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을 향해 대놓고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던 박영선 의원이 다시 재벌개혁의 카드를 집어 들었다.
남소연
10년이 흘렀다. 사실 그 정도인 줄 몰랐다. 그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뒤적거렸다. 어렴풋했지만, 기억에 남는 인터뷰 중 하나였다. 지난 2005년 10월 6일. 국회 국정감사가 한창일 때였다. 참여정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 즈음, 국감 이슈는 '삼성'이었다. 삼성 지배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다. 국회선 이건희 회장의 증인 채택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관련 기사: "삼성으로부터 압력받았다, 경고하는데….").
기자는 당시 '삼성 국감'을 주도하는 여야 여성 초선 의원 3명을 만났다. 이후 이들 이름 앞엔 '재벌 저격수'라는 덧말이 붙여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거물급(?) 정치인으로 변신해 있다. 심상정 의원은 정의당 대표가 됐고, 김현미 의원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전 비서 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박영선 의원이 있다. 그 역시 지난 10년 사이 또 다른 정치인이 돼 있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하더니,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야당 원내 사령탑까지 올랐다. 여성 의원으로 모두 '처음'이었다. 그를 다시 찾게 된 이유는 그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돌아왔기 때문이다. 17대 초선 때부터 재벌 중심 체제의 경제 구조와 총수 일가 전횡에 비판적이었던 그였다.
이번 19대 국감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의 재벌개혁특별위원회를 맡았다. 최근엔 <누가 지도자인가>라는 책까지 내놓았다. 옛 문화방송(MBC) 기자 시절 때부터 만났던 국내외 정치 지도자 14명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부터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손학규 등 내로라하는 국내 현역 거물급 정치인들에 대한 그의 비평이 녹아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책이 잔잔한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2005년과 2015년의 박영선… "재벌에 대한 국민적 분노 더 커졌다"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그는 19대 마지막 국감과 재벌개혁특위 회의 준비 등으로 바빠 보였다.
- 이번에 낸 책의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누구는 '대박 났다'고 하던데."(웃으면서) 그런가? 그러고 보니 벌써 책 인쇄가 4쇄라고 한다."
- 예전 기자 시절 때 만났던 해외 지도자부터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까지…."책을 쓰려고 생각은 오래 했고, 준비하는 데도 꽤 걸렸다. 그리고 지난번에 시간을 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전·현직 대통령들이 나오다 보니까 주변에서 많이들 보시는 것 같다."
그에게 10년 전 <오마이뉴스>와 가졌던 인터뷰를 보여주자, "기억난다"면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번에 박 의원을 다시 찾은 이유 역시 '재벌'이라는 키워드였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후, 다시 '재벌 개혁의 전도사'로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 재벌개혁특위 위원장으로 돌아오게 됐는데,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이종걸 원내대표로부터 특위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음…. 10년 전과 비교한다면 그땐 제 개인의 의지였다면, 지금은 당 차원에서 재벌 개혁 특위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재벌 개혁 문제가) 개인에서 당 차원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온 것으로 봐도 될 것 같다."
- 일부 국민 사이에선 '아직도 재벌 개혁인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10년 전에는 '재벌을 이대로 놔두면 이런저런 위험이 있을 것'이라는 선제적인 문제 제기였다. 반면 지금은 최근에 드러난 롯데 사태를 비롯해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문제에 이르면서, 국민은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느끼는 것 같다. 국민적 분노 같은 것이 모인 것이다."
- 그런데도, 그동안 재벌 문제는 꾸준히 불거져 왔는데."(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재벌의 탄생 자체가 정경유착으로 인한 특혜로 만들어진 것 아닌가. 현재 재벌 지배 구조의 순환출자 자체가 특혜의 산물이다. 불공평의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조그마한 지분으로 전체를 소유하게 하고, 이런 특혜로 박정희 정권 때 성장 위주의 경제에 이바지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재벌들 자신이 받은 특혜만큼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체제가 됐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보수 정권 8년, 재벌의 불공정과 불공평, 그리고 특혜는 더욱 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