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그림. 누구나 따스한 보금자리를 누리면서 아름다운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빕니다.
샨티
내가 어릴 때 본 엄마 모습 가운데, 가장 많이 기억나는 건 아빠한테 매 맞는 모습이야. 그런데 이제는 나 때문에 애태우는 엄마도 보이고, 새로 일군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평범한 여자로서의 엄마도 보여. 엄마, 그런데 요즘 엄마가 나하고 동생한테, 너무 돈으로만 많은 걸 채워 주려고 하는 거 알아? 오래 떨어져 있었던데다가, 내가 이렇게 된 게 다 엄마 탓이라고 생각하고 미안해서 그러는 건 아는데, 나는 돈보다 대화가 필요해. (150쪽)
이야기책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성매매 여성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낳아서 태어난 아이들'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집'을 보금자리로 느끼지 못해 집을 뛰쳐나와야 했을 적에, 갈 곳도 머물 곳도 깃들 곳도 지낼 곳도 없어서, 또 이 아이들을 따스히 보듬거나 어루만지는 손길도 찾을 길이 없어서, '어떤 어른들'이 시키는 일을 하면서 잠을 자고 밥을 먹기는 하지만 '빚은 끝없이 늘어나'서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에서 쳇바퀴질만 하다가 가까스로 쳇바퀴질에서 빠져나온 여성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빠가 조금 불쌍하기도 해. 좋은 남편이 되는 법이나 좋은 아빠가 되는 법, 술 말고 다른 것으로 마음 푸는 법을 배울 기회가 아빠에게 있었다면, 우리 집이 달라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빠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거야. (153쪽)어느 한때 성매매 여성으로 지내야 한 사람들은 모두 처음에는 '사랑받아 태어난 아이'입니다. 성매매 일을 해야 하는 동안 '사랑받는 삶'하고는 동떨어졌습니다. 보금자리가 없는 채 잠만 자고 밥만 먹으며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해야만 하는 곳에 머물 뿐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마음대로 나올 수 없을 뿐더러, 으레 '사내들 손찌검'에 휘둘려야 합니다.
곰곰이 돌아볼 노릇입니다. 왜 '아이를 낳는 사내(아버지)'는 '아이를 낳은 가시내(어머니)'를 때리거나 괴롭히거나 못살게 굴까요? 왜 아이를 낳은 사내는 이녁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피지 못할까요? 왜 사내라고 하는 사람은 가시내를 '성매매 욕구해소'를 하는 노리개로 바라볼까요? 왜 이 나라 사회 지도자나 정치 지도자나 교육 지도자는 이 같은 실타래와 굴레를 풀려고 하는 데에는 마음도 몸도 돈도 슬기도 안 쓸까요?
내가 실장님에게 이런 일 하기 싫다고 하니 '빚 갚고 꺼져!' 하고 소리치며 나를 때렸다. 그래도 실장님이 좋았다. 실장님 아이를 임신했다. 또 맞았다. 얼굴에는 멍이 많이 들고 머리에서 피가 콸콸 났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여자를 이렇게 때리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했다. (179쪽)아이들은 잘못하지 않습니다. 잘못한 아이들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잘못을 모릅니다. 언제나 사랑을 오롯이 받는 아이들은 잘못할 일이 없고, 어떤 일을 '잘 하지 못하'더라도 다 괜찮습니다. '잘 하지 못했'으면 앞으로 잘 하면 되고, 앞으로도 또 '잘 하지 못하'면 다음에 잘 하면 되며, 다음에도 '잘 하지 못한다'면, 새롭게 다음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미운 아이하고 고운 아이가 따로 없이, 아이는 모두 곱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고 싶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거나 배운 사랑을 온몸에 곱게 품고서 이웃하고 동무를 따스하고 넉넉하게 얼싸안으면서 손을 맞잡는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야기책 <내가 제일 잘한 일>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아직 사랑받지 못한 나날을 보냈다고 할 만합니다. 이제부터 즐거이 사랑받는 길을 걸어갈 사람들이라고 할 만합니다. 스스로 나를 사랑하고, 스스로 이웃을 사랑하며, 스스로 누구나 사랑하는 삶을 새롭게 지을 사람들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