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짜리 농산물, '개죽음' 당하는 농심

[짱짱의 농부일기1] 전업농부의 삶을 시작하다

등록 2015.08.24 11:43수정 2015.08.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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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크기는 농부로서의 삶에 많은 질문을 던졌다. 1만 평 농장에서 전업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 오창균


텃밭수준의 농사를 하다가 올해부터 축구경기장 몇 개 크기의 농장에서 전업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친환경적인 유기농업과 자본에 예속당하지 않고 자주적이고 자립적인 농사를 실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농사

그러나 주위에서는 '농사를 왜 어렵게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여러 가지 많은 것들과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은 예상했었다. 자주 봐야하는 이웃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내세우기보다는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점차 농장 주변의 정서에 익숙해지면서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사람들의 관계도 가깝거나 멀어지는 등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도 알았다.

적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 경력의 농부들에게 농사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좋은 공부도 없다. 그 경험들이 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들어주고 있다. 많은 이야기에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인정하기 어렵거나 가볍게 흘려 버릴것들도 많다.

요즘에는 오랜 농사 경력에 비해서 다양한 경험이 없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농사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병충해 없는 다수확의 비법(?)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 그것들의 대부분이 자연의 순환에 따른 것이 아닌 농자재 기업에게 의존하여 돈을 주고 농사를 짓는 농사라는 것을 알면서 씁쓸한 여운이 남기도 한다.

농사경력은 오래되어도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농사기술은 축적이 안 되고, 농약을 사용설명서에 나온 대로 잘 사용하는 기능인이 되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말했음에도 여전히 독성이 강한 '풀약'을 제품이름까지 알려주며 권한다. 돈 되는 농사를 하려면 화학비료를 써야 한다며, 그것도 비밀이라더니, 농자재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을 사다 쓰고 있음을 알고는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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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당혹스러울 때는 주변의 농민에게 농약을 받았을 때다. 농민의 잘못이 아니다. ⓒ 오창균


수십만원짜리 씨앗과 백원짜리 농산물


씨앗은 일회용 F1(1세대 씨앗) 변형종자에 오래전부터 익숙해져 있었다. 가격은 내 생각의 몇 배를 넘어가기도 해서 놀랐는데, 비싼종자를 써야 병충해에 강하고 상품경쟁력에서 이길 수 있다는 종자회사의 전략에 넘어가 있었다. 방문판매하듯이 농자재 회사의 영업사원들이 농장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토종종자에 대한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생산한 농산물 대부분을 경매시장으로 넘기다 보니 가격이 좋은 때를 알아야 하고, 작물선택도 한정적이다. 또한 시장에서 원하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멀쩡한 작물에 여러 가지 농약을 정기적으로 뿌려댄다. 때깔 좋고 더 크게 하는 호르몬 농약을 사용하는것도 농사 잘 짓는 비결로 통한다.

이렇게 돈을 써가며 건강을 위협 받으면서 농사를 지었음에도 스스로 '개죽음'이란 표현을 쓰는 농부도 있다. 알타리무 한단에 백원에 낙찰되었다는 문자를 받고는 며칠간 잠도 못자고 품값도 건지지 못한 화를 다스리느라 술병만 찾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올해 또 다시 같은 작물을 심는다고 한다. 삼세번 중에 한번만 제 가격을 받으면 된다는 도박같은 심리가 농사에 참 많이 퍼져 있다는것을 느낀다.

서로 다른 방식의 농사를 짓고 있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균형를 잡으려고 한다. 가까이 할수도 없고 멀리 할 수도 없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래도 멀리 했으면 하는 자본에 예속당하지 않는 농사를 지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노력을 실천하고자 한다.
#농사 #농약 #경매 #농부 #화학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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