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풀린 일본 전쟁 빗장, 아베가 마무리

[서평] 미일동맹의 선택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등록 2015.11.10 18:31수정 2015.11.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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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아베는 전쟁 빗장을 풀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가능하게 하는 '안보법안'이 지난 9월 참의원을 통과해 최종 성립됐다. 반대한 국민은 그저 "성실한 설명"이 필요한 존재일 뿐이었고, 헌법학자들의 '위헌' 의견 역시 무력했다. 그렇게 역사는 왜곡되고 반성은 사라졌다.

책표지 미국의 태평양 지배를 위한 미일동맹의 선택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책표지 미국의 태평양 지배를 위한 미일동맹의 선택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 사회운동

그간 일본은 전범국이란 굴레를 벗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결과는 '야금야금' 나타났다. 책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는 그 과정을 상세히 풀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 재무장의 배경에는 '미국'이 있었다. '안보법안'은 일본 우익세력과 미국의 합작품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에 면죄부를 줬고 재무장을 용납했다. 웃기는 건 피해국들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했단 점이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전범국' 일본의 재무장에 대해 잠자코 있어야 하는가. 아니다. 저자는 일본 재무장에 대한 비판이 '징벌'이 아닌 '평화'란 가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미 대중국 전쟁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그에 적합한 공해전 개념을 구체화하고 있다. 여기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전진기지로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따라서 보편적 평화의 관점에서 미일동맹이 추구하는 동아시아에서의 군사력 증강을 비판할 수 있다. -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머리말 중에서

우선 일본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집단자위권을 가능하게 하는 '안보법안'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본이 당시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단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때 일본이 짊어진 전쟁 빗장과 '안보법안' 통과 직전의 전쟁 빗장 사이에는 많은 괴리가 존재한다.

허울만 남은 일본의 '평화헌법'

원자폭탄 투하 후 일본이 받아들인 포츠담 회담 내용을 보자. 분명 '완전한 무장해제' 조항이 존재한다. 일본 또한 전후헌법을 통해 '전쟁'과 '자위를 위한 무장'도 포기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곧바로 경찰예비대와 보안대를 창설한다. 사실상 군사력이다. 이를 만든 근거는 "현대전 수행 능력에 미달하기 때문"이었다. 맥아더의 지시에 따라 일본에는 7만5000명 규모의 경찰예비대가 창설됐다. <일본의 헌법> 저자 하세가와 마사야스는 포츠담선언에서 언급한 일본국 헌법 정신이 간단히 무력화됐다며 이렇게 평했다.

"경찰예비대에 응모한 실업자에게 주는 평화주의 이념보다 미군정이 선전한 퇴직금이 더 매력적이었다. 헌법을 위반하는 재군사화가 헌법보다 위에 있는 점령정책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본문에서 재인용


이들은 '야금야금' 덩치를 늘렸고 지금 '자위대'로 불리고 있다. 그럼 '자위대' 역시 "현대전 수행 능력에 미달"하는가? 일본은 또 논리를 바꿨다. 이번에는 "자위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란 근거를 들이민다. 전력 보유가 합헌이라는 주장이다.

또 1972년 5월 12일에 일본 정부는 '전수방위 원칙'을 제시한다. '전수방위'란 (일본 측 논리에 따르면) 상대방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은 후 방위력을 행사하고, 그 방위력도 자위를 위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 9월 성립된 '안보법안'과 양립할 수 없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는 다음과 같다. 아베 정권의 행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사 부정하는 일본, 무얼 노리나

한편으로 전범국 일본에 대한 단죄 과정을 보면 일본 우익들이 아무 일도 없었단 듯 '철판'을 깔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책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인이 정작 '극동국제군사법정'에 대해 잘 모른다고 지적한다.

서구는 전시국제법이 '문명국' 사이의 전쟁에서만 적용되고 '비문명국'의 민중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이나 대만은 서구 국가가 승인한 식민지였고 '비문명' 지역이었다. 역사학자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존 다우어 명예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도쿄군사재판소는 근본적으로 백인 법정이었다. 특히 정도를 벗어난 부분은 조선인 판사나 검사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로, 이는 식민지 조선에서 수십만 명의 남녀가 일본의 전쟁 기계에 의해 짐승처럼 학대받았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본문 중에서

일본인 전범이 선 재판에 조선인은 참여할 수 없었다. '그들'만의 재판에서 히로히토 천황은 면책 받았다. 전범 몇은 사형을 받지만 전쟁을 이끈 일본군 간부 중 일부는, 후에 생긴 경찰예비대와 보안대 지휘관으로 돌아간다.

게다가 그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는 일본 각료와 정치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베 역시 지난 2013년 일본 총리로 공식적인 참배를 강행했고 올해 추계 예대제에는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을 '전쟁 가능 법안'이라 부르는 이유는 일본이 자국 방어를 넘어선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는 '집단자위권' 개념이다. 자국 방어에만 쓰일 수 있는 군사력을 타국(동맹국)을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는 놀랍도록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심지어 북한 지역에는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자위대를 전개하겠단 발상도 엿보인다. 지난 10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일본 언론에 "한국의 주권은 휴전선 남쪽"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자위대가 북한에 진출할 때 우리 쪽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을 빚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역시 "국제법 안에서 각 나라의 주권을 존중한다"란 발언을 통해 일본에 힘을 실어줬다.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는 2013년 4월 일본 국회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국가 간 관계를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의 식민지배는 정당했다는 뜻이다. 그가 일본 군국주의를 계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본문 중에서

일본 정치인과 각료들은 툭하면 과거사를 부정하고 망언을 일삼는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아직 살아있는데도 위안부를 부정한다.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유치하게도 유네스코 분담금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다.

통렬한 반성 앞에 쌓아 올린 '역사'를 부정하려는 국가는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할 준비를 하는 게 아닐까. 특히 국민의 거센 반대에도 관철하려는 정권은 경계해야 한다. 일본만의 이야기이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임필수 지음 / 사회운동 펴냄 / 2015.09 / 1만3000원)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 미국의 태평양 지배를 위한 미일동맹의 선택

임필수 지음,
사회운동, 2015


#일본 재무장의 새로운 단계 #안보법안 #임필수 #사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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