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2012년 총·대선 패배 책임자 공개 반성해야"

'낡은 진보 청산'으로 당 주류 겨냥, '혁신 내홍' 2차전 발발?

등록 2015.10.11 12:50수정 2015.10.11 20:48
79
원고료로 응원

[전체보기] 안철수 "낡은 진보, 운동권 문화... 못 벗어나면 정권교체 불가" ⓒ 윤수현


[기사 대체: 11일 오후 3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한 계승은 극복에서 시작해야 한다. (중략) 언제까지 돌아가신 두 분 전직 대통령의 지지가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하며 당권을 호소하고 정권교체를 말할 것인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1일 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하며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 당은 (4.29 재보궐선거 전패 후) 공천방식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만 존재하고 낡은 타성과 기득권을 혁파해야 할 본질적 혁신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당의 '낡은 진보' 청산을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19대 총선평가보고서와 18대 대선평가보고서에 대한 공개검증도 제안했다. "총·대선을 앞두고 모든 사람들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지난 2012년 총·대선을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것 자체(평가서)로 논란만 있었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라면서 문재인 당대표를 비롯한 당 주류 측을 정조준했다.

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제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상곤 혁신위'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 그리고 문재인 당대표가 공언한 '뉴파티(New Party, 새 정당) 비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8일 기자들과 한 오찬에서도 "혁신위가 해당행위를 했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혁신위, 몇 달간 시간낭비... 100% 실패")

아울러, 안 의원은 이 혁신안을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에 상정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우리 당의 중요한 문제인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라며 "만날 사람은 만나고 설득할 사람은 설득하겠다"라고도 공언했다.

결국, 재신임 정국 이후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잠시 진정됐던 새정치연합의 '혁신 내홍'이 다시 2차전에 돌입한 셈이다.


"배타성·무능·불안감·무비전 등 '낡은 진보' 청산해야"

먼저, 당에 대한 사정 없는 비판이 이어졌다. 안 의원은 "자신은 선, 상대는 악이라는 흑백논리로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증오심으로 막말 정치와 퇴로 없는 강경투쟁을 일삼는다"라며 당의 '배타성'을 질타했다.

그는 이 같은 배타성 탓에 "선거에서 패배를 반복해도 원인을 밖에서 찾고 자신의 실패에는 관대하지만 상대의 실패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하고 혹독하게 책임을 물고 늘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또 "배타성과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독단적 사고는 비리에 대한 온정주의로 나타났다"라면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감쌌던 당 주류 측의 태도를 꼬집었다.

과도한 이념화 탓에 민생문제에 대해 소홀하다면서 '무능'하다는 평가도 내렸다. 그는 "사회적 약자 편임을 강조했지만 일자리, 복지, 교육 등 삶의 문제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민생보다는 정치투쟁에 골몰한다"라면서 "민생보다는 정치투쟁에 골몰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정치행태와 정책기조가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달라 '불안감'을 준다고도 비판했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입장을 2012년 총선에서 스스로 부정하고 북한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온정적이고 무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당의 안보의식에 의구심을 불러왔다는 설명이었다. 안 의원은 특히 "지난 대선 때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연대는 얻은 표의 몇 배에 해당하는 표를 잃어버린 큰 실책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당의) 비전이 없다"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보수는 지난 대선에서 상징적 인물을 영입해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 의제를 선점해 나갔는데 우리 당은 민주정부 10년 이후 새로운 발전담론도 제시하지 못했고 개혁의제 경쟁에서도 뒤처졌다"라며 "세상은 변화하는데 변화한 정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 같은 '낡은 진보'를 청산하기 위한 4대 기조도 제시했다. 그는 낡은 진보 청산 4대 기조로는 ▲ 합리적 개혁 대 기득권 수구의 새로운 정치구도 구축 ▲ 이분법적 사고 및 관료주의적 병폐 해소 ▲ 부패와 저급한 정치행태 척결 및 품격 있는 정치 선도 ▲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극복 등을 제시했다.

"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해야, 당 지도부 노력 부족하다 판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대 실행방안으로는 ▲ 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 당 윤리심판원 전면 재구성 및 정치문화개혁TF 설치 ▲ '김한길-안철수 체제' 집중토론 ▲ 19대 총선평가보고서 및 18대 대선평가보고서 공개검증 ▲ 원칙 없는 선거 및 정책연대 금지 명시 등을 제시했다. 사실상 거의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주류를 겨냥한 대책들이었다.

안 의원은 "새로운 정치패러다임과 집권비전 수립을 위한 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라면서 "위원회는 계파를 떠나 합리적 개혁의지를 갖춘 인사로 구성하되 우리 당을 지지하는 인사가 아니더라도 당의 혁신과 정치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모셔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당 수권비전위원회의 보고서는 당원들의 동의를 받아 정강정책 및 당헌당규에 반영해야 한다"라면서 "우리가 바뀌어야 비로소 새로운 인재들이 참여할 동기와 의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문 대표는 '뉴파티 비전'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히 당의 새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당 지도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부분적인 노력들은 하고 계시겠지만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라고 비판했다.

또 "(수권비전위원회는) 단순히 정책적인 부분만 말하자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당의 체질 개선, 행태 및 문화 개선이 필요하고 그를 위한 종합기구가 필요하단 말"이라며 "이렇게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 문제에 대해 공론의 장을 열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제안한 당 수권비전위원회와 기존 혁신위의 역할이 겹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차이가 있다고 본다"라면서 "지난 중앙위 당시에도 공론의 장을 차단해 민주정당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또 "혁신위는 제도개혁위였고 저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하자는 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수권비전위원회의 인선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성도 되지 않았는데 인선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답하지 않았다. "직접 수권비전위원회를 이끌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제가 뭘 하겠다고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18대 대선평가보고서 및 19대 총선평가보고서에 대해 공개검증을 요구하는 까닭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반성이나 그에 따른 변화의 결과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것 자체로 논란만 하다가 책임은 아무도 안 지고 끝났다"라면서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주류 측의 책임 여부도 공개검증을 통해 물을 수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 다만, 그는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공개검증 후 지금이라도 책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공개적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가운데 '선거 및 정책연대' 금지를 명시해야 한다고 한 것 역시 주목 받았다. 안 의원은 "문 대표는 정의당과의 연대 방침을 밝힌 적 있는데 안 의원 기준으로 (정의당과 선거연대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자당 후보 무공천 등이) 전국 단위에서 이뤄진다면 서로 다른 당으로 존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즉, 선거연대의 가능성은 있으나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단 얘기다.

그는 천정배 무소속 의원 등 '탈당파'와의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들이 선거연대에 대해 좋게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지지그룹도 다르고 이익을 대변하는 계층이나 내용도 다르기 때문에 따로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다, 교집합 없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연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안철수 #문재인 #낡은 진보 #김대중 #노무현
댓글7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3. 3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4. 4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5. 5 채상병·김건희 침묵 윤석열... 국힘 "야당이 다시 얘기 안 해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