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운데)가 1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서울시제공
"예전엔 형님이라고 했는데, 요샌 시장님이라고 불러요.""그럼 오늘부터 트기로 하죠, 그런데 내가 형이죠?"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오늘부터 '호형호제' 하기로 했다. 1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원순-남경필 토크 콘서트에서 생긴 일이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거대 이웃 지자체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두 단체장은 평소 친한 관계로 알려졌던 대로 이날 콘서트에서도 친분을 과시했다.
콘서트는 당적과 지역을 넘어 다양한 이슈로 정책 대결을 펼치겠다는 주제로 1시간 반 동안 펼쳐졌다. 이들은 이철희 정치 평론가의 사회로 비가 내리는 중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은 수백 명의 청중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서두부터 박 시장은 남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연정'을 예로 들며 "싸우고 갈등하는 시대에 상대 당을 끌어안고 나아가려는 것은 온 국민이 좋게 평가할 것"이라고 추켜 세웠으며, 남 지사도 "너무 소탈해보여 시민이 친근감있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며 박 시장의 '소통' 이미지를 부러워했다.
여야의 유력한 대권 주자이기도 한 두 사람은 서로의 정책을 비판하기보다 동질성을 확인했다.
"서울역 고가, 굉장한 명소 될 것" "광교신청사, 도민에게 선물"최근 서울시가 주민 및 중앙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과 관련, 남 지사는 "(이 사업의 모델인)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에 가보고 무릎을 치고는 우리나라도 이런 콘셉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박 시장이 발표하더라"며 "청계천 사업 때처럼 이해 관계만 조정되고 잘 만들어 놓으면 굉장한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박 시장도 이를 받아 남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청 광교 신청사 건립을 지원했다. "10년 전 경기도청에 가봤는데 그때 이미 낡아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단순히 도청만 옮기는 게 아니고 다양한 시설을 지어 도민에게 선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실업을 줄이겠다는 정부 여당의 노동 개혁에 박 시장은 "그런 효과가 있겠지만,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동 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가 패키지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남 지사도 "어떤 정책 하나로만 되지 않더라"며 맞장구쳤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도 남 지사는 "역사는 획일화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박 시장은 "과거에 국정교과서 시대가 있었다가 오늘날 이렇게 자유롭게 됐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하는 등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이해가 걸린 교통 문제에서만큼은 오늘 유일하게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남 지사는 "서울에 출·퇴근하는 경기도민이 지금처럼 서서 가지 않으려면 버스가 좀 더 들어가야 하는데 서울시가 싫어 한다"며 "경기도민이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서울시가 배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박 시장은 "경기도가 원하는 것을 다 허용하면 교통 혼잡과 대기질 악화 등 문제가 생겨 제한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사당역 사거리 등에 환승 센터를 만들어 (경기도민이) 웬만한 일은 거기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남 지사는 또 "교통에 관한 한 서로가 양보해서 수도권 교통청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박 시장의 의견에 "나도 공약했던 내용"이라고 응수하며 "2층버스 도입, 환승 터미널 등에 새정치연합 도의원들이 많이 반대하는데 박 시장이 설득해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