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카드'인가, '간식 카드'인가

결식 우려 아동들, 식당보다 편의점 주로 이용... '양질 식사' 어려워

등록 2015.10.14 12:00수정 2015.10.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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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결식 우려 아동들에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공급식·도시락 배달·부식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꿈나무카드(전자결제 시스템)는 지난 2009년 처음 도입됐다.

꿈나무카드는 신용카드와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결제 단말기가 달라 지자체별로 가맹점을 모집해 대상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각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꿈나무카드 금액은 대부분 아동 1인 기준 한 끼 4000원이다.

하지만 현재 꿈나무카드로 일반음식점 이용 시 가맹 식당을 찾아가야 하는 점, 한정적인 메뉴만 구매 가능한 점, '낙인효과'가 두드러지는 점 등의 이유로 이용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편의점과 제과점은 접근이 쉽고 다양한 메뉴를 살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낙인효과가 작다는 점에서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아동 식사 지원 '꿈나무카드', '간식 카드' 될까 우려된다

 꿈나무카드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현황
꿈나무카드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 현황서울시

2014년 서울시 급식제공처 자료를 보면 서울시 전체 일반음식점 수가 2459곳인데 비해 편의점의 수는 5156곳으로 두 배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일반음식점 중 상당수는 제과점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로 꿈나무카드를 통한 지출이 주요 편의점과 제과점에 집중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과 제과점에서 구매 가능한 식품들은 한 끼 식사의 역할을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 논란거리가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시민사회단체인 환경정의에서는 지난 5월 1일부터 3개월간 꿈나무카드로 구매 가능한 편의점·제과점 식품 731종의 실태조사와 영양성분 비교 조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어린이 기호식품 신호 등 표시제에 의거, 간식 류 621종과 식사 류 92종으로 구분했다. 간식 류가 식사 류보다 6.7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간식류에는 빵 류가 411종, 음료 류 180종이나 해당하여 한 끼 식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식사류 역시 총 92종이나 주로 삼각김밥 류(28종), 도시락 류(15종), 햄버거 류 (8종), 샌드위치 류(11종), 김밥 류(7종)로 구성되어 어린이와 청소년의 식사로는 성장기에 필요한 비타민 및 철분 함유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조사된 도시락류 중 14종, 면류 1종 등 총 15종은 영양표시가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성분 표기조차 없어 먹거리 안전성과 정보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꿈나무카드 가맹 식당은 분식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000원 한도 내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라면·떡볶이·김밥·어묵·만두 등으로 전체 메뉴의 54%를 차지했다. 편의점에선 구매할 수 없는 라면을 가맹 식당에서는 먹을 수 있어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으며 분식으로 양질의 식사를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달고 짜고 식품첨가물까지, '보육 차원'에서 재점검해야

어린이 신호등 표시제에 따라 편의점(GS25, 7-eleven, CU)과 제과점(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식품 731종의 당분과 나트륨 조사를 시행한 결과 상당수의 제품에서 적색 등급을 받았다.

어린이 신호등 표시제는 '녹색, 황색, 적색'으로 식품의 영양성분 함량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적색은 부정적 평가, 황색은 중간, 녹색은 긍정적 평가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간식 류와 식사 류 기준 당 함량이 17g 초과일 경우 적색 등급을 받는다. 특히 음료 류와 빵 류에서 당류 17g 이상인 제품이 101종 조사되었으며 당 함량이 높은 빵과 음료를 먹을 시 하루 섭취 권장량을 쉽게 넘는다.

어린이 신호등 표시에 따른 나트륨 적색 등급의 기준은 간식류 0.3g 초과 시, 식사류는 0.6g 초과할 때다. 조사 결과 간식류 중 나트륨 적색 등급은 94종, 식사류 중 나트륨 적색  등급은 35종으로 나타났다. 아동들이 많이 섭취하는 빵 류와 김밥, 도시락 류가 적색 등급으로 분류된 것이다. 특히 빵의 경우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등 간식용으로 빈번하게 제공하고 있어, 아동이 당과 나트륨을 과다하게 섭취할 우려가 있다.

민감군 아동들에게 더욱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식품 첨가물의 경우에도, 음료 류에서 합성 감미료와 유화제, 합성 착색료가 포함된 제품은 38.8%로 나타났고. 햄·어육 가공 류에서도 합성 발색제와 감미료 등이 82%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꿈나무카드는 공공급식의 여러 가지 형태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유형으로 이용의 편리성과 다양한 메뉴, 상대적으로 적은 낙인감 등의 이유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꿈나무카드가 식사 기능보다 간식용으로 대부분 이용할 수밖에 없고 해당 식품에는 당류·나트륨·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식품을 매일 급식으로 먹는다면 비만과 성인병 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자면, 저소득층 아동들 식사지원 정책을 양적 증가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성장기 아동들이 균형적인 영양과 먹거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보육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지 시민기자는 환경정의 다음지킴이국 활동가입니다.
#꿈나무카드 #편의점음식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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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여성, 어린이, 저소득층 및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나타나는 환경불평등문제를 다룹니다. 더불어 국가간 인종간 환경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정의(justice)의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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