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수령환경단체가 조사한 케이블카 예정지의 수령
녹색연합
강원도 양양군은 케이블카가 들어서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양양군은 "식생들이 20년 정도의 수령이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양양군은 케이블카 노선이 지나는 지역이 아고산대가 아니라고 한다. 한마디로 보전할 만한 가치가 크지 않다는 말이다. '국립공원 설악산에 있는 나무가 20년생이다'란 건 누가 들어도 납득이 안 되는 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20년 전에 큰 불이라도 났든가 고목이 마구잡이로 벌목되었다는 건데 국립공원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환경단체의 현장조사결과는 양양군의 주장과 매우 다르다. 중간지주 5번부터 상부 탐방로까지 나무 수령이 80년에서 226년 정도까지라는 걸 확인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중간정도 굵기의 나무를 선택해 수령을 측정한 결과다. 이를 고려한다면, 200년이 훨씬 넘는 나무들도 많으리라 예측할 수 있다. 양양군 자료와 무려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수령이 226년이나 되는 잣나무는 조선시대 정조임금의 시기에 싹을 틔운 나무다. 이 나무도 양양군의 부실조사로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베어질 위기에 처한다.
또한 케이블카 노선 예정지에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평가기준에 따른 희귀식물 중 가까운 미래에 자생지에서 매우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멸종위기종(EN)으로 분류되는 '개회향, 눈향나무', 취약종(VU)인 '백작약, 세잎승마, 주목', 현 시점에서 멸종 위험도는 작지만 분포조건 변화에 따라 멸종위기로 이행할 수 있는 약관심종(LC)인 금강애기나리, 금마타리, 등칡, 만병초, 연영초, 정향나무, 참배암차즈기, 태백제비꽃 등 국제적 멸종위기 식물이 분포해 있다.
한 번 훼손되면 복원 어려운 '빙하기의 유산 아고산대' 무엇보다 양양군의 주장과는 달리, 이 지역은 아고산대에 해당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2012)에서 작성한 '제1차 설악산국립공원 보전·관리계획'에 따르면 6번 지주부터, 상부가이드타워, 상부정류장, 탐방로 등이 모두 아고산대에 있다.
아고산대는 빙하기의 유산이라고 불린다. 빙하기 때 북방에서 한반도로 들어온 수종들이 이후 온난화에서도 살아남은 곳으로 우리나라에선 백두대간과 한라산 등의 일부 고지대에만 분포해 있다. 아고산대는 한 번 훼손되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고 최근의 지구온난화 위협에서 가장 먼저 보호되어야 할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아고산대 여부는 국립공원위원회가 검토하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검토기준'과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케이블카 사업을 심의하게 되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원생림, 극상림, 아고산, 고산대 등을 회피하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