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로동당 최고위급 간부들에게 보내는 편지

[주장]'최고존엄’은 강요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야... 이제 깨어나라

등록 2015.08.25 16:22수정 2015.08.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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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참패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대남 비서가 평양으로 무사히 돌아간 것에 오히려 놀랄 뿐이다. 그대들은 아마 필자가 남북한 합의 3항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것이다.

즉, 대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 조건은 얼마든지 남측이 다시 비정상적인 사태를 핑계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대들은 이번에도 이 '비정상적인 사태'가 남측이 조작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선 이렇게 합의를 했으니, 어찌 그 합의가 유효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필자가 조선로동당 최고위급 간부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함은 이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대들은 그대들이 그토록 목숨보다도 소중하다는 '최고존엄'을 지키지 못했고, 그 최고존엄은 오히려 그대들이 그 확성기만은 막아야 한다는 필명을 안고 대화 테이블에 나서는 순간부터 남측 민중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세상은 변하는 데 그대들은 변하지 않고 있음이 만천하에 까발려졌다는 것이다. 예전에 아시안게임 참가로 남측을 방문한 북측 여성 선수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걸린 현수막이 비를 맞고 있는 것을 보며 울음을 터트리며 이에 즉각 항의한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아 북한 사람들이 저토록 세뇌되었구나"하고 손가락질한 남측 민중들도 많았지만, 한편에서 "참 김정일 대단해"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대들이야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든 지금의 김정은 제1비서이든 최고존엄이니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항일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조선로동당의 창당 정신, 그 정신은 주체사상으로 승화되어 꽃을 피웠으며 이러한 사상과 체제는 그 최고 당수인 최고존엄을 결사 보위함으로써만 지켜져 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그대들의 신념은 북측 내에서는 100% 통할 수도 있고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최고존엄이 이제 3대를 이어 김정은 제1비서에까지 내려왔다. 그렇다. 남측이나 서방에서 말하는 이른바 '3대 세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독재 국가였던 남측에서도 세상이 많이 변하다 보니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많이 변하고 있다.


특히, 과거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두 지도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등장하기도 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평가가 존재하기도 짧은 시간이다. 그대들은 이 점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최고존엄 거론 = 북의 아킬레스건'... 이미 이를 간파한 미국

미국이 왜 북측의 이른바 인권문제를 걸고넘어지고 있다고 보는가? 바로 그들이 이러한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존엄만 내걸면 거의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그대들을 보면서 미국은 북측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를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평양에 포 한 방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최고존엄만 걸면 그대들은 심장을 찌르는 아픔을 느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 제1`비서 체제 등장 이후 그대들이 최고존엄을 내세우면서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김정은 제1비서는 김일성 주석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아니다. 백두 혈통과 혁명 정신을 이어간다고 그대들은 주장할지 모르나, 외부에서 보면 김정은 제1비서는 또 한 명의 지도자일 뿐이다. 그것도 이제 집권 4년 차에 불과한 지도자란 것이다.

그대들은 모든 것이 서방과 언론의 조작이라고 치부하겠지만, 이렇게 집권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지도자에 대한 비난에 벌떼처럼 달려드는 그대들을 보면서 서방 국민을 포함한 외부 사람들은 북을 점점 더 '이상한 나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만 모를 뿐이다.

이번 남북한 최고위급 협상이 가져다준 북측의 참패는 바로 이것이다. 남측도 이 점을 어느 정도 간파하고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북이 사생결단으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려는 사투를 보면서 남측 보수 세력들은 미국이 깨닫기 있던 북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 이번에 실감을 했고 만능의 전가의 보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깨달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남이야 무엇이라고 하든 '우리식대로' 살아 나갈 것인가? 그대들이 목숨처럼 최고존엄을 결사 보위하려는 것에 나름의 존경심이 일기는커녕 오히려 최고존엄에 대한 냉소만 가득해지고 있는 이 현실을 그대들은 그냥 무시하려는가? 그리고 그것이 진정 최고존엄을 위하는 길인가?

필자가 유엔 출입 기자를 하면서 다수의 북측 관계자를 만났다는 것을 그대들은 아는가? 최고존엄을 향해 가해지는 비난에 격분하는 그대들을 보면서 필자는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바로 상대방이 노리는 것이라는 충고를 여러 번 해주었으나, 그대들은 전혀 알아듣지를 못했다.

아무리 우리식대로의 사회주의이고 자체의 힘으로 부강한 국가를 만들 것이라고 그대들이 주장한다고 해서 정말 남측과 마찬가지로 코리아반도 반만을 자치하고 있는 그대들 힘만으로 될까? 그대들이 서방은 고사하고 인접한 중국마저 대국의 강권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고립주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은 무엇이 왜? 그리 급한가? 아무리 그대들이 내부에서 결론을 내렸고 그대들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록 3대 세습이지만, 김정은 제1비서를 최고존엄으로, 최고 지도자로, 최고 사령관으로 받들기로 결정했더라도 왜? 이를 외부에 그렇게도 강요하는가? 무엇이 그렇게 자신이 없는가?

그대들이 말한 '우리가 선택한 사상과 제도'가 그렇게도 자신이 없는가? 왜 외부에는 개방을 거부하고 오직 '최고존엄' 소리만 나오면 벌떼처럼 달려드는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로 비치게 하는가?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제 이를 전부 알아차려서, 정작 그대들이 결사보위해야 할 최고존엄이 이용당하는 만드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개혁과 개방이 진정 최고존엄을 결사 보위하는 길이다

그대들이 정말 체제에 자신이 있고, 정말 진심으로 최고존엄을 결사 보위하려 한다면, '최고존엄'을 비난하는 그 모든것을 그냥 무시하라. 그대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북은 곧 무너질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대들 말대로 어떻게 지켜온 사회주의체제이고 어떻게 살아남은 북조선인가. 이 체제를 외부에서도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고존엄을 걸고 드는 한 마디에 움츠러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오히려 얼마나 체제가 불안정한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

외부에서 볼 때는 이제 김정은 제1비서는 집권 4년 차인 지도자일 뿐이다. 그리고 그대들 바람대로 앞으로도 수많은 기간을 북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남아야 할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남긴 업적들은 그대들이 최고존엄을 앞다투어 칭송하지 않더라도 세계가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

그런데 그대들은 이러한 최고존엄을 영구히 업적을 남기는 인물로 만드는 데 주안을 두지 않고 그저 최고존엄을 비난하는 것에만 사생결단의 자세로 충성심만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 과연 무엇이 넓게는 그대들 체제를 그리고 좁게는 그대들이 목숨과도 같다고 생각하는 그 최고존엄을 위하는 길인지 진심으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제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대들이 적이라고 일컫는 미국이 기울어 가고, 혈맹이라고 일컫는 중국이 부상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에 따른 개혁과 개방은 어쩌면 그대들이 그토록 결사보위하고자 하는 최고존엄을 영원히 위대한 지도자로 남게 할지도 모른다.

그대들이 최고존엄을 결사 보위하겠다는 그 정신으로 더 늦기 전에 개혁과 개방에 나서기를 조선로동당 최고위급 간부들에게 진심으로 충언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진실의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선로동당 #최고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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