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위안부 조형물', 이곳에 세우는 이유

오동동 문화광장 입구에서 오는 27일 제막식... '인권평화자주 다짐비' 명칭

등록 2015.08.22 10:57수정 2015.08.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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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오동동 지역이 함께 할 것이라 본다. 건물주와 상인들도 많이 와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시민 성금으로 세워진 '다짐비'를 아낄 것이라고 본다."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 이경희 공동대표는 21일 이같이 밝혔다. 추모조형물은 마산 오동동 시민문화광장 입구에 지난 15일 세워놓았고, 주변 정비작업을 벌인 뒤 오는 27일 제막식을 할 예정이다.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문화광장 입구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을 세워놓고 태극기로 둘러놓았다. 창동지역 일부 주민들이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줄것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문화광장 입구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을 세워놓고 태극기로 둘러놓았다. 창동지역 일부 주민들이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줄것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윤성효

건립추진위는 최근 추모조형물 명칭을 확정했다. '인권평화자주 다짐비'가 공식명칭이고, 줄여서 '다짐비'라 부르기로 했다. 일부에서 '소녀상' 내지 '평화의 소녀상'이라 부르는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추모조형물에 이 이름을 부르는 게 맞지 않다고 이경희 대표는 설명했다.

"소녀상은 쓰지 말아야 할 용어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 가운데는 소녀도 있었지만 소녀가 아닌 분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녀였기에 더 분노하고, 더 억울해 한다. 아직도 가부장적 남성중심 사회에서 '소녀'가 갖는 순결의 의미가 있다. 여성인권 쪽에서 보면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다. 그래서 조형물 이름에 그런 용어가 들어가는 게 맞지 않다고 보았다."

이경희 대표는 "그래서 우리가 붙인 명칭은 '인권자주평화 다짐비'다"며 "뼈아픈 역사를 절대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다짐과 미래에는 인권자주평화의 새 역사를 함께 만들자는 다짐을 하자는 것"이라 말했다.

'다짐비'가 세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시민들의 정성이 모아졌다. 이태 전부터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건립추진위를 결성하고, 모금운동을 벌여 총 1억 1000만 원을 모았다.

조형물 건립까지 우여곡절도 많아


우여곡절도 많았다. 창원시가 지난 2월 26일 건립추진위에 공문을 보내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165-24번지, 오동동 시민문화광장 입구에 다짐비를 세워도 된다는 공문을 보냈다. 다짐비 건립이 순탄하게 이루어질 것 같았지만, 지난 7월 말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오동동 일부 건물주와 상인들은 둘로 나뉘었다. 일부 주민들은 전통술집 거리인 오동동에 조형물을 세우는 게 맞지 않고, 취객이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더 넓고 쾌적한 장소에 세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기도 하고 1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이들은 다짐비를 세우기 위해 기초공사를 해놓은 곳에 차량을 주차해 놓아 공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문화광장 입구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을 세워놓고 태극기로 둘러놓았다. 창동지역 일부 주민들이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줄것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문화광장 입구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을 세워놓고 태극기로 둘러놓았다. 창동지역 일부 주민들이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줄것을 요구하는 펼침막을 내걸어 놓았다.윤성효

그러나 이곳에 다짐비가 건립되어야 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찬성측 주민들은 이곳에 조형물이 세워지면 많은 시민들이 볼 것이고, 보존을 위한 장치(CC-TV)를 할 수 있으며, 외지인들이 찾아와 오동동 일대 상권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물주와 상인들의 서명을 받아 창원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건립추진위는 지난 광복절 날에 다짐비를 가져와 세워놓고 태극기를 둘러놓았다. 반대 주민들은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어 놓고 있다.

왜 이곳에 다짐비를 세워야 하는가?

이경희 대표는 이곳에 다짐비가 세워져야 하는 이유는 많다고 했다.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

"옛 마산창원진해(2010년 창원시 통합) 가운데 일제식민지 시대에 수탈과 착취가 마산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일어났다. 마산창원진해 가운데 마산은 일본군위안부와 관련해 역사가 더 깊은 곳이다. 경남 일대에서 강제동원되었던 여성들이 일본과 중국 등 전쟁터로 보내질 때 마산이 중간 집결지였다."

이경희 대표는 민주화운동과 관련도 언급했다.

"일제식민지시대 때 마산 오동동 근처에, 주민운동을 했던 '민의서'가 있었다. 그 뒤 부정선거에 맞서 항거했던 3․15의거의 발원지이고,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던 불종거리와 인접해 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다짐비를 너무 한적한 곳에 세운다면 의미가 없다. 불종거리와 오동동은 사람의 왕래가 많다. 오동동 문화거리는 차량이 통행하지 않고 사람 왕래가 많기에 접근성도 좋다"며 "시민들이 편하게 와서 다짐비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역사유적지와 연계성도 크다는 것. 이 대표는 "인근에 6월항쟁과 민주화투쟁을 했던 불종거리와 육호광장이 있고, 3․15의거기념탑도 있으며, 경남도 문화재로 지정된 김주열열사 시신인양지도 가까이 있다"며 "다짐비가 세워지면 이들 지역과 함께 연계해서 현대사 탐방코스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들이 다짐비를 조용한 공원 안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경희 대표는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나가던 시민이 쳐다볼 수 있어야 한다"며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 다짐비가 세워지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 대표는 "그 분들도 다짐비가 훼손되고 오염되고, 모욕을 당할까봐 걱정한다. 그곳은 술집거리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의미가 있고 상징성이 깊은 곳"이라며 "술 드시는 분도 국민이고, 모르고 술 먹으러 왔다가 조형물을 보고 알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다짐비에 모욕을 주거나 훼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그분들이 걱정한다면 가장 열심히, 가장 잘 다짐비를 지켜주실 분들이라 본다"며 "오동동 주민들이 함께 하는 속에 제막식이 열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문화광장 입구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을 세워놓고 태극기로 둘러놓았다.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조형물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 문화광장 입구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을 세워놓고 태극기로 둘러놓았다. 윤성효

이경희 대표는 다짐비는 창원시의 정신적 자산이라 했다.

"시민단체들이 모금을 해서 세워졌다고 하지만, 크게 보면 창원시의 중요한 정신적 자산이다. 시민들이 그동안 들인 정성과 힘을 창원시가 잘 지켜내고, 잘 관리할 것이라 본다. 제막식도 창원시와 함께 하도록 하겠다."

창원지역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4명이 살고 있다. 3명은 병원에, 1명은 집에 있다. 이경희 대표는 할머니들을 모신 가운데 제막식을 하고 싶지만 건강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아직 할머니들한테 제막식에 대해 말씀 드리지 않았다. 며칠 사이 찾아 뵙고 말씀드릴 것이다. 이전에 조형물을 세우겠다고 했더니 할머니들은 좋아 하시면서도 어려운 일인데 잘 되겠느냐고 걱정도 하셨다. 다 건립되었다고 하면 기뻐하실 것이다. 제막식에 할머니들을 모시고 싶지만 건강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본군위안부 #창동문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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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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