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낙동강 馬구마구 축제 홍보 포스터
구미시
지난 10월 1일 구미시에서 열린 '구미 낙동강 馬구마구 축제'는 얼핏 봐서는 어떤 성격의 행사인지 그 의미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말(馬)과 구미의 '구(龜)'를 합성한 듯한데, '전국학생승마선수권대회 겸 유소년 승마대회'란 부제를 확인하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맥락의 고리가 약한 합성어의 사용이 가져온 폐해다. 한글을 써온 사람들이 한글을 읽고도 모호함을 느낀다면, 이는 대중성을 지향해야 할 축제의 명칭으론 부적절한 게 아닐까.
문경시의 전통찻사발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힐링다례' 역시 치유를 뜻하는 영어단어 힐링(healing)과 차 마시는 예법을 지칭한 다례(茶禮)를 합성해 신조어를 만들었는데 무릎을 칠 아이디어라고 보기 어렵다. '치유를 위한 차 예절'이라 했어도 얼마든지 의미 전달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영양군이 주최하는 '영양고추 H.O.T 페스티벌'의 주제로 소개된 '청정자연의 선물, 영양고추愛(애) 빠지다' 역시 영양고추와 사랑(愛)이란 두 단어로 조어를 만들었으나 신선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와 함께 칠곡군의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개최하는 축제인데도, 세부 프로그램 명칭을 '부대행사'라 하면 되지, 왜 '프린지 페스티벌'로 정했는지 고개를 갸우뚱할 관객이 없지 않을 것 같다.
외래어와 조어의 남발, 한글은 어디로 가나외래어의 과다한 사용과 무분별한 합성어와 조어의 남발, 축제 홍보문구에서 가끔씩 눈에 띄는 비문은 비단 앞서 언급한 지자체의 축제와 문화행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경상북도 내 23개 시·군 누리집만 봐도 유사한 사례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국내 지자체는 한 해 1만2000여 건에 가까운 축제와 행사를 개최한다. 지자체마다 비슷한 유형의 축제를 경쟁적으로 열다보니 변별성은 떨어지고 관람객 만족도 또한 낮은 게 사실. 그런 까닭에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이런 축제를 열어야 하나"라는 목소리도 높다. 경제적 관점에선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한글의 계승과 연구·발전에 힘을 보태야 할 지방정부가 오히려 한글의 혼탁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자체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이들의 고민과 개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말과 글을 뺏는다는 건 인간의 영혼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국인에게 창씨개명을 강요했던 건 단순히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민족에게서 민족혼을 지우려했던 고난도의 정치·문화적 책략이었다.
제 것을 지키고 다듬어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없다면 한민족 역사와 문화의 총체인 한글 역시 언제건 사라질 수 있다. '무조건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자'는 국수적 애국주의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569돌 한글날을 맞는 서글픈 단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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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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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구마구·나이트투어, 지자체가 만든 무리수 조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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