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능 노출에 따른 신체 증상. <탈바꿈> 인포그래픽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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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은 지난 2013년 8월 방사능에 오염된 먹거리가 학교 급식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학교급식 식재료 방사성 물질 검사 및 사용제한에 관한 조례'의 모범안을 발표했다. 검사결과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경우에는 해당 식재료가 급식에 사용되지 않아야 하고,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기 이전이라도 검출가능성이 높은 식재료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또는 자문을 거쳐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조례를 제정한 경기, 경북, 대전, 부산, 서울, 인천, 전남, 전북, 충남, 충북 등 교육청은 일단 외견상으로는 '방사능 안전 급식'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례 문구만 살펴봐도 우려가 남는다. 방사능 검출시 '해당 학교의 장 및 관계 행정기관에게 즉시 알려 행정처분 등의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거나(경기, 경북, 광주, 전남 등 교육청), 검사결과를 공개하고 정책에 반영한다는 정도의 내용만 담고 있다(부산, 충남 등 교육청).
검출 가능성이 높은 식재료를 미사용할 수 있는 근거는 있으나 방사성물질 검출시 검사 결과를 학교에 통보한다는 수준(인천, 전북 등 교육청)인 경우도 있었다. 대전, 충북 교육청 등은 '유해물질 식재료가 급식에 사용되지 않도록 그 사실을 즉시 해당 학교에 알려 행정처분 등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거나 '방사능오염 식재료의 사용 금지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다소 애매한 수준이었다.
값싼 방사능 측정기는 무용지물

녹색당
서울시 교육청 조례의 경우, 녹색당 모범조례안 내용처럼 방사성물질 검출시 식재료 사용 중단 조치를 명기하고 방사성물질 검출 가능성이 높은 식재료의 미사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방사능안전급식서울연대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서울시 교육청의 방사능안전검사 예산이 6395만 8천 원이었는데, 2015년 서울시 교육청 예산에는 해당 비용이 편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지난 6월 30일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3無(방사능, 잔류농약, GMO) 급식'을 약속했지만, 조례가 그 자체로 실효성 있는 행정 조치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는 교훈은 여전히 명백하다.
한편 예산 무배정과 함께 대표적인 불성실 행정으로 들 수 있는 것은 '부적합한 측정기 구입'이다. 녹색당 경북도당이 지난 3월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북 관내 8개 학교와 2개 교육지원청이 독자적으로 방사능 측정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먹거리 방사능 측정에 부적합한 100만~300만원 가량의 측정기(FRC-1, pck-107 등)였다.
의정부시와 시의회의 경우는 주민들이 발의한 방사능안전급식조례안을 대거 훼손한 사례로 꼽힌다. 시의회는 조례에서 의무로 규정된 조항을 참고 또는 권고 조항으로 바꿔치기했고, 방사성물질 검출 식재료에 대해서도 '급식에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를 '적절한 대응조치'로 수정하고 말았다. 이처럼 조례 제정도, 제정된 조례를 제대로 시행하는 일도 만만치 않고 안심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와 저 조항을 부단히 누비고 가로지르는 운동과 정치다.
