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담은 꿈, 스크린으로 만난다

[인터뷰] 오창원 할리우드 영화 항공 촬영 감독

등록 2015.11.30 16:27수정 2015.12.01 10:14
0
원고료로 응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저 '먹고 살아야 하니' 이 직업을 택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나마 자신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자신의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긍정적인 힘을 만드는 것 뿐이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에게 더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Dress Maker'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다. 영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타이타닉> 영화의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렛 주연 작품이라는 정도의 정보를 미리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저 늘 개봉되고 있는 수많은 영화 중의 하나라는 것을 넘어 한국인들에게는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항공 촬영은 모두 호주 빅토리아 주 한인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현재 함께 살아가고 있는 오창원 (영어 이름 Stephen Oh)씨 손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멜번 동부 오클리(Oakleigh) 에 위치한 XM2 오창원 대표는 이 영화의 항공촬영 감독으로 참여했고, 앞으로 개봉 될 영화들의 시작 포문을 열었다. 바로 지난 주까지 미국에 머물며 디즈니, 폭스 등 세계 영화를 이끌고 있는 영화사 관계자들을 만나 계약 체결 등 바쁜 일정을 마치고 돌아 온 오창원 대표를 만났다.

오창원 대표는 멜버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아버지는  빅토리아 주 한인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의 태권도 협회에서 큰 활동을 하고 초기 한인 이민자로 이 땅에 태권도를 알리는 일에 큰 공을 세운 오영열 사범이다. 어머니 안중민 여사는 호주 최초의 한인교회인 멜본한인교회에서 초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신앙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아내 윤경희씨는 바로 멜버른 시내 중심가에 가장 큰 헤어 샵을 운영하며 한류 열풍에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새리 헤어 앤 뷰티 원장.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일을 조리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설명할 만큼 한국어도 유창하다. 오창원 대표가 설립한 XM2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요즘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있는 드론(Drone) 촬영을 하는 곳이다. 촬영 뿐 아니라 드론을 직접 설계 제작까지 한다.


 영화 촬영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오 감독과 동료들
영화 촬영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오 감독과 동료들xm2

"드론이라고 하면 보통 취미로 하는 것을 생각하실텐데요, 취미용이 약 3 킬로 그램 정도 되고 저희 장비는 한 대가 약 40 킬로 그램입니다. 영화 촬영용 카메라를 부착을 해야 하니까요. 넓이가 1.8 미터...그러니까 운반을 할 때는 남자들도 두 명이 같이 들곤 하죠."

그동안의 작업 광경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 주며 오 대표는 그렇게 설명을 시작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이 예사롭지 않다. 바닷길을 따라 가다가 하늘로 서서히 치솟는 장면이 아주 매끄럽게 이어지며 그 바다에 떠 있는 옛날 선박에 서 있는 배우들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 역시 드론의 시각 위치에서 찍다보니 정말 자연스럽고 실감이 난다. 마치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빨리 비행하며 촬영하는 것은 오히려 쉽죠. 그건 뭐 옛날 방식으로 헬리콥터에서 찍어도 될거예요. 하지만 장면에 따라 아주 천천히 테이크 해야 되는 게 있는데, 저희가 제작해 사용하는 드론은 그런 면에서 아주 탁월하고, 화질도 가장 높아요. 단언컨대, 전세계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전세계의 영화 제작 팀에서는 오 대표의 XM2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장면 장면들에 정신을 빼앗겼다가 정말 궁금증이 생겨 물어봤다. '드론을 다룰 줄 안다는 것 하나로, 아니, 좀더 나아가 그런 드론을 만드는 일까지 한다고 영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닐텐데' 하는 점이 필자의 궁금증이었다.

감독이 원하는대로 일일이 하나씩 찍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점도 함께였다.

"네, 맞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인데요. 영화를 찍는 동안 항공촬영 부분에서는 제가 감독 일 까지 맡아 하는 거예요."

오 대표는 그러면서 1995년 부터 2009년까지 각종 광고 필름, 홍보 영화에 PD로 일한 것이 강점으로 더해졌다고 설명한다.

오 대표는 오랜 시간 무인 헬리콥터를 날리는 취미 생활을 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그저 '다 큰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보이겠지만 한 대 당 약 6~7 천불을 홋가하고, 잘못 부딪치면 손가락이 부러지거나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비싸고 위험한' 취미생활이었다.

동호회 활동을 하고,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네, 뭐. 보기에 따라 그저 비싼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와이프가 적극 찬성을 해 줬어요. 술이나 마시고 소비적인 것에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취미라면서 이해를 아주 잘 해줬죠."

그때는 비싸 보였던 그 취미가 지금 전세계 영화시장의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으로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비싸고 위험한' 취미생활 덕분에

오창훈 항공촬영 감독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오창훈 감독
오창훈 항공촬영 감독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오창훈 감독xm2

 해상 씬을 찍기 위해 접근하는 드론
해상 씬을 찍기 위해 접근하는 드론 xm2

 옛 고성 재현 장면을 촬영 중인 드론
옛 고성 재현 장면을 촬영 중인 드론 xm2

XM2가 그동안 만든 작품들을 대하는 영화 관계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큰 호의를 보이며 당장 다음 작품을 계약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열심히'(?) 했던 취미생활이 만들어준 테크닉에 필름 PD 로 일하며 더 단단해진 예술성, 게다가 안전하고 높은 테크닉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장비를 설계 제작하는 XM2의 가치는 전문가들이 먼저 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니 뎁 주연의 'Piratesof the Caribbean',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하는 'The Moon and The Sun'을 비롯해 톰 크루즈의 새 영화들, 울버린 시리즈 등이 줄을 이어 기다리고 있다.

오 대표 역시 지금 현재 세계 유일의 장비를 만들어 갖고 있다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아이언맨, 반지의 제왕 등을 찍을 때 사용한 레드픽 카메라 (현재의 XT 카메라의 3 배 무게)를 장착하는 드론으로 발전시키는 일을 해 냈다.

얼마 전에는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이 한 공식석상의 연설에서 오 대표를 언급했다. 미국의 영화들을 호주에서 촬영할 수 있다면 거기서 얻어지는 수입이 국가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 특히 하루 촬영에 1600 여 명의 스탭이 동원되는 것이 영화 촬영 작업인 만큼 고용 창출도 대단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오창원 대표의 사업에 자연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최근 다시 회동을 갖기도 했다.

"한국, 미국의 LA 와 뉴욕 등은 물론이고 영화 촬영이 시작되면 한번 가본 적도 없는 곳에서 촬영을 하게 되지요.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한창 손 많이 가는 아들 셋을 잘 키우면서 내조해 주는 아내, 언제나 믿어주고 힘을 주시는 부모님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일 합니다."

오 대표는 그래서 사업이 커 감에 따라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진행시키고 있으며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한국에서 인재 발굴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나쉬 대학교와 멜버른대학교에서 공동 개발 제의를 받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큰 보람을 안겨 줄 일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 한인사회를 넘어 세계에서 또 하나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이미 자리매김이 시작된 오창원 대표. 우리들은 유명한 영화에서 자랑스런 그 이름을 보며, 또 한번 한국인의 긍지를 갖게 될 것이다. 
#드론 #항공촬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윤석열·오세훈·홍준표·이언주... '명태균 명단' 27명 나왔다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