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수소 가공업체가 들어설 공장용지.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와 50m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김종술
이런 업체가 이전해 온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젊은 시절에 대전에서 불산을 취급하는 업체에 근무했다는 한 주민(72)은 "당시 유리로 된 주사기를 만드는 업체에서 6년을 근무했다.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을 했음에도 손톱이 썩어가고 호흡기가 망가져서 숨쉬기조차 힘든 지경에 처했다"며 회고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손톱이 빠지도록 일군 땅이다. 금보다 소중한 이 땅을 건강한 상태로 자식들에게 손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해시설이 들어서면 건강권, 재산권 등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영태 공주탄천산업단지 주민자치위원회(아래 대책위) 위원장(51)은 "업체가 금산에서 불산, 질산을 유출하고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아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주민들에게 동의서 한 장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도둑 고양이처럼 땅을 샀고 공주시는 허가까지 해주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공주시의 허가 절차는 더욱더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업체는 공주시에 2014년 5월 9일 사업계획서를, 12일에는 입주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음 날인 13일 바로 공주시 안전산업국장의 결재로 금산공장 현장방문이 이루어졌고, 14일 현장방문보고서가 작성됐다. 23일 공주시 4개부처 심의회의 결정을 통해 26일 사업 허가 통보가 내려졌다. 일사천리로 절차가 진행된 것이다. 이를 놓고 김 위원장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불산 공장이 들어설 공장 인근은 공주시 10개, 논산시 7개 부락 등 1500명의 주민들이 드넓은 평야에서 벼농사, 수박, 딸기, 멜론, 오이 등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농촌"이라며 "오시덕 공주시장과 면담을 위해 5번이나 찾았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결국 대책위는 지난 2일 탄천산업단지 불산공장 입주와 관련 공주시장에게 공개질의서를 전달한 상태다. 질의서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입주예정 회사에서 몇 차례 불산유출사고가 일어났고 또 그 사실을 은폐하려 한 부도덕한 회사일 줄 알고 계십니까? 2. 시 담당자가 작성한 입주예정회사의 금산공장현장방문보고서가 부실 내지 허위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점을 알고 계십니까? 3. 위 1, 2 사실을 알고 계신다면 어떠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하셨습니까? 4. 시장께서 안전을 보장하신다면 생명과 생활의 터전이 오랜 시간 이어져 오는 마을의 전통이 위협받지 않을까? 불안감을 안고 있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위무를 하고 안심을 시키는 것이 시장의 마땅한 도리가 아닐런지요?이와 관련 공주시 비서실 관계자는 "백제문화제 기간이라 시장님이 바쁜 상황에서 기업경제 과장님이 충분히 그분들(대책위)과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들과 나눈 이야기와 처리상황까지 시장님에게 다 보고가 되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업체 방문 보고서, 허위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