'집밥' 열풍...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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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필자는 스스로에게 연일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교육 당국은 마땅히 먹거리 방사능 측정에 걸맞는 장비를 구입해 최대한 자주 학교급식 먹거리를 점검해야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내 일부 구청들처럼 어린이집 급식까지 책임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초중등학생도 어린이집 원생도 아닌 사람들은? 공공급식 이외 식사 현장에 나오는 먹거리는? 물론, 방사능안전급식운동 참여자 모두가 이 같은 한계를 깊이 통감하고 있다. 그리고 그나마 단체급식이나 교육 현장에서라도 먹거리 안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요즘 '집밥'이 화두라지만, 집에 들어오는 먹거리가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는 사회에서 집밥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가? 음식을 기계에게 검사 받아야 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 틀려먹은 사회 아닌가? 단지, 중대한 위험이 있는데도 기계에게 검사조차 받지 않은 사회보다 조금 덜 틀려먹었을 뿐이다. 섭취할 음식을 기계의 눈으로 '빤히' 들여다보는 풍경은, 처음에는 우습다가 나중에는 슬프게 느껴진다. 그 원인 또한 핵발전소라는 '기계'임을 상기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불량식품은 '4대악'... 방사능 먹거리는?그렇다면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3년 9월 제안했듯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 수입 금지가 해답일까. 그걸로는 부족하다. 일본 전역이 방사능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이상, 일본산 '수산물'이 아닌 '먹거리'를 금지하는 게 일단 옳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느 교육청이나 지자체보다 일본과 한국의 정부부터 규탄받아야 한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도 다시 수입하라며 급기야 WTO(세계무역기구)에 양자협의까지 신청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불량식품'을 '4대악'에 집어넣고도 최악의 불량식품인 '방사능 먹거리'에는 속수무책이다. 문제는 '추억 속 쫀디기'가 아니다!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우려 쇠고기에 이어 일본산 방사능 먹거리에 맞서는 제2의 촛불항쟁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일본산 먹거리 수입 금지조차 일종의 대증요법이 아닐까. '일본산 수산물'과 '방사능 먹거리'는 동의어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인은 핵발전소가 가장 밀집해 들어선 나라에 살고 있다. 핵발전소는 꼭 터져야 방사능을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처럼 핵발전소 인근 지역에서는 삼중수소나 세슘, 요오드 같은 물질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검출된다.
2011년 정부는 서울대 의학연구원 보고서를 토대로 핵발전소 주변 주민역학조사를 중단했다. 연구 결과,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의 갑상선암 위험도에 대해 여성은 비교 대상의 2.5배로 나타나긴 했지만 남성은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 백도명 교수 등이 이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갑상선암 위험도는 여성은 3.1배, 남성은 3.3배로 드러났다.
핵마피아와 악플

▲ <탈바꿈> P 162-163 방사능에 위협받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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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주변 농어촌 사람들의 피해를 두고 어떤 대도시 주민들은 양심의 가책을 드러낸다. 하지만 필자는 그러시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 역시 피해자다. 먹거리 때문이다. 핵발전소 주변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먹거리가 지금 이 순간 어디를 어떻게 돌고 있을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것을 갈아 1억 5천만 원짜리 기계가 있는 곳까지 옮긴 후 차폐함에 넣고 측정할 때까지는.
먹거리는 낯 모르는 사람들, 서로 멀찍이 떨어져 사는 사람들을 이어준다. 녹색당이 '영덕 대게'를 이야기한 것도 그래서였다. 핵마피아는 주민 연령이 높고 인구밀도가 낮은 농어촌을 핵발전소 적정 부지로 여기고 있다. 이로부터 대다수 국민을 떼어놓기 위해서다. '새누리당 많이 지지하더니, 투표나 잘하시라'는 악플은 핵마피아와 정부의 저런 의도를 충실히 따르는 어리석은 행위다.
지금 영덕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자조차 상당수가 가담한 덕분에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압도하고 있다. 먹거리의 의미,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잠깐 돌아보기 바란다. 대게를 먹을 때 대게의 서식환경에 관심을 가질 때는 있어도, 대게를 잡은 어부의 지지 정당을 궁금해 하지는 않는다.
한쪽에서는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들을 물에 빠트리는 악한이 있다. 구조(방사능안전급식, 일본산 수산물 금지)도 해야겠지만, 하루 빨리 악한을 잡아야 한다(탈핵). 자신이 구입한 간이측정기가 소용이 없음을 알고 낙담했을 식당 주인도, 조례에 따라 먹거리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하면서도 "이걸로 방사능 먹거리를 다 막을 수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했을 공무원도, 거듭되는 구조에 지쳤거나 어쩔 줄 몰라하던 모든 이들이 저 악한을 물리치는 일에 함께하자. 영덕에 신규 핵발전소를 짓지 못한다면 앞으로 핵은 축소일로를 걷게 된다. 핵 마피아는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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