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꿈꾼다면 직장부터 잡아라

도전하고 싶다면 당신이 먼저 변해야

등록 2015.10.19 08:42수정 2015.10.1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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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고, 물건을 고르면 제값을 치러야 하는 이치이다. 사막에도 우연이나 요행은 없다. 그러니 누구나 사막을 갈 수 있지만 아무나 건널 수 없는 곳이 사막이다. 사막에서 레이스가 시작되면 모든 전사들은 적지 않은 극한의 고비를 넘어야 피니쉬 라인에 다가설 수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다만 선수 개개인의 임계점이 다를 뿐이다. 원인 없는 결과 없듯 한계가 서로 다른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다.


그런데 사막에서 겪는 체험 못지않게 거길 가기 위해 비행기 트랩을 오르기까지 과정도 만만치 않다. 일상을 벗어나 생고생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이건 사막에서 겪게 될 한계 수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적지 않은 경비와 시간 그리고 체력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기분으로 부화뇌동 했다가는 진짜 가혹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그러니 누구든 사막을 꿈꾸고 있다면 이것만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하라사막의 빅듄을 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하라사막의 빅듄을 넘고 있다. 김경수

중국 대륙을 건너 고비사막을 향하는 필자 비행기 트랩을 오르기까지 과정도 만만치 않다.
중국 대륙을 건너 고비사막을 향하는 필자비행기 트랩을 오르기까지 과정도 만만치 않다. 김경수

직장 먼저 찾아라 

사막이나 오지에서 열리는 레이스에 한번 출전하려면 족히 오백만 원이 넘는 돈이 든다. 경비 조달을 위해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후원을 받으려는 생각은 애당초 접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 만인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나 프로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경비 마련 없이 사막을 꿈꾸는 건 꿈으로 끝나기 쉽다. 나는 10년 넘게 이 막대한 비용 마련을 위해 말단 박봉에도 악착같이 용돈을 아껴 개미처럼 모았다. 그리고 매번 대회 참가비와 항공료 지불을 위해 금쪽같이 모은 돈을 한 입에 톡 털어 넣었다.

부탄의 파로 계곡을 달리다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수도원, 탁상곰파 종(*The Tiger's Nest monastery)을 온 가슴으로 품었다. 4천m가 넘는 볼리비아의 알티플라노를 넘어 우유니사막 끝자락에서 세상의 끝 경계를 만났다. 대회 출전이 계속되면서 경제 부담은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일상에서 맛 볼 수 없는 벌거벗은 자아를 만나려면 이 정도 부담은 기꺼이 감수해야 했다. '내 일(My job)이 없으면 내일(Tomorrow)도 없다.' 김난도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고했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궁핍의 악순환을 끊고 싶다면 먼저 재원 확보를 위해 탄탄한 직장부터 구해야 한다.

그랜드캐니언 271km 레이스 출발 장면 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할 거라면 떠나고 보자
그랜드캐니언 271km 레이스 출발 장면가도 후회, 안 가도 후회할 거라면 떠나고 보자 김경수

모로코 사하라사막을 달리는 필자 호기심과 열정이 나를 사하라사막으로 끌었다.
모로코 사하라사막을 달리는 필자호기심과 열정이 나를 사하라사막으로 끌었다. 김경수

시간을 들여라 


수명은 늘었지만 하루는 늘 짧고 고단하다. 가진 것은 많아졌지만 가치는 더 줄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직장인이 열흘 넘게 책상을 비우는 건 자체가 모험이다. 그래도 바쁜 일상 중에 일탈만한 스릴이 어디 있을까. 열심히 일했다면 주저 말고 떠나자. 시간은 백수가 제일 많을 것 같지만 사막을 갈 수 있는 확률은 백수보다 직장인이 훨씬 높다. 알렉산더 비네는 '제일 많이 바쁜 사람이 제일 많은 시간을 가진다'고 했다. 그나마 직장이 있으니 휴가도 찾으며 인생을 즐길 수 있다.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담아 할 때 그 과정에 덧입혀지는 향기이다. 운동이든 여행이든 도전이든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라.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건 비겁자의 변명일 뿐이다. 열사의 땅 사하라사막에서 흙먼지와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캄보디아 정글을 넘나들다 온 발바닥이 물집으로 뒤덮여도 웃을 수 있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는 마음먹기 나름이다.


