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보상위원회' 꾸리겠다는 삼성, 너무하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68명 입장 발표... "조정위 중심으로 당사자 간 합의로 해결해야”

등록 2015.09.12 10:20수정 2015.09.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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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8년간 끌어온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68명은 '직업환경의학 의사들이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삼성전자가 조정위와 별도로 제안한 보상위원회 논의를 중단하고, 조정위 논의와 합의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조정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사회적 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는데, 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와 별도로 '보상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해결이 미궁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측은 작년 9월 17일, 당사자 간 직접 협상이 아닌 제3의 기구를 통한 해결을 할 것에 대해 찬성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정기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조정위원 위촉을 시작으로 조정위원회를 통합 협상이 시작하였고 5차례의 조정절차를 밟아 지난 7월 권고안이 발표되었으나, 삼성은 권고안의 공익법인 설립제안에 대해 반대하고 보상의 대상과 수준을 축소하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월 3일 별도의 보상위원회를 꾸리겠다며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들은 이러한 삼성의 행태에 대해 "그동안 만들어 온 성과를 다시 되돌리는 논의"라고 비판하며, 삼성이 독자적으로 발표한 보상기구에서는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결과를 내오더라도 모두가 수용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오기 힘들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번 삼성 직업병 해결 사안이 단순히 한 기업에서의 보상 논의로 그치지 않고, 많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었던 사회 전반의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명확한 인과성이 설명되는 질병뿐 아니라, 포괄적인 개연성이 있는 질환, 과학적으로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인간답게 유지할 수 있는 사회보장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삼성직업병 문제를 둘러싸고 지속되어 온 8년 동안의 긴 사회적 논쟁이 이제는 피해자들을 위해서 마무리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며,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은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포괄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직업병 예방을 위한 외부 감시기능을 제안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형렬 교수는 한편, "삼성이 별도의 보상기구를 만드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한다면, 직업병 피해자들이 그 결과를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소 아쉬움이 있거나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하더라도 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합의'의 과정이 있어야만 각각의 주체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현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삼성이 특정질병의 보상 적절성 검토를 직업환경의학회에 의뢰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했다"며 이번 성명을 발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학회 차원에서 거부는 했으나 삼성의 의뢰는 '청부과학'을 조장하는 행위"였음을 강조하며, "현재 의학의 한계와 지식의 불확실성을 악용해 대기업이 자사에서 발생한 직업성 질환 발병의 원인에 대한 책임을 '과학'의 이름을 빌어 희석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류현철 전문의는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요인은 흔히 알려진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 외에도, 고용관계 등 여러 사회구조적 요인도 있다"면서, "이번 68인의 성명은,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사회적 맥락 안에서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그 해결의 방식이 무엇인지 라는 부분에 대해 직업환경의학 전문가 그룹이 최초로 의견을 제시했다"고 이번 성명서 발표의 의미를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하나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반올림 #삼성 직업병 #조정위원회 #권고안 #직업병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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