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일관계 닮은 풍랑, 안타까웠다

[부자가 함께 한 산인지방 기행 ⑨] 미호노세키

등록 2015.09.23 10:19수정 2015.09.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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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있는 어항 미호노세키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있는 어항 미호노세키이상기

미호노세키로 가려면 사카이미나토에 있는 수도대교를 지나 시마네 반도로 넘어가야 한다. 해안 도로를 따라 동쪽 방향으로 가면 우리의 면 소재지에 해당하는 미호노세키마치가 나온다. 이곳은 직선으로 이어지던 해안선이 안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항구를 이룬 천연의 어항이다. 또 시마네 반도가 동해 바다의 큰 파도를 막아줘 대피항으로도 아주 유용하다.

미호노세키는 에도 시대부터 조선 반도로 가는 해상 교통의 요지였고, 메이지 시대에는 철의 수출항으로 번성하기도 했다. 현재 미호노세키는 다시 조용한 어항으로 돌아왔고, 관광과 어업을 겸한 사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볼거리로는 미호신사, 등대, 미호깐(美保館), 불곡사(佛谷寺)가 있다.


미호신사는 상업의 신, 어업의 신, 해운의 신을 모시고 있다. 미호노세키 등대는 자칭 세계 등대 100선에 든다고 자랑한다. 미호깐은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 겸 식당으로 국가등록 유형 문화재다. 불곡사는 용해산(龍海山) 자락에 있는 정토종 계열의 절이다. 주존불로 아미타여래를 모시고 있다.

신사도 보고 푸른 돌길도 보고

 미호신사
미호신사이상기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먼저 미호신사로 간다. 미호신사는 어항에서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 가야 만날 수 있다. 미호신사는 본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두 개의 전각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 건물은 1813년 만들어진 것으로,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미호신사는 이곳 시마네 지방의 대표적인 신사인 이즈모다이샤의 말사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미호신사를 내려온 우리는 이제 푸른 돌이 깔린 아오이시다다미도리(青石畳通り)로 간다. 이 거리는 미호노세키의 중심 도로로 불곡사까지 이어진다. 도로의 길이는 500m 정도로, 이곳에서 여관과 식당, 상점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집이 문화재로 지정된 미호깐이다. 미호깐은 여관 겸 식당으로, 메이지 시대 이래 항구를 오가는 사람들을 접대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그래서 2004년 국가등록 문화재가 되었다.

 아오이시다다미도리
아오이시다다미도리이상기

유리창이 달린 미닫이문을 열고 미호깐으로 들어가면 현관이다. 이곳에서 신발을 벗고 마루로 들어가면 안쪽으로 중정(中庭)형태의 공간이 있다. 이곳이 유리 천정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중앙홀이다. 중앙홀 주변으로 주방과 연회실이 있고, 2층은 사방으로 회랑과 홀을 만들었다. 그 중에는 미호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도 있다. 이곳은 넓은 방(大廣間)으로 150명 정도의 연회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 홀의 이름은 다이센노칸(大山の間)이다. 그것은 이곳에서 미호만 너머 다이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바라보는 다이센의 모습을 미호노세키 최고의 조망으로 여겼다. 그 때문에 시인 묵객들이 이곳을 찾아 시를 남기고 그림을 남겼다. 대표적인 사람이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으로 <산인의 선물>이라는 기행문을 남겼다. 그곳에 미호깐에서의 조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용해산 불곡사에서 만난 일본식 부처님


 미호깐 중정
미호깐 중정이상기

 불곡사 불단의 아미타삼존불
불곡사 불단의 아미타삼존불이상기

이곳에서는 또한 오래된 찻집, 간장 직매소, 생선 전문점, 식당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을 지나 산 쪽으로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불곡사에 이르게 된다. 불곡사의 일본식 발음은 부고쿠지가 된다. 용해산 골짜기에 절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은 정문으로 들어가 왼쪽에 있다. 계단을 올라간 다음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법당이다. 다다미가 깔려 있는 마루 앞쪽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우리가 많이 보아온 일본식 절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정토종 계열의 절이므로, 앞에 모셔진 부처님을 아미타삼존불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좌우 협시보살이 자비의 상징 관음보살과 지혜의 상징 세지보살이다. 이곳에서 신심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면 성별, 직업, 빈부귀천에 관계 없이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불단 중간에 놓여있는 위패를 살펴본다. 그곳에 대매(大妹), 선사(善士), 거사(居士) 등의 위호(位號)가 보인다. 그렇다면 정토종이 틀림없다. 그리고 하단에는 촛대와 화병이 있다. 전체적으로 황금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져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의 절 내부가 단청으로 화려하다면, 일본 절 내부는 치장으로 화려함을 표현했다.

