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폴크스바겐, 이치로 '대타' 세운 도요타

[取중眞담] 디젤게이트 이후 첫 국제모터쇼, 전시장서 '클린디젤' 빼버린 폴크스바겐

등록 2015.11.01 21:03수정 2015.11.0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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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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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벤 슈타인 폴크스바겐 일본 지사장이 티구안 전기차 공개에 앞서 사과하고 있다. ⓒ 글로벌오토뉴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들은 또 고개를 숙일 것이고, 다짐을 할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지난 10월 28일 일본 도쿄도 고토구의 빅사이트(Big Sight)에서 열린 '제44회 도쿄 국제모터쇼'. '디젤 게이트' 이후 독일 폴크스바겐이 국제 모터쇼에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예상을 빗나간 인물이 나왔다. 올 7월부터 폴크스바겐의 승용차부문을 맡은 헤르베스트 디스 사장이 깜짝 출연했다. 어찌 보면 도쿄 모터쇼가 폴크스바겐에서의 첫 데뷔 무대인 셈이었다. 전 세계서 온 기자들은 술렁였다. 디스 사장은 이날 오후에 열린 미디어 발표자리에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는 "'디젤 사태(Diesel crisis)'로 고객들을 실망시켜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모든 면에서 우리가 잘못을 했고, 이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고 다짐했다. 또 "과거보다 더 나은 새로운 폴크스바겐(New Volkswagen)을 만들겠다"라고도 했다. 그가 일본에서 새로운 폴크스바겐을 다짐할 때, 독일 본사에선 좀더 구체적인 메시지가 발표됐다. 마티아스 뮬러 회장이 디젤 사태에 따른 소비자 보상과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조사, 계열사 경쟁력 강화 등을 담은 5대 과제를 내놓았다.

'클린디젤' 구호 사라진 폴크스바겐 전시장, 곤혹스러운 헤르베스트 사장

뮬러 회장은 이어 내년에 새롭게 '그룹 전략 2025'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기존의 성장 전략이 대폭 수정될것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날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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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승용부문 CEO가 기자들에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글로벌오토뉴스


기자들은 디스 사장이 이날 공개한 신차 티구안 전기차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대신 그를 상대로 '디젤 게이트' 이후 폴크스바겐의 대응과 전략을 묻는 질문이 계속됐다. 막대한 리콜과 소송 비용 조달 방안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선 폴크스바겐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 등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미 독일 본사가 있는 폴크스부르크 주변에선 마케팅 등 비용 축소를 비롯해 대규모 인력감축설 등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 뮬러회장이 언급한대로 이미 그룹 내 300개 넘는 자동차 모델에 대한 면밀한 수익성 작업이 검토 중에 있다. 조만간 폴크스바겐그룹에서 퇴출될 브랜드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날 기자들이 디스 사장에게 세계 1위 자동차업체 복귀 시점을 묻자, 그는 "지금은 소비자 만족이 중요하다"라면서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라고도 했다. 이 역시 뮬러 회장이 강조한 '질적인 성장'의 연장선 상에 있는 셈이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그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 그의 일본 첫 방문과 모터쇼 데뷔는 말 그대로 '곤혹' 그 자체였다. 폴크스바겐의 전시장에서도 '디젤차'는 찾아볼수 없었다. 최근에 새롭게 나온 일부 가솔린 차량를 전시해놓은 것 빼고는 전기차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클린 디젤' 구호를 외치며, 디젤차로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은 온데간데 없었다. 스벤슈타인 폴크스바겐 일본 지사장 역시 "(일본 시장에서의) 디젤차 도입은 좀더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폴크스바겐의 신차 발표에 뒤이은 아우디 역시 전기차를 대거 선보였다. 하지만 언론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아우디 역시 이번 디젤게이트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목소리 높인 아키오 도요타 사장

반면 일본 자동차업계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맨 앞에 도요타자동차가 있었다.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큰 전시장을 차지한 도요타는 친환경과 미래의 자동차에 초점을 맞췄다. 도요타가 내건 구호는 '무엇이 당신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나(WHAT WOWS YOU?)'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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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선수(왼쪽)와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신형 프리우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글로벌오토뉴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직접 나섰다. 그 역시 이번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남다르지 않다. 지난 2009년 미국시장에서 사상 초유의 리콜사태로 도요타 역시 휘청했다. '품질' 상징이던 도요타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크게 떨어졌고, 아키오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까지 불려나가 고개를 숙여만 했다.

청문회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재출발을 약속했고, 수년만에 세계 1위 자동차업계로 복귀했다. 이날 아키오 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고무된 표정이었다. 양손을 치켜들면서 마치 대중을 상대로 연설을 하듯이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 이어 "이제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무엇은 제시해야 할때"라며 새로운 하이브리드자동차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프리우스는 도요타의 친환경자동차를 상징한다. 1997년이후 이미 전세계적으로 500만대이상 팔려나간 유일한 하이브리드차다. 도요타의 대표상품인 셈이다. 이번에 4세대 신형을 선보인 것이다. 특히 도요타의 새로운 글로벌 전략(TNGA)에 따라 만들어진 첫 하이브리드차다. 앞선 프리우스에 비해 연료효율 등에서 크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이와함께 사람과 자동차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연결해, 미래의 자동차 환경을 엿볼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이날 발표회장에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서 활약 중인 이치로 선수도 등장했다. 매년 타격폼을 바꿔가며 메이저리그 역사를 써가고 있는 그였다. 아키오 사장이 "타석에 서지 않고는 타점도, 안타도 없다"라면서 이치로 선수를 소개했고, 그는 신형 프리우스를 두고 "타격 폼을 바꾸고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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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연설하는 모습. ⓒ 글로벌오토뉴스


아키오 사장과 이치로 선수가 말하고자는 하는 것은 '도전'이었다. 야구선수가 타격폼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모험과 위험이 뒤따른다. 자동차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아키오 사장이 두 손을 벌쩍 들며 "용기를 갖고 도전하고, 앞으로도 계속 타석에 서고 싶다"라고 외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도쿄 모터쇼는는 한때 세계 5대 자동차모터쇼에 꼽힐만큼 관심을 모았지만, 최근 몇년새 규모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의 경기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도호쿠 대지진 등의 여파로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참여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국의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 모터쇼에서 눈에 띄는 차량은 도요타의 신형 프리우스 이외에 혼다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인 올뉴 에프씨브이(All New FCV)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또 혼다의 슈퍼카 '올 뉴 엔에스케이(NSK)'도 일본 최초로 공개됐다.
#디젤게이트 #폴크스바겐 #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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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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