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폐가, 새마을운동과 함께 쇠락한 농촌 풍경

경기도 석천리에서 만난 쓸쓸한 시골 모습

등록 2015.08.29 20:58수정 2015.08.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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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석천리 농가 폐가가 되다시피 방치된 농가의 마당에 참깻단이 가을햇살에 말라가고 있다. ⓒ 김민수


쿠시사격장 폐쇄 10주년을 기념하며, 민군반환 공여지에서 열리는 '생명 평화축제(30일까지)'를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쿠시사격장이 폐쇄된 이후 10년이 지난 매향리, 이방인의 눈에 비친 매향리는 여느 쇠락해가는 농어촌 마을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렇게 넉넉한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있으면서도 한때는 미군 사격장 때문에 힘든 삶을 강요당했고, 사격장이 폐쇄된 후에도 한국 사회의 현실은 농어촌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든 삶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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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석천리 농가 마을은 평온해 보였고 밭마다 농작물은 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사람은 살고 있었지만, 한낮이라 그런지 마을 분들을 한 분도 만나질 못했다. ⓒ 김민수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오는 길, 길가의 작고 아담하지만 지붕들의 상태로 보아 쇠락해가는 농촌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끈 것은 마당에서 말리고 있는 참깨단과 사그라져가는 폐자동차였다.

마을에 들어서니 집집마다 문이 잠겨있다.

그러나 집 앞 마당은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으니, 농사를 짓는 분들이 그 마당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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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 폐가 창고에 방치된 멍석, 짚으로 만든 멍석을 보는 일도 요즘은 쉬운 일이 아니다. ⓒ 김민수


아직도 쓸만한 멍석이 창고 한 켠에 기대어 있다. 이번 가을엔 넉넉히 사용되리라 여겨진다. 그러니 아직도 그들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어 쉬고 있는 폐가의 창고는 위태위태했다. 그만큼 사람의 손길을 탄 지 오래된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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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의 벽 시멘트와 황토흙으로 메꿔진 벽, 세월의 흔적은 이렇게 스스로 자신을 그려넣는가 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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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석천리 기와집의 모양이 그래도 제법 고풍스럽다. 이런 건물들이 잘 보존되고 이어져왔다면 우리네 농촌풍경도 볼만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 김민수


아주 오래된 건물임은 벽을 보아 알 수 있다.

최소한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기 전, 그러니까 1970년대 이전의 건물일 터이다. 지붕의 모양이나 기와지붕의 모양을 보아도 거의 반세기는 됨직한 건물이다. 만일 저 건물이 유지보수되면서 지금의 농촌을 지켜왔다면 우리네 농촌 모습은 어떠했을까?

새마을 운동으로 온 동네가 슬레이트 지붕을 얹고, 돌담 대신 조악한 콘크리트 조립담을 쌓고, 획일적인 페인트를 바르고, 동네 초입마다 시멘트로 도로를 포장하여 겉으로 보기엔 번지르르한 동네가 되었지만, 그런 겉치레식 개발은 십수 년을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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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폐가 부엌의 지붕난 구멍 위로 햇살이 들어오고, 수명을 다한 백열전구가 그 햇살에 의지해 빛나고 있다. ⓒ 김민수


게다가 새마을운동의 이면에는 저임금수출주도형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농촌의 피폐화 전략이 함께 했으므로, 농촌은 사실상 새마을 운동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이젠 더 생산되지 않는다는 백열전구, 두꺼비집(누전차단기)도 내려졌고, 연결된 전기선조차도 끊어졌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것들로 채워진 폐가, 그렇게 단절되어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폐가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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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이전엔 다 사용되었을 것들이 사람이 떠난 뒤 방치되어 버렸다. ⓒ 김민수


햇살 한점이 무너진 지붕틈 사이를 비집고 폐가의 벽면에 새겨진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것들, 먼지를 뒤집어 쓴 것들이 지난 세월의 흔적들을 말해줄 뿐이다.

몇몇 흔적들은 사람이 떠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의자에 놓인 등받이 같은 것이 그러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곳에서 운전석이나 의자 등받이로 쓰면 여름철에 땀이 차지 않는다고 팔던 물건이 아닌가?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세련된 제품이겠지만, 저 제품이 판매되던 시기는 그리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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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허물어져 가는 폐가, 거기에도 태극기 사랑의 흔적이 나부키고 있다. ⓒ 김민수


우리의 태극기 사랑은 유별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태극기 사랑으로 애국심을 보여주고, 애국을 할 때 국가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준 것일까?

옆 마을 매향리보다는 쿠시사격장에서 멀리 떨어져 소음피해는 덜했을지 몰라도 먼발치로나마 포격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마을뿐 아니라, 그렇게 나라를 위해 묵묵하게 살아왔던 매향리 주민들의 삶은 그 이전에도 그랬지만, 사격장 폐쇄 10년이 지난 오늘도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시골이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들어서도 들어와 살 사람이 없는 시골이기 때문이다.
겨우, 아파트나 지어야 개발이라고 하는 유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개발론자들이 그리는 설계도면에 시골마을을 위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설계도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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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석천리 대문은 굳게 잠겨있고, 담벼락엔 베어놓은 참깨며 콩이 기대어 마르고 있다. ⓒ 김민수


쓸쓸하면서도 정갈하다.
8월 하순, 가을 초입 정오의 마을은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집집마다 문이 잠겨 있는데, 오늘 외출한 것인지 오래된 것인지 가늠이 되진 않고, 깨끗하게 치워진 마당과 담벼락에 놓인 수확물들 속에서는 사람들의 흔적이 보인다.

하긴, 도시에선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시골에선 뙤약볕에 일하는 사람보다는 새벽과 어스름한 저녁에 들에 나오는 법이니 그 시간엔 마실을 갔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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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석천리 담마다 처마에 기대어 말라가는 참깨며 콩이 가을이 옴을 알려준다. 점점 쇠락해가는 그곳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오고 있었다. ⓒ 김민수


쇠락한 농촌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온다.
그 가을은 이전에 왔던 그 가을이 아니라 새로운 가을이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새로운 가을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이 마을은 점점 쇠락해왔다.

그래도 경기도권이라서인지 의외로 기와지붕을 한 집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니까 어쩌면 새마을운동을 하던 시기에도 제법 지붕을 개량하지 않아도 잘 살던 마을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떤 농촌도 다르지 않다. 그 쇠락한 증거들을 나는 폐가에서 찾는다.

사람 살기 참 좋은 곳인듯 한데,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는 아이러니를 간직한 폐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그 풍경조차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기에 나는 힘 닫는 대로 그들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석천리 #매향리 #폐가 #가을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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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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