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정원사람들 외관
하우징쿱 주택협동조합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 아빠가 '짜잔'하고 보여준 우리 가족의 새집은 아파트였다. 어제까지 살았던 낮고 아담한 집에 비해 아파트는 크고 높고 또 어린아이의 눈엔 꽤 멋져 보였다. 부푼 가슴과 함께 나의 아파트 생활은 그날 그렇게 시작되었고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아파트를 좀 벗어나고 싶다.
눈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넓디넓은 땅에 빽빽이 들어찬 아파트 숲을 보며 '와' 하고 환호했던 적도 있긴 하다. 마을 골목을 휘젓고 다니듯 아파트 단지를 휘젓고 다니는 것도 꽤 괜찮은 놀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파트 숲은 진짜 숲이 될 수 없었고, 아파트 단지도 마을 골목의 다양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파트에 살면 살수록 점점 더 고립되기만 했다. 이웃 수는 늘어났지만, 정작 인사를 주고받는 이웃은 없다. 윗집, 아랫집,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그저 집 안에서 우리는 혼자 삶을 살아갈 뿐이다.
아파트는 집에 관한 관점을 독점하기도 했다. 집이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사라지고,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 몇 평이 이야기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집에 관한 관점이 우리가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거의 유일한 관점이 되어버린 지금, 상실된 많은 이야기들에 저절로 그리움이 커진다.
매일매일 답답증이 쌓여가는 이유, 힘이 들 때면 집에서의 휴식보다 여행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 아파트로 대변되는 지금의 집이 더는 우리에게 안락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아파트, 또는 도시를 벗어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잃어버린 집의 가치를 재건하고, 그 속에 나만의 가치, 문화, 생활 방식을 차곡차곡 쌓아 넣는 즐거움. 이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사람들은 마땅히 아파트로 헤쳐 모이던 관성을 버리고 멀리 멀리 흩어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생활 터전이 여전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군집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지내야 하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도 그들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소설가 홍새라가 쓴 <협동조합으로 집짓기>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협동주합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