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감시선 '에스페란자'호의 선원이 될 김연식 항해사
정혁
그린피스에는 총 3대의 환경 감시선이 있는데(레인보우 워리어, 에스페란자, '쇄빙선' 악틱 선라이즈), 이 중에서 가장 크고 빠른 배가 에스페란자 호다. 김연식 항해사는 다소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데, 그는 20대 중반에 <인천신문> 기자로 3년간 일했다고 한다. 이때 "해양경찰청에 출입하면서 선원 출신의 해양경찰들을 자주 만났는데, 이들이 뱃사람의 삶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들려줬다. 그로부터 많은 감명을 받았고, 새로운 인생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피터 윌콕스가 천부적인 바다 사나이라면, 김연식씨는 20대 후반에 큰 용기를 내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대한민국의 젊은이다.
우선 그는 부산 영도에 있는 한국 해양수산연수원에 들어가 해기사 양성과정을 마쳤고, 이어서 12개월의 상선 실습에 나섰다.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김연식씨는 자신의 목표로 이 길을 선택했고,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을 더 부정기 화물선 선원으로 보냈다. 총 36개국 48개 항구를 다니며 '잃어버리는 시간이 없는' 배에서의 24시간에 큰 매력을 느꼈고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하게 됐다(그의 항해기록은 <스물아홉, 용기가 필요한 나이>(2015, 예담)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그러던 중 김연식씨는 항해하며 전 세계 시민들과 가까이서 어울렸다. 그러면서 환경 이슈를 피부로 느끼며 활동할 수 있는 그린피스의 환경 감시선에 관심을 두게 된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그는 이 배의 항해사에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운 좋게도 합격 통지를 받는 데 성공한다. 이와 동시에 김연식씨는 '1등 항해사'로 진급을 포기했으며, 대부분의 한국 젊은이들이 끝까지 망설일 '절반 이하의 연봉'을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레인보우 워리어 호에 잠깐 탑승한 김연식씨는 이 배가 인천에 도착하면 곧바로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사무실이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환경 감시선 항해사로 정식 계약을 하고, 에스페란자 호 승선을 위해 멕시코 시티로 간다. 앞서 말했듯 그린피스의 '3개월 근무-3개월 휴식' 원칙에 따라, 2016년 2월쯤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환경 감시선의 항해사로서 앞으로도 계속 일하길 원하며, 적어도 자기 삶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잃어버리는 시간이 없이" 살아갈 준비는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린피스, 24일 인천항 제1부두서 행사 예정나는 지난 19일 저녁에 부산에서 인천을 향해 출발하는 그린피스의 환경 감시선에 탑승했고, 세월호 침몰현장 부근을 지나서 계속 항해 중이다. 현재 레인보우 워리어 호는 지극히 평온하며, 문제의 바로 그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나의 마음도 이제 평화를 되찾았다.
레인보우 워리어(Rainbow Warrior)는 지구가 파괴되는 날 이를 구하기 위해 '무지개 전사들(Warriors of the Rainbow)'이 나타난다는 북미 원주민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나는 이 배 선원들의 밝은 얼굴과 건강한 에너지를 통해서 긍정적인 자극과 치유를 느꼈다.
그린피스는 24일(토)과 25일(일)에 인천항 제1부두에서 오픈 보트 행사를 열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직접 승선하여 갑판·조타실·선미 등 배 안의 주요 시설 관람, 환경 티셔츠 만들기, 페이스 페인팅, 공연 등). 행사에 시민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니, 가족·친구들과 함께 무지개 전사들의 힘을 한 번 느껴보길 바란다. 요즘 한국에서 평소에 일상생활을 하며 접하기 쉽지 않은 좋은 에너지를 다들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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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는 과격하다'고? 직접 타보니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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