강은 왜 저 모양이 됐을까? 환경운동가들과 시민사회가 총력전을 벌이다시피 했지만 왜 저지에 실패했을까? 4대강 국정조사에 찬성하는 여론이 80%에 달하는데 말이다. 진짜 난 궁금하다. 그래서 틈틈이 돈을 모았다. 얼추 3천만 원이 된다. 내 기부금을 털어서 그 실패 원인과 성공방법을 찾아낼 연구자를 찾고 싶다.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완벽한 권력자,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 즉 골리앗에 맞서 우리는 늘 질 수밖에 없을까? 이기는 대중전략은 불가능할까? 전례는 없는 걸까? 내 능력으로는 못하니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지원하고 싶다. 결과물이 페이퍼(보고서)로 안 나와도 좋다. 나에게 영감만 줘도 좋고, 또 여럿이 공유회를 가져도 좋다. 돈이 부족하면 후원자를 더 찾으러 다닐 거다. 골리앗을 이길 지혜의 소유자, 다윗은 분명히 있을 거다."될까? or 된다!
'김재춘 어투'로 마무리 해보자.
"자... 이제 갑니다!!! 힘을 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