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세라트 수도원의 성당 정면네오-르네상스 양식의 정면에는 예수와 제자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조각돼 있다.
박성경
라 모레네타(La Moreneta, 검은 피부를 가진) 성모상성당에 들어서자, 에나멜을 입힌 화려한 제단 위로 몬세라트를 카탈루냐에서 가장 장엄한 성지로 만든 '검은 성모상'이 보입니다. 이 성모상은 수도원에서 30분 정도를 더 오르면 나오는 산타 코바 (Santa Cova, 거룩한 동굴) 안에서 12세기에 발견됐다고 합니다. 몬세라트 수도원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산에는 과거 수도사들이 은둔했던 동굴들이 가득한데요, 12세기의 어느 날 한 양치기 소년이 동굴 한 곳에서 성스러운 빛이 뻗어 나와 가서 보니 이 성모상이 있어 수도원에 모시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이 작은 성모상(사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이기에 '성모자상'이라고 해야 맞지 싶지만)은 성 루카가 만들었고 성 베드로가 서기 50년에 이곳으로 가져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하지만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으로 검사를 해봤더니 성모상이 발견된 12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네요. 그러니 양치기 소년의 발견 이야기도 그저 전설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이 성모상이 검은 이유에도 여러가지 설(說)이 있습니다. 원래부터 검은 색이 아니라 오랜 세월 신도들이 바친 등불에 그을려 검어진 것이라고도 하고, 표면에 입힌 은박이 산화된 것이라거나 고대 신앙에 기원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