부고쿠지를 나와 이제 나는 바닷가로 간다. 출어를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이 그물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해안으로는 좀 더 현대적인 건물도 보인다. 메이진깐(明神館)이라는 여관이다. 미호깐이 전통적이라면, 메이진깐은 현대적이다. 나는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돈 다음, 다시 버스에 오른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조야토(常夜燈)를 볼 수 있다.

 미호노세키 조야토
미호노세키 조야토이상기

돌아오는 길에 만난 풍랑과 파도

이제 우리는 사카이미나토 항으로 돌아간다. 가면서 보니 섬들에 도리이가 보이고, 우리식 금줄이 보이기도 한다. 날씨는 여전히 흐리다. 이번 여행 내내 좋은 날씨는 없었다. 비가 자주 내렸다. 그러나 여행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버스를 탈 때나 배를 탈 때 비가 오고, 현장을 볼 때는 날씨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버스가 사카이미나토 항에 가까워지자, 동해로 갈 DBS페리가 보인다.

 사카이미나토항의 DBS페리
사카이미나토항의 DBS페리이상기

해안선을 따라가면서 보니 이 지역의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식생도 좋고, 새들도 많고, 어족자원도 풍부해 보인다. 버스는 이제 수도대교를 건너 사카이미나토 항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오후 5시 30분에 페리 승선이 시작된다. 배를 타는 일은 일시천리로 진행된다. 사카이미나토-동해간 승선권만 제시하면  된다. 선실도 동해에서 사카이미나토에 올 때와 같은 방이다.

여장을 풀고 6시가 되어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일기예보를 보니 풍랑이 조금은 심할 거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식당에서 저녁을 비교적 잘 먹는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우리가 지난 이틀 동안 다닌 돗토리를 소개하는 패널도 보인다. 59만 명이 사는 돗토리 현은 크게 요나고, 구라요시, 돗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이들 도시를 다니며 온천, 전통마을, 사구, 신사와 절 등을 살펴보았다.

 시마네현의 와인저장통
시마네현의 와인저장통이상기

그리고 시마네 현에서는 마츠에시와 이즈모시를 방문해 성과 호수 그리고 운하, 전통마을, 포도원, 신사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사실 시마네 현은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조례를 통과시켜 물의를 빚고 있는 그 현이다. 또 요즘 자민당은 일본헌법 9조를 재해석해 안보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 속에서 산인지방을 방문하는 것이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그렇지만 현장을 돌아보면서 이곳 산인지방이 생태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와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 지역이 동해의 이쪽과 저쪽에 있을 뿐, 한 바다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류를 이야기할 때, 한국산이니 일본산이니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잡는 사람의 국적이 다를 뿐 어종이 다른 것은 아니다.

나는 일본을 알기 위해 여러 번 일본을 방문했다. 자유여행도 하고 패키지여행도 하고, 학술교류도 해 왔다. 그러는 과정에서 일본 사정을 조금은 알게 되었고, 그들의 속내도 조금은 파악하게 되었다. 에도시대 이후 한국과 일본은 성신교린(誠信交隣)이라는 이름으로 상호 교류해 왔다. 그 역사가 200년이 넘는다. 그리고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은 한국을 확실하게 앞질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본에 뒤진 것이 150년 정도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갈등도 겪고, 파도도 만나고 풍랑도 만날 것이다. 오늘도 밤새도록 풍랑이 일 거라고 한다. 목적지인 동해에 이르기까지 멀미도 조금 나고 잠을 설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내일 아침 9시면 목적지 동해에 도달할 것이다. 요즘 한일관계, 동해 바다처럼 파도가 일고 풍랑이 심한 편이다. 안타깝다.

 동해 바다의 풍랑과 파도
동해 바다의 풍랑과 파도이상기

#미호노세키 #미호신사 #아오이시다다미도리 #미호깐 #불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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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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