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뿔 몸에 좋다고? 이 사진 좀 보세요

잔인한 불법 밀렵으로 점점 사라지는 코뿔소... 20년 후엔 상상 속 동물 될지도

등록 2015.11.13 13:27수정 2015.11.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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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짐바브웨에서 잔인하게 밀렵당한 코뿔소의 사진이 들어있습니다. 해당 사진으로 독자들이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오마이뉴스>는 코뿔소 불법 밀렵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싣습니다. 해당 사진 앞에는 주의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너른 양해 바랍니다. [편집자말]
큰바다오리, 바다소, 도도(Dodo), 검치호, 맘모스….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리는 동물들의 이름이다. 아마 동물원에서조차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당연하다. 이들은 이미 오래 전에 멸종돼 이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동물들에 비하면, 코뿔소는 비교적 친숙하게 느껴지는 동물 중 하나다. 그런데 불과 몇 십 년 후에는 코뿔소도 멸종된 동물 명단에 이름을 올릴 위기에 처했다. 우리 아이들이 '코뿔소'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우리가 '맘모스'에 대해 느끼는 것처럼 멀고 먼 과거의 존재로만 느껴지는 세상, 상상해보았는가.

멸종위기 코뿔소의 유일한 천적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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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하는 코뿔소 개체수 분포도. 자바코뿔소는 약 60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 Save The Rhinos Intl


코뿔소는 코끼리 다음으로 몸집이 큰 육상동물이다.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거구의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먹고 사는 초식동물이다. 한때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의 넓은 지역에 걸쳐 살던 코뿔소는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 몇몇 지역에만 분포한다.

서부검은코뿔소 등 이미 여러 종이 멸종해, 오늘날 생존하는 코뿔소 종은 다섯 종뿐이다. 아시아에는 인도코뿔소,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가 아프리카에는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가 남아있다. 이 중 자바코뿔소는 약 60마리, 수마트라코뿔소는 10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두 종 다 세계자연보전연명(IUCN)이 '심각한 위기종(CriticallyEndangered)'로 분류했다.

아프리카의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는 두 종 모두 비슷한 검회색빛을 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7만 마리였던 검은코뿔소의 개체수는 이제 5천 마리로 감소했다. 흰코뿔소는 북부흰코뿔소와 남부흰코뿔소로 나뉘는데, 북부흰코뿔소는 이미 야생에서는 멸종되었다. 샌디에고 동물원, 케냐 올제페타 보호구역 등에 단 네 마리가 생존해 있다. 코뿔소 중 아직까지 가장 개체수가 많은 남부흰코뿔소는 2만 마리 정도가 남아있다.

성체(다자라 생식 능력이 있는 동물)가 된 코뿔소는 야생에서 천적이 없다. 그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이유는 바로 밀렵이다. 인간이 그들의 천적인 셈이다.


남아프리카 환경부의 집계에 따르면 2007년 남아프리카에서 밀렵된 코뿔소의 숫자는 13마리에서 2010년 333마리, 2011년 448마리 등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더니, 2014년에 들어서는 최고치인 1215마리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8월까지 무려 코뿔소 749마리가 살해당했다. 7시간마다 한 마리가 희생되는 꼴이다.

이상태가 계속된다면 사라지는 코뿔소의 수가 번식하는 숫자를 넘어서게 되고, 흰코뿔소는 20년 후에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코뿔소가 목숨을 잃는 이유는 허무하리만큼 어리석다. 코뿔소 뿔이 해열부터 항암작용까지,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는 낭설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과 중국 암시장에서 코뿔소 뿔이 약재로 거래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코뿔소 뿔 가루를 술 마시기 전에 복용하면 쉽게 취하지 않고, 숙취가 없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젊은 부유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코뿔소 뿔의 성분은 각질(角質)이라고 부르는 케라틴(Keratin)이다. 케라틴은 우리의 머리카락, 손톱, 피부 등 상피구조의 기본을 형성하는 단백질이다. 코뿔소 뿔은 1킬로그램 당 7000만 원 상당의 가격에 거래된다. 24K 금보다도 더 비싼 가격이다. 즉 금값을 주고 이런 저런 효능을 기대하며 코뿔소의 뿔을 복용해봤자, 결국에는 자기 손톱을 뜯어먹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는 높은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 코뿔소 뿔로 단검의 손잡이를 만들기도 한다.

* 기사에 잔인한 사진이 포함돼 있습니다.

약효 없는 '코뿔소 뿔' 때문에 잔인하게 살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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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에서 밀렵당한 코뿔소의 처참한 모습 ⓒ Lowveld Rhino Tr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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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베트남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코뿔소 뿔. 금값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 Thang Nguyen (위키피디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북동부에 위치한 '크루거 국립공원(Kruger National Park)'은 우리나라 면적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 국립공원이다. 이 공원에는 코뿔소 9000여 마리를 비롯해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5대 동물로 불리는 코끼리, 표범, 물소, 사자 등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만큼 밀렵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올해 희생된 코뿔소의 4분의 1이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밀렵되었다.

