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stige of Time 2, 2013, Archive Pigment Print on Vestige of Time 2, 2013, Archive Pigment Print on Korean Paper, 138x238cm
한성필
- 올해 5월, 쿠바에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화제다. 실제로 쿠바에서 이 프로젝트를 선보였을 때 한국적 정서를 알려준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 현지 반응은 어땠나?
"쿠바의 아바나 비엔날레에서 제안이 왔을 때 어떤 것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뭔가 그쪽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가 서로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되는 이야기에 관해서 말하고 싶었다. 현재 쿠바는 사회주의 정치 체제를 유지한 가난한 나라로 알고 있지만 공산주의 혁명 전 쿠바는 사탕수수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최고의 경제적 부와 번영을 누렸다. 일제 강점기 시절 멕시코 이주 한인인 에네껜(Henequen)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쿠바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옮겨 갔지만 가격이 폭락해 다시금 어려운 삶을 살았던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쿠바 혁명으로 공산주의 체제가 확립되고 현재는 우리와 정치적 이념도 다르지만 한국전쟁 당시 남미에서 남한에 경제적 원조를 가장 많이 한 나라도 쿠바였다. 쿠바에서 흔히 보이는 건물 양식 또한 과거 역사를 보여주는 스페인식이 주를 이룬다. 건물과 자동차들이 지금은 오래돼 빛이 바랬지만 반대로 쇠락해 가는 아름다움이라는 역설도 보여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과 쿠바가 아직 수교되지 않았지만 현재 쿠바에서는 K팝이나 드라마가 대단한 인기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꿈꾸는 K팝이나 드라마는 하나의 표상만을 보여줄 뿐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정서와 상징을 담을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쿠바와 한국 간에 앞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평화와 안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신라가 삼국통일 이후 체제의 안정과 왜구의 침략에 대한 평화에 대한 상징으로 건립한 것이 바로 '감은사지 석탑'이다. 쿠바 아바나에 33m×28m의 감은사지 석탑의 이미지가 들어섰을 때 그 나라 사람들도 동양의 이국적인 낯섦 안에 공존하는 아름다움과 의미에 대해서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내가 의도한 바를 그들이 느끼고 이해해줘서 예술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 작업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많은 작가들이 해외에서 작업하려면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십여 년 전에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들어올지 말지를 고민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해외 레지던시에 관해 조사하던 차에 유네스코에서 기금을 마련해 전 세계 작가 중 소수를 선정하는 유네스코 아쉬버그(UNESCO-Aschberg)를 알게 됐다.
높은 경쟁률이었지만 운 좋게 선정돼 인도네시아를 가게 됐다. 이를 계기로 해외에 눈을 돌려 다양한 정보를 얻는 기회를 가졌다. 작가에게는 재정적인 해결 방안도 중요하지만 내가 처한 익숙한 문화를 벗어나 다른 문화와 부딪혀 상생하며 극복하는 과정이 더 나은 작업을 창조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 올 1월,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었던 극지에 관한 전시도 인상적이었다. 북극과 남극을 간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가게 됐나?
"남극과 북극에 대한 열망으로 10여 년 전부터 리서치를 했다. 하지만 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국에는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해외 리서치를 통해 뉴욕 재단에 제안서를 제출해 극지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극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과거부터 관심 있었던 포경과 탄광 산업의 역사에 대해서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쪽에서도 나의 제안서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갖았다. 물론 극지에 가는 것이 고단하고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작가는 탐험가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단 일반 탐험가와 다른 점은 육체적인 탐험이 아니라 정신적인 탐험이라는 것이다. 극지의 여행을 통해 몸은 힘들었지만, 관념적 부분에서는 한층 깊어졌다."
- 작가들은 보통 평생 가져가는 주제가 있는데, 당신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
"작품이란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소재인 동시에 주제인 것이다. 작가는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을 계속 창작 활동을 해나가는 과정이고 이론가는 작업을 통해 미적으로 또한 의미적으로 정리하는 사람이다. 작가들이 좋아하는 관심사들을 계속적으로 변하기 나름이다. 지금 작업하고 창작하는 것은 현재 가장 나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며 동시대를 살아나가는 역사, 환경 그리고 사람 사이에 관한 이야기와 관심사다.
▲Weight of Time 1, 2014, Chromogenic Print, 186cm xWeight of Time 1, 2014, Chromogenic Print, 186cm x 310cm
한성필
작가 한성필은... |
1972년 서울 태생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런던 킹스턴 대학교에서 큐레이팅 컨템포러리 디자인 석사 졸업 국립현대 미술관, 국회도서관, 서울시립미술관, 휴스턴 현대미술관, 미국 뉴멕시코미술관, 상해 현대미술관, 동경 사진미술관, 아르헨티나 국립미술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하바나 비엔날레 , 주한 미국대사관, 주한 프랑스대사관등 주요 미술관, 비엔날레와 기관등에서 전시 참여 및 작품소장. 그의 대표 파사드 설치 프로젝트로는 공간 사옥, 남한산성, 쿠바 아바나 등 유수 문화재에서 시행됐으며, 한 작가의 작품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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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예술만 씁니다." 20년 넘게 문화예술계 현장에 몸담고 있으며, 문화예술 종합시사 월간지 '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년)과 한겨레신문(2016~2023년)에서 매주 문화예술 행사를 전하는 '주간추천 공연·전시' 소식과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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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육체적 탐험이 아니라 정신적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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