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숲 명상농원' 뒷산 시화총림으로 나무들이 시를 안고 있다.
박도
시를 안은 나무들'바보숲 명상농원'의 주인장 홍일선 시인은 1950년 경기도 동탄에서 태어나 1980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다. 이후 <시와 경제> 동인으로, '자유실천 문인협회' 간사,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자유실천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한국작가회의' 이사,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을 맡은 중견시인이다.
홍 시인은 2004년 여주 여강 강변으로 이주한 뒤 한 농사꾼 시인으로 살고 있다. 2007년 조류독감으로 이상권 후배가 애써 기르던 닭 다섯 마리를 차마 살처분할 수 없어 이 농장으로 피신시킨 게 인연으로 오늘의 '바보숲 명상농원'을 이루게 된 거다. 그는 현재 7백 여 수의 닭님과 10여 마리의 오리님, 네 견공, 그리고 세 살 난 나귀 '다정'이, 부인, 아들 등과 함께 공생공락하는 대식구 농사꾼으로 살고 있다(관련 기사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닭님들의 이야기).
이날 오신 손님들은 바보숲 농원을 둘러보는 일과 행사장에 마련된 걸개용 시화를 그리는 일로 저마다 일필휘지를 휘둘렀다. 신경림 시인은 '수급불류월(水急不流月)' 곧 '물이 아무리 세차게 흐른들 물속에 달을 흐르게 할 수 없다'는 깊은 뜻이 담긴 글귀를, 구중서 선생은 '불우국비시야(不憂國非詩也)' 곧 '나라를 근심치 않으면 시가 아니다'라는 다산 선생의 가르침을, 현기영 선생은 '질풍지경초(疾風知勁草)'로 곧 '사나운 광풍은 억센 풀을 안다'라는 지조와 격조 높은 뜻을 경계하는 글귀를 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