코뿔소를 밀렵하는 범죄는 점점 조직화되고, 기술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보통 망을 보는 사람, 총을 쏘는 사람, 뿔을 잘라내는 사람 등 4~6명이 한 조를 이룬다. 무기와 송신 장비  등으로 중무장한 이들은 지역사회에 접근해 코뿔소가 나타나는 지역과 경비 구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탈출구를 미리 계획한다.

매일 물웅덩이를 찾아 물을 먹는 습성 때문에 코뿔소를 찾아내 죽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경험 있는 밀렵꾼들이라면 코뿔소를 쓰러뜨리고 뿔을 제거하는 데 단 7분이면 충분하다.

일단 코뿔소의 무릎을 총으로 쏴 쓰러뜨린 후 아킬레스건과 척추를 칼로 잘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도끼로 코의 뿌리부터 도려낸다. 즉사하지 않은 코뿔소는 서서히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종종 죽어가는 엄마, 아빠 코뿔소 곁을 떠나지 못하고 마음 아프게 울부짖는 아기 코뿔소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조직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주로 크루거 국립공원 동쪽에 인접한 모잠비크인이다. 아프리카국가 중에서도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나라다. 사회적으로 불안한 국가의 가난한 농민들에게 돈의 유혹을 떨쳐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밀렵에 가담해서 떨어지는 돈은 한 사람에 300만 원 정도. 한 가족이 오랫동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액수의 돈이다.

밀렵꾼과 경비대 간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많다. 지난 5년간 500명의 밀렵꾼이 사살되었다. 그러나 밀렵 중 죽더라도 범죄조직이 가족에게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코뿔소 밀렵에 젊은 아들을 잃는 가족의 숫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드론, 이주, 뿔 자르기... 코뿔소를 지키기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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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지 4일된 아기 수마트라코뿔소와 어미코뿔소 ⓒ International Rhino Found


남아프리카 정부는 밀렵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무장한 특공대를 배치해 삼엄한 경비를 서고 드론, 야간투시경, 위성추적장치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날로 지능화되는 밀렵꾼들의 범죄수법에 대응하고 있다. 해마다 수십 마리의 코뿔소를 조금 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시키기도 한다.

코뿔소가 밀렵꾼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뿔을 미리 잘라내는 방법도 도입되었다. 생장점을 남겨놓고 자르면 6년 뒤에는 다시 뿔이 자라게 된다. 잘라낸 뿔에는 전자칩을 삽입해서 유통 과정을 추적해 밀수업자들을 쫓는 시도도 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 코뿔소의 경우 뿔을 잃게 되면 천적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을 뿔에 주입하는 방법도 시도되었다. 요하네스버그 근방의 코뿔소 보호구역 소유자인 '에드 헤른(Ed Hern)'이 소개한 이 방법은 코뿔소 뿔에 드릴로 구멍을 내고 외부 기생충 약의 일종인 약물을 주입하는 것이다. 이 약물은 코뿔소의 건강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사람이 복용했을 때는 구토, 메스꺼움, 경련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뿔이 약품처리가 되었음을 밀렵꾼들에게 알리기 위해 색소를 주입한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코뿔소보호단체인 '세이브 더 라이노스(Save The Rhinos)'는 밀렵꾼들이 얼굴도 못 본 아시아의 구매자들이 독성이 있는 뿔을 복용해 건강을 해칠까 걱정할 리가 만무한 데다, 어차피 매매는 중간 상인들과 이루어지기 때문에 뿔이 독성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거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야생에서 코뿔소가 영원히 자취를 감추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2월에는 런던에서 50개국이 참가해 야생동물 불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도 했다.

영국 왕실도 발 벗고 나섰다. 윌리엄 왕자가 직접 나서서 코뿔소를 멸종위기에서 보호하는 일에 세계인의 관심을 호소하며, 중국 시진핑 주석, 미국 오바마 대통령 등과의 만남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축구선수 데이빗 베컴,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성룡, 농구선수 야오밍도 홍보대사로 나섰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코뿔소 뿔의 약효가 허구라는 것을 알리는 소비자 교육에 힘쓰는 한 편, 아프리카에는 국경의 경비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아직도 허점이 많은 국제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세계에 네 마리만 남은 북부흰코뿔소의 야생 개체수를 회복하는 일은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다른 코뿔소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다음 세대에게 코뿔소가 유니콘 같은 '전설 속의 동물'이 되어버리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한 마리라도 지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코뿔소 #코뿔소밀렵 #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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