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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사고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승객 224명을 태운 채 이집트 상공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 사고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각)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여객기(에어버스 A321)가 이집트 휴양지 샤름엘셰이크에서 출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중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러시아와 이집트 정부는 사망자 시신을 수습하고, 부서진 기체와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다양한 주장과 추측이 쏟아지면서 조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 여객기, 공중에서 부서진 채 추락?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여객기가 추락한 이집트 현장에서 사고조사위원회를 이끄는 빅토르 소로첸코 러시아 국제항공위원회 위원장은 11월 1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사고 여객기가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부서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소로첸코 위원장은 "사고 여객기 잔해가 20㎢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흩어져 떨어진 것으로 볼 때 지상에 충돌한 것이 아닌, 높은 고도에서 파열된 채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로첸코 위원장은 "여객기가 추락한 구체적인 원인을 결론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라고 밝혔다. 항공 전문가들은 여객기가 공중에서 파열됐다면 기체 유지 보수가 허술해 중앙 연료 탱크가 폭발했을 수 있고,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항공 사고 통계를 집계하는 항공안전망(Aviation Safety Network)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지난 2001년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부딪혀 수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륙 20분 후 추락, 매우 드문 일"
여객기가 이륙 후 추락한 시점도 중요한 분석 대상이다. CNN 항공 담당 기자 리처드 퀘스트는 "이륙 후 20분이 지난 시점에서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는 매우 드물다(unusual)"라고 주장했다.
퀘스트는 "이륙 후 20분이 지나면 대부분 항공기는 자동항법 상태가 시작된다"라며 "비행 고도, 속도, 날개 위치 등 대부분의 설정이 자동 배열되기 때문에 기체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사고 여객기 조종사가 이륙 직후 기체 결함을 알리며 비상착륙을 요청했다고 밝혔으나, 이집트 관제 당국은 "여객기가 별다른 교신 없이 갑자기 레이더에서 사라졌다"라며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CNN은 "사고 여객기에서 회수한 블랙박스에 기록된 기체 상태,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 내용이 사고 원인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블랙박스를 분석하면 곧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전했다.
IS "우리가 격추"... 러시아·이집트 "가능성 없다"
이번 사고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이집트 지부 '시나 윌라야트'가 자신들이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은 이들의 근거지이다.
이들은 트위터 계정에 "러시아는 오늘 여객기 격추를 시작으로 무슬림과 IS를 향한 적의와 시리아 알레포에서 저지른 학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러시아 여객기의 '십자군'을 모두 죽였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러시아와 이집트는 격추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막심 소콜로프 러시아 교통장관은 "전혀 근거가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고, 이집트 당국도 "여객기가 비행하고 있던 상공 9000m는 격추할 수 없는 고도"라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시나 윌라야트가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은 사고 여객기가 비행하고 있던 고도까지 도달할 능력이 없다. 일각에서는 기체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했을 수도 있지만, 사고 여객기가 추락 직전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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