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 해역 인근 진도 동거차도 산꼭대기. 세월호 인양선 감시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설치한 천막이 보인다.
이희훈
'셰프'가 저녁 밥상을 차렸다. 아버지 한홍덕씨는 이 천막에서 셰프로 통한다. 그가 식사를 도맡아 준비한다. 좁은 천막,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다. 매운탕, 김치로 상이 차려졌다. 생선과 김치 모두 동거차도 어민이 직접 챙겨줬다. 바다에서 자식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어민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아버지의 집은 초라했다. 휴대용 버너, 식기도구, 라면, 인스턴트 즉석 요리 식품, 생수통, 모기약 등이 좁은 천막의 넓은 자리를 차지했다. 화장실, 수도 시설이 있을 리 없다. 세 명이 누우면 천막은 꽉 찬다.
설거지는 휴지로 하고, 마실 물은 산 아랫마을에서 생수통에 담아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산을 오르내려야 한다. 한 차례 오르내리면 1시간은 족히 걸린다.
몇 걸음 옮기면 낭떠러지 절벽, 고개를 들면 자식이 사망한 깊은 바다. 참사로 자식 잃은 부모는 한국에서 이렇게 산다.
"어차피 더 갈 데도 없어요. 사람들은 돈 때문에 싸운다고 오해하고. 일도 못하겠더라고요. 세월호 관련 일 있으면 일주일에 2~3번 결근해야 하고, 그러면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마음 아프고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 직장도 그만뒀죠."셰프 한홍덕씨는 흰 쌀밥을 씹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한숨은 깊었다. 아버지는 자식을 잃고, 직장도 잃었다. 모든 걸 잃은 아버지들의 밥 씹는 소리가 천막 안에 낮게 깔렸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막 밖에서 풀벌레가 요란하게 울었다.
"요즘 입맛이 없어서…."윤민이 아버지 최성용씨가 셰프에게 미안한지 한마디 하면서 숟가락을 금방 내려놨다. 자식 떠난 바다를 보면서 입맛 돋는 부모 없을 터. 밥이 많이 남았다. 한홍덕씨는 '니들이 안 먹으면 누가 밥 먹니?' 식으로 나와 사진기자를 바라봤다. 우리는 평소보다 두 배 많은 밥을 먹었다.
최성용씨는 카메라 앞에 앉아 검은 바다와 크레인의 불빛을 바라봤다. 자식이 죽은 현장을 종일 바라보기, 이렇게 가혹한 형벌이 또 있을까?
"힘들죠. 집에 있다고 마음 편한 것도 아니에요. 집 거실에 아들 사진이 있거든요. 그거 보면 또 눈물이 나와요. 아내도 울고. 그렇다고 그걸 치울 수 없잖아요. 우리 아들인데…."마음이 소금밭인 아버지들이 모두 천막 밖으로 나왔다. 떨리는 눈으로 잔잔한 저녁 바다를 말없이 바라봤다. 산모기가 사정없이 아버지들의 몸으로 달려들었다. 아버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잘 알고 있었다.
"기사 봤습니다. 영국 힐스보로 참사 유가족들은 진실을 위해 26년 동안 싸우고 있다면서요. 우리도 진실 밝히려면 그 정도 세월이 걸릴 거예요. 26년…. 우리도 그렇게 싸워야죠."소연이 아버지 김진철씨는 56세, 은지 아버지 한홍덕씨는 49세, 윤민이 아버지 최성용씨는 54세다. 아버지들이 살아온 세월에 '26'을 더해봤다. 숨이 턱 막혔다.
"우리 꼬부랑 할아버지되면 진실이 밝혀지겠죠. 죽기 전에는 밝혀야죠. 진실을 보고 죽어야죠."

▲ 윤민이 아빠 최성용씨.
이희훈

▲ 소연이 아빠 김진철씨(왼쪽)와 은지 아빠 한홍덕씨.
이희훈
아버지들은 다시 말 없이 검은 바다를 바라봤다.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면, 환갑을 넘기고 칠순, 팔순에 이르면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진실을 확인하고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사방이 어두워졌을 때 산에서 내려왔다. 아버지들은 산꼭대기, 몇 걸음만 걸으면 추락하는 절벽 위에 남았다. 다음 날 아침 배를 타고 진도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추모 공간은 이제 낡고 초라해졌다. 등대 쪽 노란색 추모 현수막 여러 개가 바람에 뜯겨 자기 마음대로 펄럭였다. 부부로 보이는 중년 남녀가 걸어왔다.
"지저분하게 이게 뭐야. 이제 다 철거해야지….""언제까지 이렇게 둘지…. 지겹지도 않나."다시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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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전화만 네 통... "사람 못 구했으면서 철수명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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