칠레 아타카마사막의 소금 뻘밭을 달리는 선수들 극한을 견뎌낸 선수들만이 정상에 올라설수 있다.
칠레 아타카마사막의 소금 뻘밭을 달리는 선수들극한을 견뎌낸 선수들만이 정상에 올라설수 있다. 김경수

사하라사막의 베르베르 원주민 텐트에서 숙영하는 선수들 선수들에겐 텐트와 하루 12리터의 물만 지급된다.
사하라사막의 베르베르 원주민 텐트에서 숙영하는 선수들선수들에겐 텐트와 하루 12리터의 물만 지급된다. 김경수

체력을 키워라 

사막 레이스를 즐기려면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하중과 모래폭풍 정도는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체력과 지구력이다. 러닝과 등산은 이 능력을 키우는 데 그만이다. 전문 프로 선수가 아닌 이상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다. 호기만 믿고 자신을 과신하다 엄청난 고통을 겪는 선수들을 적지 않게 봤다.

그러니 평소에 운동 습관을 붙여야 한다. 운동은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까지 키워준다. 물론 주변을 잘 정돈하고, 늘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건 운동만큼 중요하다. 일상에서 의미 없이 버려지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스리랑카의 시기리아 락 정상에 당당히 올라선 것도, 브라이스 캐니언에 치솟은 수천 개 첨탑들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혼신을 쏟아 오를 수 있는 체력 덕분이다. 각막을 통해 녹아드는 대자연의 장엄함도 그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하나가 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그 과정이 고통의 연속이라면 심신에 깊은 상처와 후회만 남길 뿐이다. 물집이 터지는 고통은 어쩔 수 없어도 배낭의 하중쯤은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늘 지처 녹초가 된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게 짐만 될 뿐이다.

선수들이 남긴 족적들 최후의 승리, 그것은 부단히 노력한 자에게 주어지는 신의 은총이다.
선수들이 남긴 족적들최후의 승리, 그것은 부단히 노력한 자에게 주어지는 신의 은총이다. 김경수

530km 호주 아웃백 레이스 중 지쳐 잠든 필자 한계는 넘어서라고 존재하는 경계일 뿐이다.
530km 호주 아웃백 레이스 중 지쳐 잠든 필자한계는 넘어서라고 존재하는 경계일 뿐이다. 김경수

부와 권력과 명예를 쫒아, 1등만을 위해 억지로 10년 세월을 달려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일에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라.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힘든 줄도 모른다. 하지만 사막에 가는 목전에 경비와 시간과 체력을 한꺼번에 챙기는 건 어불성설이다. 평소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든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갖춰지는 때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경쟁력을 더 키워서 내가 그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물쭈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형편을 인정하고 방안을 강구하면 된다. 해보면 별 거 아니다. 남을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인생이 진짜 인생이다. 이 세 가지가 고루 갖춰지면 사막이 아니더라도 내 안의 열망을 현실로 만드는 데 적지 않는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가 최고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전유물인 건 분명하다. 당신은 어떤가.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싶다면 당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그랜드캐니언 속의 사구지역을 달리는 선수들 이 레이스는 체력과 시간과 노력의 결정체이다.
그랜드캐니언 속의 사구지역을 달리는 선수들이 레이스는 체력과 시간과 노력의 결정체이다. 김경수

8박 10일 동안 호주 대륙 530km를 달려 도착한 피니쉬라인 신은 인간에게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 준다.
8박 10일 동안 호주 대륙 530km를 달려 도착한 피니쉬라인신은 인간에게 극복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 준다. 김경수

#사막 #김경수 #직장인모험가 #오지레이서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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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핑계삼아 지구상 곳곳의 사막과 오지를 넘나드는 조금은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를 오지레이서라고 부르지만 나는 직장인모험가로 불리는 것이 좋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지난 19년 넘게 사막과 오지에서 인간의 한계와 사선을 넘나들며 겪었던 인생의 희노애락과 삶의 지혜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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