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한만송
금융감독원이 지난 2일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보유한 비(非) 금융회사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지엠 지분 매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산은은 대우조선을 비롯한 비 금융회사 지분을 매각할 예정인데, 한국지엠 지분도 포함된다.
산은과 한국지엠 모두 현재까지 공식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모(母)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는 계속적으로 산은이 가진 한국지엠 지분 인수 의사를 밝혀왔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산은이 지분 매각을 결정하면, GM이 산은 지분을 전량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산은은 2017년까지 지분 매각 시 GM에 우선 매각하기로 했다.
한국지엠을 두고 GM의 '먹튀(=먹고 튀어)' 논란은 지속돼왔다.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춘 GM은 유럽이나 아시아 등의 여러 나라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고, 필요에 따라 각 생산 공장의 물량을 조절해왔다. 한국지엠이 생산하는 쉐보레 차량 유럽 철수 결정으로 '먹튀' 논란은 더 부각된 바 있다.
GM의 계속된 산은 지분 인수 의사 ... 지분 28%→17%→0%?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재임하던 2012년, 호샤는 팀 리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강만수 산은 회장을 만나 산은의 한국지엠 보통주와 우선주 전량(한국지엠 전체 주식의 17.02%)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GM이 산은의 지분을 인수하면 사실상 한국지엠은 GM의 100% 자(子)회사가 된다. GM이 현재 보유한 한국지엠의 지분은 계열사 지분까지 포함해 82.98%다.
당시 강만수 산은 회장은 이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과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 등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2012년 말, 송 전 인천시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시ㆍ도지사협의회 오찬간담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산은이 가진 한국지엠 지분을 GM에 매각하지 말 것'을 건의했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예로 들며 기술 유출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한 것이다.
산은은 과거에 한국지엠 지분의 28%까지 소유했다. 하지만 GM이 2009년 10월 한국지엠 주식 4219억원 어치를 인수(=유상증자)해, 산은의 소유 지분율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산은이 행사할 수 있는 비토권(=어떤 사안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이 없어지는 바람에 '먹튀' 논란이 일었다.
'먹튀' 논란이 거세지자, GM은 산은과 '장기 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약정해 비토권 행사 가능 지분율을 15%로 낮췄다. 산은은 현재 한국지엠 이사회 이사 세 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지엠이 독자 개발한 차량기술에 대한 한국지엠의 소유권 인정, 한국지엠이 GM과 공동 개발한 차량기술을 한국지엠이 7년간 무상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GM으로부터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