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제막식 못 간 박숙이 할머니 "내 신세가..."

남해군청, 숙이공원 평화의소녀상 제막... 박 할머니, 건강 때문에 참석 못해

등록 2015.08.14 15:45수정 2015.08.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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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남해군은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 남해 출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이곳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워 14일 제막식을 가졌다.
경남 남해군은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 남해 출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이곳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워 14일 제막식을 가졌다.남해여성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숙이(93)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에 세워진 '평화의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건강 때문에 갈 수 없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기림일인 14일 오전 경남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서는 평화의소녀상 제막식이 열렸다. 남해군청은 예산 4000만 원을 들여 소녀상을 세우고, 이곳을 '숙이공원'이라 부르기로 했다.

박숙이 할머니는 16살 때 남해군 고현면 바닷가로 바래(조개캐기)를 가는 길에 외사촌과 함께 강제로 일본경찰에 끌려갔다. 박 할머니는 일본 나고야를 거쳐 중국 만주에서 7년간 위안부 생활을 했고, 외사촌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박 할머니는 다른 피해자들보다 늦은 2012년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해 남해여성회와 함께 지역 학교를 돌며 '찾아가는 강연'을 통해 자라나는 꿈나무들 앞에서 "일본에 이기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거나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할머니는 현재 남해지역의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다. 남해군은 박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평화의소녀상이 세워진 곳을 '숙이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평화의소녀상은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김서경 부부작가가 제작했다. 우리옷을 입은 소녀상 옆에 바래갈 때 사용하는 바구니와 호미를 넣어 박 할머니 사례를 형상화해 놓았다.

이날 제막식은 진혼굿에 이어 소녀상제막, 경과보고, 헌시낭독, 작품설명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남해여성회는 행사장 주변에 '일본군 위안부 사진전'과 '박숙이 할머니의 찾아가는 강연사업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헌시는 박 할머니가 일본경찰에 끌려갔을 때 나이인 16살의 소녀가 낭독했다.

"호미랑 소쿠리 끼고 바래 가던 날 난 너무도 참혹하게 떨어지고 말았다. 남의 땅 낯선 사람들 발길에 무참히 짓이겨지고 말았다 … 일본 제국주의의 모습으로 허울만 커다랗게 그리 오지 마라. 그저 한평생 서럽던 내 마음 따뜻한 가슴으로 훑어 내려 줄 그런 마음으로 오너라. 여기 숙이공원에서 이렇게 꼿꼿이 기다리고 있을구마."


헌시가 낭독되자 상당수 참가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또 참가자들은 꽃다발을 소녀상 옆에 갖다놓았다.

 경남 남해군은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 남해 출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이곳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워 14일 제막식을 가졌다. 박숙이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되어 이날 제막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
경남 남해군은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 남해 출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이곳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워 14일 제막식을 가졌다. 박숙이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되어 이날 제막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다.윤성효

남해군청은 박 할머니를 제막식에 모셔 증언을 듣고자 했지만 건강 때문에 참석할 수 없었다. 박 할머니는 집에서 지내다가 며칠 전 남해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날 흰저고리와 검정색 치마를 입고 참석했던 김정화 남해여성회 회장은 행사 뒤 꽃다발 하나를 들고 박 할머니에게 찾아가 제막식 내용을 전달했다.

김 회장은 "할머니는 제막식에 꼭 가보고 싶어 하셨다. 건강 때문에, 의사도 만류하고 해서 참석할 수 없었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꽃다발을 들고 갔더니 알아보시더라"고 전했다.

이어 "할머니는 저의 손을 잡고 오늘 행사 내용을 물어보시더라. 사람들 많이 왔더냐, 공원은 커더냐고 물어보셨다. 할머니는 '내 신세가 왜 이리 한심한지 모르겠다'는 말씀도 하셨다"며 "소녀상 주변을 좀 더 가꾸어야 할 것 같고, 이곳을 역사의 산교육장으로 삼도록 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경남 남해군은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 남해 출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이곳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워 14일 제막식을 가졌다.
경남 남해군은 남해여성인력개발센터 앞에 남해 출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박숙이 할머니의 이름을 딴 '숙이공원'을 조성하고 이곳에 '평화의소녀상'을 세워 14일 제막식을 가졌다.남해여성회

#일본군위안부 #평화의소녀상 #남해군청 #남해여성회 #박숙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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