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군복무 중인 소년원 출신 아들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방을 찾은 윤용범 사무관이 두 아들에게 용돈을 나눠주었다.
조호진
지난 8월 경기도 광주경찰서에서 용바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준석(19)이를 인수하라는 연락을 받고 광주까지 달려갔습니다. 노숙인 꼴로 변한 아이를 씻기고 밥 먹여서 데려왔더니 또 사고를 쳤습니다. 애지중지했던 바리스타 아들 중혁(22)이는 춘천교도소에 있습니다. 사고뭉치 아들딸 데려오랴, 소년원과 교도소로 면회 가랴, 군복무 중인 소년원 출신 아들 위로하러 전방까지 찾아가랴….
참 이상한 공무원입니다. 수당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말, 야간, 지역 상관없이 종횡무진합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부모 없는 아이들에겐 무한 돌봄이 필요하답니다. 용바마를 따라 다니느라 쫌 힘들었던 저는 "아무리 도와줘도 고마운 줄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 속이 터진다, 괜히 헛수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했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속 터진다고 하는데 아이들 속은 오죽 터지겠습니까. 부모가 있나요, 살 집이 있나요, 돈이 있나요, 미래가 있나요. 벌거숭이로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불안하겠어요. 열다섯 어린 나이에 성폭행당하고, 원치 않는 출산을 하고, 정신병원에 가고…. 이 죄가 누구의 죄입니까. 어른으로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안아주고, 바라봐주려고 합니다."용바마는 '희망도우미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캐치프레이즈는 '믿기만하자'입니다. 즉,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만나주면 하루하루 자란다!'는 겁니다. 공무원으로서 상부 보고보다는 아이들 살리는 일을 더 중시하고,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달려가는 용바마. 그는 공무원이기보다는 구원파 교주 같습니다. 수렁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진정한 구원파.
안양소년원 2번, 분류심사원 4번, 재판 14번 경력의 박희야(23) 사회복지사. 형사에게 대들며 소년원 보내라고 깡을 죽이다 창살 안에 갇혀서는 인생을 자포자기했던 유명한 꼴통 소녀. 세상을 포기했던 소녀는 용바마 덕분에 대학을 졸업했고, 사회복지사가 됐고, 취직까지 했습니다. 체포영장 떨어진 소년들을 경찰서에 찾아가 인수보호각서를 쓰고 데려오는 통 큰 박희야 복지사의 목소리를 들어보시겠습니까.
"(용바마) 아빠에게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니 아이들을 위해 울어주고, 웃어주는 선생이 되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을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우리 아이들도 또래의 대한민국 청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