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4명 전원 명의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에 대한 충남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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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4명 전원과 88명의 국사학과 전 학생들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교수선언'과 '대자보-시일야방성대곡'을 발표했다.
충남대 국사학과 김상기, 김수태, 이정란, 허종 등 4명의 교수들은 20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에 대한 충남대학교 국사학과 교수 선언'을 발표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중단 및 국정화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 교수들은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려고 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결단코 반대한다"며 "국정교과서는 객관적 사실과 다양한 해석을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현실을 이해하려는 역사학의 근본이념에 크게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어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비판적인 사고와 통찰력을 함양시키는 역사교육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발상이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21세기 한국의 발전은 자신의 역사에 대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미래세대의 양성에 달려있다"며 "따라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은 국민의 역사의식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비민주적인 행태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는 국가권력이 한국사 서술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은 역사 연구자 본연의 임무임을 선언한다 ▲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 우리는 향후 한국사 국정화 교과서를 만드는 모든 과정에 참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충남대 국사학과 학생회는 같은 날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이 날에 목 놓아 우노라'라는 제목의 대자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는 1905년 11월 20일자 황성신문에 장지연이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비판하여 쓴 논설을 인용한 것.
학생회는 이날 대자보를 통해 "과거 왕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상소를 올려 통촉을 바라던 유생들처럼 전국의 수많은 역사학도들이 대통령의 통촉을 바랬건만, 대통령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웬 말인가,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가르치고, 독재를 독재라고 가르치는 것이 그렇게도 올바르지 않았던 것인가, 길고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 중 도대체 왜 근현대사 100년에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역사는 누구에게나 다르게 기억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공유된 기억"이라며 "그 기억을 하나로 주입시킨다는 것이야말로 세뇌가 아닌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틀린 것 아닌가, 역사는 이 순간에도 재해석되고,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 부당한 사태에 맞서야 한다, 우리가 이토록 분개하는 이유는 그들이 건드려선 안 되는 역사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쉽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그 책에 쿠데타를 혁명으로 바꾸고 독재를 정당한 집권이라고 바꾸고 일제침략이 근대화의 기반이라고 적을지라도 우리는 그렇게 기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오히려 역사는 부녀가 저지른 과오를 대대손손 알릴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분하지만 이 것뿐"이라며 "이마저도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무슨 면목으로 후대를 볼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들은 끝으로 "아 원통하다, 아 분하다, 5천만 국민이여, 세뇌당할 국민이여"라면서 "불과 31년 만에 정부와 여당이 역사를 더럽히고 있다, 한민족의 역사는 이렇게 짓밟히는가, 원통하고 원통하다"라고 통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