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1~4반 교실 복도. 교실 안과 밖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쓴 추모 편지와 쪽지, 벽보, 국화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교실 보존 문제로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가 첨예하게 맞선 가운데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호열
최근 안산에 갔다. 영국의 리버풀처럼 안산은 '노동자의 도시'다. 리버풀에서는 축구를 보러 떠난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안산에서는 수학여행을 떠난 자식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리버풀처럼, 안산에도 상처가 남았다.
안산에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과 현수막은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속은 좀 복잡하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듯하다. 여러 시민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말을 아꼈다.
"서로 상처받지 않게, 잘 풀어야지요."여러 사람의 입에서 이런 비슷한 말이 나왔다. 특히 단원고의 고민은 깊어 보였다. 지난해 수학여행을 떠난 2학년 아이들은 내년 1월 혹은 2월이면 졸업이다. 몇 개월 남지 않았다.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자리는 아직 그대로다. 단원고 2학년 교실은 '명예 3학년' 교실로 바뀌어 존치돼 있다. 이 교실에는 침묵과 노란색의 추모 마음이 출렁인다.
'내년 2월이면, 이 교실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실을 치워야 하는가, 아니면 추모 공간으로 그대로 둬야 하는가.'단원고는 지금 경계에 서 있다. 재학생 학부모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크게 주장하지는 않지만, 교실이 정리되길 바라는 눈치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이야기했다.
"추모하는 마음은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아이들의 공부할 권리도 존중해야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서로 잘 합의했으면 합니다. 희생자 가족 의견도 무시되지 않았으면 해요. 내 아들이 그렇게 희생됐으면, 저 역시 그들처럼 싸웠을 겁니다."민감한 주제다. 경기도교육청은 물론이고 단원고 역시 고민이 깊다. 확실한 답을 내리기 곤란한 눈치다. 경기도교육청 측은 "단원고-세월호 유가족-재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잘 듣고 일을 좋은 쪽으로 진행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문제는 교실만이 아니다. 세월호 분향소가 설치된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 상인들은 "영업 피해를 봤다"라면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경기도, 안산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화랑유원지는 많은 시민이 즐기는 곳이었는데, 분향소 설치 이후 사람들 발길이 끊겨 장사가 안 된다는 주장이다. 식당 주인 A씨의 말이다.
"희생자 가족 마음을 왜 모르겠나. 하지만 우리는 어쩌란 말인가. 손님이 확실히 끊겼다. 뭔가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나. 지자체는 언제까지 여론 눈치를 볼 작정인가. 분향소 이전이나 축소를 주장해도 지자체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는다."상인들은 유가족 측보다 지자체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이렇게 안산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상처를 안은 공동체가 넘어야 할 고개다. 리버풀 대학 의사가 말한 대로다.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참사 후 1년 6개월,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